[곽용태] 알츠하이머병, 우리를 당황하게 하는 부모님 이야기 7
[곽용태] 알츠하이머병, 우리를 당황하게 하는 부모님 이야기 7
  • DementiaNews
  • 승인 2017.06.05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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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병에서 행동장애 증상군들은 무엇을 의미할까? (5)지나가는 이야기…. 

곽용태
효자병원 신경과장/연세대 외래교수

 DNA가 발견되기 25년 전인 1928년 Frederick Griffth는 비병원성인 박테리아를 열로 죽인 병원성 박테리아와 같이 배양할 때, 비병원성 박테리아가 병원성 박테리아로 변화함을 발견하였습니다.

즉 살처분된 박테리아조차도 그 유전인자를 다른 박테리아에게 전해 줄 수 있다는 것이지요. 박테리아는 유성생식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두 미생물 사이에 유전자 교환은 수평적, 직접적으로 교환되는 것입니다(lateral gene transfer; LGT).

이것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상세히 연구되어 있지만 전문적인 내용이라서 여기에서는 그 내용을 생략하겠습니다.

인간은 오래 전부터 과연 인간을 형성하는 DNA 유전 인자가 어디서 기원하였는지 궁금하게 생각해 왔습니다. 이것이 하나님이 만든 것인지, 아니면 원시 지구의 수프(soup) 속에서 저절로 생긴 것인지, 또 아니면 외계인이 던져 주고 갔는지 불가사의합니다.

그런데 매우 흥미로운 것은 미개한 단세포 세균에서만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LGT가 다른 하등 생물과 사람 사이에서도 있다는 점입니다.

2001년 과학잡지 네이처에 처음으로 인간의 설계도라고 할 수 있는 유전자의 전체 해독 결과가 게재되었습니다1. 이것은 과학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사건이지요.

그런데 이때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223개의 부위가 인간의 유전자가 아닌 LGT 에 의한 것으로, 즉 다시 말하면 다른 박테리아와 같은 하등 생물에서 기원하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부위가 발견되었습니다.

이것은 극심한 논쟁을 일으켰고 일부 학자들은 이것이 실험실 오염에 의한 오류라는 주장도 제기되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일부분 변동은 있지만 지속적으로 이에 대한 후속 연구 결과가 발표되는 것으로 보아 외부에서 다른 종의 유전자가 인간의 유전자에 주입될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즉 인간은 끊임없이 환경과 교감하면서, 그 환경 속에 있는 다른 종의 유전자와 같은 여러 요소를 받아들이기도 하고 주기도 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렇게 받아들인 유전자는 그 종에게 치명적인 질병이 되어 멸종까지 이루어질 수도 있고 때로는 엄청난 변화를 일으켜 인간이 진화하는 데 거대한 발(giant leap for mankind)을 떼게 하는 결정적인 요소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인류가 아주 짧은 시기에 여기까지 진화한 것은 무엇인가 엄청난 사건이 있을  수 있으며 그것은 유전자의 돌연변이 특히 외부에서 주입된 것으로 인한 것도 배제할 수가 없다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최근 저희 병원에서는 의료기관평가 인증원에서 하는 인증 감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병원의 표준을 제시하는 인증 감사는 환자의 안전과 관련된 조항인 경우에는 매우 강도 높게 조사를 진행합니다. 이와 관련되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손 씻기입니다.

의학 교육에서 기본 중 기본인 무균적(aseptic) 의료 행위를 하라는 것이지요. 결론적으로는 환자와 접촉하는 모든 경우에는 물로 40초, 혹은 세정제로 20초 이상 손을 씻어야 합니다.

회진을 돌다 보면 청진도 하고 타진도 하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손도 잡아 주어야 하는데, 손 한번 잡아 주고 빡빡 손 닦고, 손 또 한번 잡아 주고 빡빡 또 손 닦고 하루 종일 하다 보면 별로 손잡고 싶은 생각이 없어집니다.

물론 열이 나는 환자, 피부 질환이 있는 환자,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 상처가 외부로 노출된 환자 등에서는 당연히 규정 이상으로 손 씻기를 해야 하는데 굳이 감염에 취약하지 않은 환경이나 환자에 대해서는 ….   좀 힘도 들고 다른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사람의 손과 손에서는 수 많은 미생물이 존재하고 손과 손이 접촉할 때는 이 미생물들이 제 손에서 환자 손으로,  환자 손에서 제 손으로 마실(?) 갈 것입니다. 애들이 친정 가는데 아마 그냥 가지는 않겠지요. 보따리에 제 DNA나 환자의 DNA를 바리바리 싸 가지고 가서 놓고 오지 않을 까요? 그리고 그 DNA에는 신뢰나 안정감, 행복함, 또 환자의 인생 역사가 같이 실려 있어서 왔다 갔다 하지 않을까요? 

 아마 그래서 욕쟁이 할머니가 김치를 찢어 줄 때 맨손으로 쫙 찟어 주면서 "주는 대로 처먹어" 라고 외쳐 주어야 맛이 있지, 위생 장갑 낀 아주머니가 가위질 한 김치라면 왠지 그 느낌이나 맛이 없다(마음이 따뜻해지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욕을 먹어야 무엇인가 안심이 된다. ㅋㅋ)…. 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마찬가지로 할머니 할아버지 손을 잡아 줄 때마다, "잠깐만요….  손 씻고(아니면 소독 장갑 끼고) 악수하겠습니다." 라고 이야기하고 손을 박박 씻은 후 손 잡아드리면 왠지 따뜻함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요?

지금까지 이야기는 순전히 제 생각입니다. 전혀 검증되지 않은(이 이야기는 기본적인 위생 개념을 부정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해가 없으시기를).


Reference
1.Lander et al., "Initial sequencing and analysis of the human genome," Nature, 409:860-921,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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