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용태]알츠하이머병에서 행동장애 증상군들은 무엇을 의미할까? 10
[곽용태]알츠하이머병에서 행동장애 증상군들은 무엇을 의미할까? 10
  • DementiaNews
  • 승인 2017.06.28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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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옳고 그름을 어떻게 결정할까요?(8)

곽용태
효자병원 신경과장/연세대 외래교수

♬♭ ~~~♬♭ ~~   OO의 달이 빛나는 밤 입니다. 오늘은 젊은 직장 남자분의 사연이 왔네요.

1. 직장 동료 여자인데 그녀는 좋아하면 웃음을 감출 수가 없다고 합니다(본인도 그렇게 이야기 했고 실지로 그래요), 그런데 그녀가 저를 볼 때 마다 웃어요. 그러면 그녀가 저를 좋아하는 것 맞지요?

2. 그녀는 드라마, 영화, 옷, 음식, 쇼핑 등 그녀가 좋아하는 것을 보거나 하면 웃어요. 그런데 그녀가 ㅂㅂ저를 보고 웃었어요. 그러면 그녀가 저를 좋아하는 것 맞지요?

3. 오늘 아침 직장에 출근 하는데 로비에서 그녀를 만났어요. 그런데 그녀가 저를 보고 환하게 웃었어요. 그러면 그녀가 저를 좋아하는 것 맞지요?

 
작년에 개정된 DSM-V 에서 망상을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 망상이란 외부 현실에 대한 잘못된 추론(incorrect inference)으로 생긴 잘못된 믿음이며 아무리 이와 반대되는 사실을 밝혀도 이를 바꾸려 하지 않고, 이 믿음은 그가 속한 문화나 사회에서 용인이 되지 않는 것이다. “ 다소 말이 어렵지만 망상의 중요 개념은 아무리 그 생각이 잘 못 되었다고(증거를 들이대면서) 이야기를 해도 바꿔지지 않는 잘못된 믿음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종교인이나 정치인은 대부분 다 망상을 보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그래서 대부분 망상 정의 기준에 종교인은 제외합니다. 내적인 문제는 정의에 포함시키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정의에 보면 숨겨져 있는 중요한 개념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잘못된 추론입니다. 망상이란 현실에 대한 데이터를 잘못 해석하는 것입니다. 즉 망상의 병태생리 기전을 알려면 아주 많은 것을 알아야 하지만 그 중 과연 추론이란 무엇이며 우리는 어떻게 추론을 하는지 생각해보고 가겠습니다.

우리는 학교에서 대표적인 추론 과정으로 귀납법과 연역법을 배웠습니다.  귀납법은 개개의 사실이나 명제에서 일반적 결론을 이끌어내는 추론법인 반면, 연역법은 보편 명제에서 특수 명제를 이끌어내는 추론법입니다. 즉 논리의 체계를 보면 귀납범은 관찰(observation)  가정(hypothesis)  결론(generalization or theory)의 bottom-up 과정의 을 거치는데 반하여 연역법은 결론  가정  관찰의 top-down 과정을 거칩니다. 귀납법은 결론을 미리 내지 않는 개방적 방법 이기 때문에 주로 어떤 연구를 처음 시작할 때 주로 사용되며 역학 조사가 대표적인 것이지요. 반면 연역법은 이미 도출된 결론을 이용하여 그 가설을 검증하고 실제 사용하는데 사용합니다. 제약 회사가 약을 개발할 때 어떤 이론을 가지고 제작할 때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실지로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추론 방식은 이런 것이 아닙니다. 무엇일까요?  바로 귀추법입니다. 귀추법은 관찰  결론  가정 의 형태로 갑니다. 즉 어떤 특정 현상, 사건의 일부를 가지고 결론을 먼저 내립니다. 그리고 그 결론과 관찰만을 떼어내어 논리적으로 문제없는 지만 생각하는 것입니다. 조금 내용이 헷갈리지요. 예를 들어 어느 사막 한 가운데 사는 사람이 아침에 나와 보니 잔디가 촉촉하게 물에 젖어 있습니다. 그러면 이 사람은 생각합니다. 아 어제 비가 왔구나. 여기 까지만 보면 논리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지요.  비가 오면(결론) 마당의 잔디가 젖는다(관찰)…. 하지만 이 사막은 1년 내내 비가 안 오는 곳 이라는 것을 고려하면(또 이 잔디 말고는 다른 어떤 곳도 물에 젖어 있지 않다면) 이러한 추론이 사실적 가치를 지니기는 매우 어렵겠지요. 이 귀추법의 장점은 빠르다는 것이고 따라서 위험에 대처하기 쉽다는 점이지요. 그래서 제가 한적한 길에 우연히 젊은 여자 뒤를 가고 있는데, 그 여자가 갑자기  뛰어 달아나면 아 이 여자가 귀추법을 쓰는 구나 생각하면 됩니다. 물론 우연히 뒤에 가는 저는 좀 기분이 그렇지만 말입니다(각 논리에 대한 정리는 그림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망상이라는 것은 위에서 이야기 하였듯이 잘못된 믿음 입니다. 예를 들어 치매 환자에서 가장 흔하게 보이는 망상으로 내 돈을 훔쳐 갔다는 도둑 망상, 배우자가 바람 피웠다고 의심하는 부정 망상 등이 있습니다. 이들 망상은 특이하게 주로 치매 초기에 많이 나타납니다. 환자들은 돈이 있다는 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지만 이 돈이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할 수 없습니다. 아니 기억하려면 골이 빠개집니다. 환자는 가장 쉬운 그럴듯한 이유를 찾습니다. 아들이 훔쳐갔다…. 그렇게 가정하면 인과 관계가 잘 성립되고(아들이 훔쳐가면 돈을 못 찾는다, 논리적으로 모순이 없지요) 마음도 편해지지요(스스로에게). 마찬가지로 부인이 어디로 간다고 이야기 하고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부인이 어디 간다고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으면 “맞아 마누라가 몰래 바람 피우는 거야” 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것이 망상의 신경학적 모델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왜 아들이 누누이 그게 아니라고 통장을 보여줘도, 부인이 장보러 가서 계속 통화해도 믿지 못할까요? 여기에는 잘못된 추론을 교정하는 뇌의 믿음교정 중추의 손상이 동반되기 때문입니다. 즉 망상은 기본적으로 현상에 대한 왜곡과 이것을 교정할 수 있는 믿음교정의 손상이 동시 다발적으로 나타나야 생기는 증상입니다. 망상에는 너무나 많은 수수께끼와 전문적인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여기에서 이정도 정리하고 가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원시적이고 결함이 많은 귀추법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직종은 어디일가요? 바로 의사입니다. 환자들은 의사가 진단을 이끌어내는 추론 과정이 귀납법이나 연역법을 이용하여 멋지게 진행될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의학에서는 환자에게서 어떤 증상이 있으면 이 증상을 설명할 수 있는 많은 가능성이 있는 병명을 나열합니다. 유능한 의사 일수록 논리적으로 나열할 수 있는 병명이 많고, 또 가능한 가능성을 생각하여 그 순서를 정합니다. 그래서 의사는 환자를 진찰한 후에 환자의 차트 마지막에 진단명(diagnosis)라고 쓰지 않고 rule out(배제해 나간다)이라는 말로 가능한 병명을 나열합니다. 마지막으로 구글과 같이 세계적인 IT 기업은 귀추법적 사고를 무지무지 좋아합니다. 연역법적 사고를 하는 저희 집사람은 제가 어떤 꼬투리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논리의 완벽도가 높습니다(부모가 아이를 잔소리할 때도 말입니다). 하지만 너무 당연하기 때문에 새로운 것이 거의 없는 것이지요. 지구는 중력이 있다, 사물이 떨어지는 것은 중력 때문이다, 사과는 중력에 의해 떨어진다. 아무런 감동이 없지요. 반면 귀추법은 논리의 완벽도는 가장 떨어지지만, 가장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가 있습니다. 포레스트 검프에서 다음과 같은 대사가 나옵니다.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다. 왜냐 무엇을 고를지 모르기 때문이다.” 저는 바보인 포레스트 검프가 말한 인생은 초콜릿 상자라는 말이 인생을 다른 것에 비유한 것 보다 훨씬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어느 날 조는데 사과가 떨어졌다, 그것은 만유인력 때문이다 처럼 말입니다(물론 지금이 아니라 그때 그시점에서). 그래서 바보와 천재는 종이 한 장 차이지요. 

자 그러면 맨 앞에 사연으로 다시 돌아가볼까요?  과연 여러분은 라디오 DJ로서 어떤 이야기를 해주어야 할까요. 아마도 1번경우는 좋아하는 거 맞네요, 2번 경우 좋아하는 것 같기는 한데 좀더 대화를 나누어 보세요. 그리고 마지막 경우에는 “참 행복하신 분이네요. 저도 사실을 오늘 많은 여성분을 만났는데 다들 저를 보고 웃어서 행복했습니다. 달이 빛나는 밤, 아름답네요” 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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