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용태 칼럼] 바른 생활
[곽용태 칼럼] 바른 생활
  • 곽용태 신경과 전문의
  • 승인 2020.08.03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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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용태 효자병원 신경과장

최신 치매 논문 내 마음대로 읽어 보기(14)

- 바른 생활

제목: 건강한 생활 습관과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성(Healthy lifestyle and the risk of Alzheimer dementia: Findings from 2 longitudinal studies).1)

저자: Dhana K, Evans DA, Rajan KB, Bennett DA, Morris MC.

결론: 저자들은 비흡연, 운동, 적절한 음주, 식사, 적절한 인지활동 5가지를 건강한 생활 습관으로 정하고 이를 점수화하여 2,765명을 약 6년 추적한 결과 이들의 알츠하이머 발병을 상당히 낮추었다.

논문명;  Neurology. 2020 Jun 17:10.

최근 급격한 수명 증가와 더불어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환자들이 급속하게 늘어갑니다. 하지만 이에 반하여 치료 약제 개발은 오랫동안 답보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알츠하이머병 발병 후 획기적인 치료가 제한된 현실에서 병이 발병하기 전에 이를 예방하거나 늦출 수 있는 역학 연구 등이 최근 많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특히 일상 생활에서 매일 이루어지는 생활 습관과 알츠하이머병 발병과 연관성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생활 습관은 유전적인 요인과 달리 우리가 이것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특정의 개별적인 생활 습관에 대한 연구는 많이 있지만 위의 연구처럼 여러 생활 습관을 세트로 묶어서 한 연구는 많지 않습니다. 저자들은 1993년부터 시작된 Chicago Health and Aging Project (CHAP) 중 이 연구 조건을 충족시키는 1,845명과 1997년부터 시작된 Rush Memory and Aging Project 중 920명을 대상으로 약 6년간 추적한 코호트 연구의 메타분석 연구입니다. 저자들은 기존의 여러 연구를 통하여 치매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생활 습관 5가지를 선택하여 “예, 아니오”로 점수화하였습니다.

첫 번째는 마인드(MIND, Mediterranean-DASH Diet Intervention for Neurodegenerative Delay) 식이 여부입니다. 이것은 지중해식 식단과 고혈압(DASH) 식단이 혼합된 것으로, 인지 능력 감퇴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되는 다이어트 요법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주로 견과류, 생선, 올리브 등 두뇌 건강에 좋은 메뉴로 구성됩니다. 두 번째는 신체운동 여부입니다. 구조화된 질문지에 연구대상자가 지난 2주간 운동량을 기입하고 이를 이용하여 결정합니다. 세 번째는 흡연 여부입니다. 면담을 통하여 현재 흡연을 하는지 안 하는지 결정합니다. 네 번째는 인지활동 여부 입니다. 역시 구조화된 설문지를 통하여 지난 1년간의 활동을 기록하고 이를 통하여 결정합니다. 다섯번 째는 적절한 알코올 섭취 여부입니다. 이들 결과를 이용하여 (1)MIND 식이 점수가 40% 이상 (2)인지 활동 40% 이상 (3)현재 비흡연 (4)적어도 1주일에 150분이상의 중등도 이상의 신체운동 (5)적절한 음주(여자는 하루에 1–15 g, 남자는 하루에 1–30 g 즉 여자는 하루에 한잔, 남자는 하루에 2잔 정도)를 각 1점으로 건강생활점수(healthy lifestyle score)를 계산합니다(0-5점). 연구자들은 연구대상자를 6년간 추적 조사하면서 알츠하이머병이 얼마나 발생하는지를 확인하였습니다.

이 결과를 이용하여 연구가 시작될 때 연구자의 건강생활점수가 알츠하이머병 발병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콕스비례위험 모델(Cox proportional hazards model)을 사용하여 위험비를 구하였습니다. 또한 연구결과의 신뢰성을 검증하기 위하여 다양한 민감도 검사를 시행하였습니다. 결과는 2,765명을 약 6년간 추적한 결과 608명이 알츠하이머병이 생겼습니다. 건강생활 점수가 0-1인 군에 비하여 2-3인 군이 치매가 생길 위험이 37% 감소(위험비 0.73)하였고, 4-5인 군은 60% 감소(위험비 0.40)하였습니다. 결론은 '바른 생활 습관은 알츠하이머병 발생위험을 상당히 낮출 수 있다. 힘들고 재미없게 살면 치매가 잘 안 생긴다'입니다.

이 논문은 바른 생활 습관을 가지면 치매가 적게 생긴다는 너무나 뻔해 보이는 연구입니다. 사람들은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오래 살수 있을 가를 알기 위하여 제일 먼저 돌아 보는 것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관찰하는 것입니다. 결국 좋은 식사, 적절한 운동, 적절한 음주, 비흡연, 적절한 머리쓰기 등이 치매 예방에 좋아 보인다는 결과를 도출합니다.

그런데 진짜 이런 바른 생활 습관이 치매 예방의 원인인지 아니면 결과인지의 인과 관계를 알기 위해서는 좀더 복잡하고 힘든 연구를 하여야 합니다. 즉 이 병이 생기기전 어떤 시점에서 시작하여 이런 습관을 가진 사람과 안가진 사람을 오랜 시간 추적하여 각 군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는 지 알아야 됩니다. 연구가 시작하는 시점에 치매는 아니지만 병이 이미 시작 된 무증상 환자들이 포함되면 안되기 때문에 이들이 배제되도록 충분기간 추적해야 합니다. 한마디로 돈과 노력이 매우 많이 드는 연구입니다. 아무리 뻔해 보이는 연구라도 이것을 실증하는 연구이기 때문에 가치가 있습니다. 좋은 논문에 실릴 가치가 있는 것이지요. 이런 연구에서 좀더 결과의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좋지만 연구대상자 숫자를 늘리는 것은 매우 힘듭니다. 그래서 저자들은 메타분석 연구를 하였습니다. 메타분석은 동일하거나 유사한 주제로 연구되어진 많은 연구물들의 결과를 객관적으로, 그리고 계량적으로 종합하여 고찰하는 연구방법을 말합니다. 즉 메타분석은 문헌연구가 갖는 제한적인 여러 가지 한계를 넘어서 개별 연구결과들을 통계적으로 통합 또는 비교하여 포괄적이고 거시적인 연구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연구방법이지요.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각기 다른 논문들이 연구 방법론 등이 유사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동질성을 메타분석 하는 제삼자가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듭니다. 논문들마다 숨은 사연이 있는데 자기가 직접 그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으면 그 사적이고 미묘한 사연을 알 수가 없습니다. 많은 논문을 분석하면 할수록 이런 문제점은 점점 커집니다. 잘못하면 사기에 가까워 질 수가 있습니다. 이 연구는 딱 2개의 논문만 메타 분석을 하였습니다. 메타 분석이라고 하기에는 좀 거시기 합니다. 하지만 이 연구의 저자는 이 두 연구에도 공동 저자 중에 한 명입니다. 즉 내부자가 하는 것이지요. 따라서 이 메타분석 연구에서는 연구 대상자의 숫자는 크게 늘리지는 못하였지만 일반화 할 때 생기는 동질성의 문제가 최소화 될 수 있습니다. 데이터의 신뢰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지요. 덧붙여서 이 논문은 연구 결과의 신뢰성 높이기 위하여 또 다른 장치를 합니다. 

오래전 제 친한 친구가 따라 다니던 여자가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 여자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제 친구는 열 번 찍어서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신념으로 열심히 그녀에게 구애를 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 친구가 들뜬 목소리로 저에게 전화하였습니다. 그녀가 드디어 그의 비싼(?) 반지를 받아들인 것입니다. 그들은 너무 행복해 하였습니다. 그런데 한동안 행복해 보였던 제 친구가 어느 순간부터 점점 얼굴이 어두워져 갔습니다. 제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서 물어보았습니다 . 그러자 제 친구가 털어 놓았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행복하였는데 결혼을 앞두고 그녀가 끊임없이 그에게 물어 본다고 합니다.

자기 내가 이쁘지 않았더라도 나를 사랑하였을까?  당연하지, 나는 무조건 당신 뿐이야
자기 내가 나이가 들어도 사랑할 거야? 그걸 말이라고 해
자기 만약 우리 부모가 지금 보다 형편이 나빠도 사랑하였을까?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왜…
자기 내가 직장 안 다니고 살림만 해도 사랑할 거야?  응…….. 당 ..연하지….
만약 신용불량자라도?  그럼..  …
자기 내가 애 안 낳고 살아도 사랑할거야? 응 ….. 그러긴 한데… 우리 이런 이야기는 천천히 하자
자기….  ?  ….(딴 데 쳐다보고 딴 청 부림)

결국 제 친구는 그녀와의 결혼을 포기하게 됩니다. 그녀가 제 친구에게 요구하였던 것은 무엇일까요? 남자는 끊임없는 불굴의 노력 끝에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하고 사랑을 쟁취하였습니다. 남자는 여자가 반지를 받아들이는 순간 모든 것은 끝났다고 생각했지요. 바구니안에 물고기를 넣었다고 생각할 수가 있습니다.

우리가 연구에서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방법으로 원하는 어떤 최적의 결과를 얻게 되면 그것으로 끝났다고 생각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연구를 읽어보는 독자, 다른 연구자 혹은 그 연구를 한 사람조차 과연 이 결과가 탄탄한지(신뢰성 있는지, robust)를 알고 싶을 수 있습니다. 이때 사용하는 방법을 민감도 분석이라고 합니다. 민감도 분석은 기본적으로 “중요 변수나 가정이 바뀐다면(what-if-the-key-inputs-or-assumptions-changed)”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질문입니다. 우리가 데이터를 분석하는 방법을 바꾼다면 결론이 달라지는가 하는 것을 알고 싶은 것이지요. 만약에 이런 민감도 분석을 하였는데도 결과가 비슷하게 나온다면 다른 변수나 모델, 방법 등이 결론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런 경우 결론이 탄탄하다(robust)라고 말 할 수가 있습니다.

연구의 결론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연구일수록 이런 민감도 검사를 권장하지만 2012년 연구에 의하면 최고의 의학논문에서 조차 민감도 분석을 같이 한 경우가 26.7%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아주 권위 있는 논문에서 조차 연구 결과에 대한 안정장치가 미흡한 것이지요. 이 연구는 건강생활습관이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성을 낮추어 준다는 자신들의 가정을 도출하는데 그치지 않고 다른 여러 위험 인자나 연구 방법을 바꾸어 분석하여도 비슷한 결과를 내는 것을 보여 줍니다. 저자들의 결과와 결론이 유효함을 강하게 어필하는 것입니다. 이 논문은 교과서적인 논문의 형식을 보여 줍니다.

여자들은 아무리 비싼 반지를 선물 받아도 그것으로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선물을 대가로 그녀가 한 약속의 중요성을 놓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남자에게 틈만 나면 민감도 분석을 시도 합니다. 우리집이 형편이 어렵더라도, 내가 직장을 다니지 않더라도, 내가 안 예뻐져도, 내가 나이가 들어도, 내가 직장을 다니지 않아도, 내가 애를 낳지 않아도… 라는 변수를 끊임없이 바꾸면서 분석을 시도합니다. 즉 남자가 반지를 자신에게 주었을 때의 생각이 바뀌지 않았는지를 시험합니다. 일종의 약속에 대한 탄탄함(robust)을 확인하고 싶은 것이지요. 남자가 물고기를 바구니에 담았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 그리고 그 방심하는 순간, 그 물고기는 다시 바다로 돌아갈 길을 끊임없이 돌아보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여자에게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는 남자는 아무 생각없이(영혼이 없지만 영혼을 깃들여서), 진짜로 일초도 망설임 없이 큰 소리로 외쳐야 합니다.

“당연하지………..“


사족. 오늘 이야기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바른 생활을 하면 치매가 잘 안 생긴다라는 이야기 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저는 바른 생활이 무엇인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네@버 지식인에서 바른 생활에 대해서 검색해 보았습니다(인터넷에 그대로 따온 것이라 비문이 많은 것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질문; “항상 어른들이 바른생활해라.. 바른어린이가 되어라 라고 말씀하시잖아요. 대체 그 바른생활이 뭘 어떻게 하는거죠. 정말 이해할수 없네요 도통 어른들의생각은“

답; 1)어른들 말씀에서 바른 어린이란 것은 아마도 굳이 공부하거나 학습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보편적인 도덕적 관점에서의 행동을 뜻하는 것입니다. 남의 것을 탐하지 말고 어려운 사람을 측은해 하고 돕는 그런 마음과 행동 말이지요. 2)저 같은 사람입니다. 3)어른들의 말을 잘 듣는 어린이가 바른 어린이입니다. 4)공부잘하는거

여러분은 바른 생활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왠지 2번이 답처럼 느껴집니다. 사람은 자기와 비슷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좋아하지요. 알게 모르게 비슷한 생각, 행동하면 좋은 것이고 그런 것이 바른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예전부터 가재는 게편 이라고 하지 않았나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물론 아주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참고 문헌
1. Healthy lifestyle and the risk of Alzheimer dementia: Findings from 2 longitudinal studies. Dhana K, Evans DA, Rajan KB, Bennett DA, Morris MC. Neurology. 2020 Jun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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