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치매환자는 왜 코로나19에 취약한가?
[칼럼] 치매환자는 왜 코로나19에 취약한가?
  • 양현덕 발행인
  • 승인 2020.09.30 0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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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유행하면서 고령 치매환자의 경우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치매환자는 코로나19의 고위험군으로 치사율이 일반인보다 3~5배 가량 높기 때문이다.

신체 기능이 비교적 온전하다고 여겨지는 치매환자가 코로나19에 취약한 이유는 뭘까?

치매환자는 감염예방 수칙 지키기 어려워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손 씻기, 기침 예절 지키기, 눈·코·입 만지지 않기, 마스크 착용, 사람 많은 곳 방문 자제, 물리적 거리두기 등의 수칙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치매환자의 생활 환경이나 인지 능력을 고려할 때, 치매환자는 이러한 예방 수칙을 지키기 어려워 감염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다. 치매의 정도가 심할수록 이러한 수칙을 지키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 손을 씻어야 한다거나 다른 사람과 접촉을 피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거나 판단하지 못해 확진자가 주위에 있다면 쉽게 노출되어 전염이 된다. 치매환자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 건강한 사람에 비해 감염 위험이 3배 가량 높아진다.

또한, 코로나19에 걸렸어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거나 거부해 다른 환자에게 병을 옮길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치매환자가 많이 모인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일반인의 경우 미열이나 기침 등 코로나19의 초기 증상을 바로 인지해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을 수 있으나, 치매환자는 이러한 초기 증상을 인식하지 못해 진단이 늦어지고 치료 시기를 놓칠 수가 있다.

치매환자는 운동이나 신체 활동이 부족해 기본적인 면역력이 떨어져 감염에 대한 위험도 높다. 또 치매환자의 나이가 많을수록 감염과 사망에 대한 위험이 더 높아진다. 코로나19의 치명률을 보면, 50대는 0.5%에 채 못 미치지만 60대는 1.46%, 70대의 경우 4.35%, 80대 이상에서는 7.20%로 급격히 높아진다. 또 고령인 치매환자의 특성상 고혈압이나 당뇨 등의 기저질환도 영향을 주고 있다.

고령 치매환자일수록 ACE2 유전자 발현이 증가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2(Angiotensin Converting Enzyme 2, ACE2)’는 세포막에 존재하는 수용체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COronaVirus 2, ‘SARS-CoV-2’)는 ACE2에 결합하여 세포에 침입한다. ACE2가 많이 발현될수록 감염위험이 높아진다.

2020년 9월 국내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일반 노인보다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노인에서 ACE2 유전자의 발현이 높아 ACE2가 많이 만들어지며, 치매가 진행할수록 유전자 발현이 점진적으로 증가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고령에서 치매 정도가 심할수록 코로나19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는 이유가 밝혀진 것이다.

APOEε4형 유전자 변이 중증 코로나19에 취약

알츠하이머치매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APOEε4/ε4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으면 알츠하이머병의 발생 위험이 14배 가량 높아진다.

2020년 5월에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APOEε4형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는 경우 중증 코로나19에 취약하다는 것이 확인됐다.

미국 코네티컷 의대와 영국 엑시터 의대의 공동 연구진이 영국 생체은행 코호트 자료를 분석해 알츠하이머 유전자(APOE ε4) 변이와 코로나19 감염의 연관성을 밝혔으며, APOE ε4/ε4 형태의 유전자를 사람은 정상 형태인 APOE ε3/ε3 유전자를 가진 사람보다 중증 코로나19에 걸릴 위험이 2배 가량 높았다. 또한, 해당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리지 않았더라도, 코로나19에 감염될 위험이 증가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치매환자가 코로나19에 취약한 이유가 바이러스 노출 위험성 외에 유전적 변이가 영향을 준다는 것을 시사한다.

참고 문헌

Kuo CL, Pilling LC, Atkins JL, Masoli JAH, Delgado J, Kuchel GA, Melzer D. APOE e4 genotype predicts severe COVID-19 in the UK Biobank community cohort. J Gerontol A Biol Sci Med Sci. 2020 May 26:glaa131. doi: 10.1093/gerona/glaa131.

Lim KH, Yang S, Kim SH, Joo JY. Elevation of ACE2 as a SARS-CoV-2 entry receptor gene expression in Alzheimer's disease. J Infect. 2020 Sep;81(3):e33-e34. doi: 10.1016/j.jinf.2020.06.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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