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치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칼럼] 치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 양현덕 발행인
  • 승인 2020.10.12 08:2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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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2008년 ‘치매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제1차 치매관리종합계획(2008~2011)’을 세웠고, 그 계획에 따라 2011년 8월에 ‘치매관리법’을 제정했다. 나아가, 치매 극복을 위한 범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매년 9월 21일을 ‘치매극복의 날’로 지정했으며, 2017년 9월에는 ‘치매국가책임제’를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위와 같은 법제정과 정책 수립의 일관된 주요 목표 중 하나는 일반 국민의 ‘치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 ‘치매극복의 날’ 행사 및 ‘치매파트너즈’ 양성을 통한 교육과 홍보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치매에 대한 사회의 인식과 이해가 늘어가고는 있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 글에서는 우리가 극복하고자 하는 ‘치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과연 무엇이며, 그러한 부정적인 인식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으며, 그러한 부정적인 인식을 어떻게 개선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부정적 인식은 두려움, 사회적 낙인, 수치심에서 비롯

‘치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질병에 대한 두려움, 사회적 낙인, 그리고 수치심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질병에 대한 두려움은 치매는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는 불치병이라는 불안감과 가족을 해체시킬 만큼 버거운 치매 환자의 돌봄에 대한 부담감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사회적 편견과 수치심은 치매에서 보이는 증상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어리석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치매(癡呆)’라는 다분히 모욕적인 명칭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부정적인 인식 개선을 위해서는 근본적인 치매 치료제 개발이 가장 중요

치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치매는 치료제가 없는 ‘불치병’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노인들은 치매를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치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시키는데 있어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치매를 근본적으로 고칠 수 있는 치료제의 개발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치매 치료를 위해 사용하고 있는 약제는 치매의 증상만을 조절할 뿐 치매의 원인에 따른 치료제는 아니다.

수십 년째 알츠하이머병을 중심으로 치매 치료제 개발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고는 있지만, 대부분의 임상시험이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현재에도 100여 개의 후보물질을 대상으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반가운 소식 중 하나는, 현재 알츠하이머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개발된 ‘아두카누맙(Aducanumab)’이라는 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ood and Drug Administration, FDA)로부터 승인을 받기 위해 심사 중이라는 것이다. 아두카누맙은 알츠하이머병의 원인물질의 하나로 알려진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한다.

미국 FDA는 2021년 3월까지 검토를 마칠 계획이며, 승인될 경우 아두카누맙은 최초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치매 환자의 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옴은 물론이고 치매는 불치병이라는 부정직인 인식을 개선하는 데 획기적인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돌봄 부담 경감도 부정적인 인식 개선에 필요

2019년 6월, 중증 치매 환자가 아내를 살해한 사건에 대해 재판부가 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보석했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이러한 극단적 사례가 아니더라도, 치매는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과 주위 사람들에게 많은 고통을 안겨준다. 이로 인해 폭행이나 학대를 넘어, 치매 환자와 가족을 죽음으로 내모는 경우도 있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치매 환자의 가족 중 절반 가량이 우울증을 경험하며 30% 정도는 자살을, 10% 정도는 치매 환자를 실해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이러한 배경에는 치매라는 질병에 대한 이해 부족이 주 요인 중의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이러한 비극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적극적인 치매 교육을 통해 인식 개선과 이해를 높이는 과정이 필요하며, 돌봄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지원을 적극 확대할 필요가 있다.

현재 다양한 가족지원제도가 있으나 존재를 알지 못해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노인장기요양서비스, 치매가족휴가제, 치매치료관리비 지원, 치매가족 자조모임, 치매가족 돌봄교실, 치매상담콜센터 등의 가족지원제도를 잘 활용하면 돌봄 부담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사회의 치매에 대한 이해로 사회적 낙인 줄여야

치매로 인한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치매 환자와 가족에 대한 차별과 피해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과거에 치매를 노망(老妄)·망령(妄靈) 등으로 치부했다. 서양에서도 가톨릭의 영향력이 막강했던 중세 시대는 치매나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을 ‘죄로 인한 신의 형벌’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치매로 인한 이상행동과 정신증상을 보이는 환자를 ‘악령에 사로잡힌 자’라고 판단하여 혐오의 대상으로 치부했으며, 당시에 만연했던 ‘마녀사냥’의 대표적인 희생양이었다.

21세기 현재도 치매환자에 대한 마녀사냥이 자행되고 있다. 2010년 아프리카 가나에서는 치매 증상을 보이던 72세 노파가 마녀로 몰려 화형에 처해지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2012년 가나에서 실시된 설문조사에 의하면, 아직도 가나 국민의 대다수가 치매 증상을 마법과 결부시키고 있으며, 그 원인은 치매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파악됐다.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는 ‘사회적 낙인’을 ‘어떤 개인이나 단체가 정당성 없이 수치스러움을 느끼고, 배제되며 차별받는 과정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2012년 국제 알츠하이머병 단체에서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24%는 치매 진단 이력을 숨긴 것으로 파악됐다. 주된 이유로는 바로 ‘사회적 낙인’으로, 응답자들은 자신이 치매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주위에서 알았을 때 본인의 생각이나 견해, 대화가 폄하되거나 거절당한 경험이 있고 앞으로도 그런 점이 우려된다고 응답했다. 또한, 40%는 치매로 인한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했으며, 23%는 치매 진단 자체만으로도 친구 관계가 단절되었고, 무려 75%에서 치매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존재한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국내 연구 결과 또한 마찬가지로, 2014년도에 실시된 치매 인식도 조사에 의하면, 일반인 중 70%가 치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인식부족으로 인해 치매 환자에게 사회적 낙인이 가해지고, 이는 조기 진단이나 치료가 늦어지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사회적 낙인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적으로 치매라는 질병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치매(痴呆) 병명 개정에 대한 노력도 함께 이뤄져야

‘치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는 ‘어리석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치매(癡呆)’라는 용어 자체에도 원인이 있어, 한자문화권인 대만은 ‘실지증(失智症)’으로, 일본에서는 ‘인지증(認知症)’으로, 그리고 홍콩과 중국은 ‘뇌퇴화증(腦退化症)’으로 병명을 개정했다.

우리나라도 ‘치매’ 명칭 개선을 위해서 2006년도부터 여러 차례 시도를 해왔으나 아직까지 명칭을 개정하지는 못했다. 정부는 ‘치매’ 명칭 변경을 검토 예정이며 내년 2021년도에 인식도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결론적으로, ‘치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불치병이라는 불안감과 과중한 돌봄 부담에서 비롯된 두려움, 치매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낙인, 치매라는 병명에서 유래한 모욕감·수치심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을 효과적으로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근본 치료제 개발, 돌봄 부담 경감을 위한 제도의 확대와 적극적인 활용, 사회적으로 치매라는 질병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활동, 치매 명칭 개정을 위한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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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용태 2020-10-12 10:12:19
모르는 것 많이 배우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