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아두카누맙은 최초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가 될 수 있을까?
[칼럼] 아두카누맙은 최초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가 될 수 있을까?
  • 양현덕 발행인
  • 승인 2020.11.09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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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는 현재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아두카누맙’의 임상연구와 미국 FDA 허가 심사 단계까지 진행된 경과를 알아보겠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14년 전인 1906년도에 ‘알로이스 알츠하이머’가 최초의 ‘알츠하이머 환자’를 보고했으나, 알츠하이머치매 치료제가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1993년도입니다.

하지만, 최초의 알츠하이머치매 치료제인 ‘타크린’은 간독성이라는 부작용으로 인해 치료제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타크린에 이어 도네페질, 리바스티그민, 갈란타민, 메만틴이 세상에 나온 이후로 무려 17년이 흘렀으나, 더 이상의 알츠하이머치매 치료제는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현재까지의 약들은 모두 ‘알츠하이머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약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현재 ‘알츠하이머치매’를 치료하는 약은 있으나, ‘알츠하이머병’을 치료하는 약은 아직까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알츠하이머치매 치료제’는 있으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없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일까요? 여기에서, 우리가 아직까지 혼용해온 ‘알츠하이머치매’와 ‘알츠하이머병’은 같은 말이 아니냐는 의문이 생기게 됩니다.

‘알츠하이머병’과 ‘알츠하이머치매’는 유사하지만 동의어는 아닙니다. 정확하게는 ‘알츠하이머병’은 병리학적 진단이며, ‘알츠하이머치매’는 임상적인 진단을 의미한다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비정상적인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가 뇌에 쌓이면 ‘알츠하이머병’이 됩니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병’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치매 증상을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해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할 때, 비로소 ‘알츠하이머치매’로 진단하게 되는 것입니다.

도네페질을 포함한 위의 네 가지 약은 ‘알츠하이머병’에 의해 발생한 ‘알츠하이머치매’의 임상 ‘증상’만을 개선시킬 뿐입니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물질로 알려진 비정상적인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을 없애지는 못합니다. 그러므로, 이 약들이 ‘알츠하이머치매’ 치료제인 것은 맞지만, ‘알츠하이머병’의 근본적인 치료제는 아닌 것입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알츠하이머병’을 근본적으로 고칠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를 뇌에서 제거할 수 있는 치료제를 찾기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해 수 많은 임상시험을 했지만, 결과는 실패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러나, 뇌에 쌓인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해서 ‘알츠하이머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희망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아직 살아 있습니다.

최근, 알츠하이머병 치료를 위한 후보물질인 ‘아두카누맙’이 미국 식품의약국(Food and Drug Administration, FDA)으로부터 허가를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연구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아두카누맙은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백신입니다. 스위스의 뉴리뮨(Neurimmune)가 처음 개발했으며, 2007년에 미국의 바이오젠(Biogen)에서 넘겨 받았고, 2017년부터는 일본의 에자이(Eisai)가 공동으로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두카누맙이 최초의 항아밀로이드 백신은 아닙니다. 최초의 항아밀로이드 백신은 에일란(Elan) 제약회사에서 개발한 AN-1792’입니다. 하지만, AN-1792의 2상 임상시험은 2002년도에 실패로 끝났습니다. 뇌에서 아밀로이드를 줄이는 데는 성공했으나 뇌염이라는 치명적인 부작용으로 좌절하고 말았습니다.

AN-1792에 이어 화이자와 존슨앤존슨의 바피네주맙(bapinezumab), 로슈의 간테네루맙(gantenerumab)과 크레네주맙(Crenezumab), 릴리의 솔라네주맙(Solanezumab), 그리고 바이오젠과 에자이의 레카네맙(Lecanemab, BAN2401) 등 다른 항아밀로이드 백신도 임상시험의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반면, 2015년도에 발표된 아두카누맙의 1상 임상시험(PRIME)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어서 뇌의 베타아밀로이드를 효과적으로 제거했으며 치매의 진행도 지연시켰습니다.

이를 근거로 1개의 2상 임상시험(EVOLVE 연구)과 2개의 3상 임상시험(EMERGE와 ENGAGE 연구)가 동시에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던 2019년 3월에 바이오젠은 아두카누맙을 이용하여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 중이던 3상 임상시험을 예비 분석한 결과 치료 효과가 없을 것으로 예측되어 개발을 중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진행 중이던 2상 임상시험도 같이 중단됐습니다.

아두카누맙 개발이 중단될 것이라는 소식과 함께, 1992년에 제시되어 지난 27년 동안 알츠하이머병 연구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던 ‘아밀로이드 가설’도 역사 속의 자취로만 남게 될 운명에 처해졌던 것입니다.

하지만 2019년 10월에, 바이오젠은 진행했던 임상시험 결과를 추가로 분석한 결과 EMERGE 연구의 고용량 투여군에서 대조군에 비해 임상치매척도(CDR-SB)로 평가한 치매 증상이 23%만큼 덜 악화됐다는 것을 확인하고, 치료제 개발을 재개해 FDA 승인을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바이오젠은 ENGAGE 연구가 실패하고 EMERGE의 저용량 투여군에서는 효과가 없었지만, EMERGE 연구의 고용량 투여군에서의 개선 효과를 근거로 2020년 7월에 아두카누맙 승인을 위해 FDA에 우선검토를 요청했습니다. 이에 FDA는 2020년 8월에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카누맙에 대해 우선검토를 적용하기로 승인했습니다. 또한, 바이오젠은 2020년 10월 30일에 유럽의약청에도 아두카누맙 허가를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아두카누맙의 FDA 숭인과 관련하여 전문가들의 의견은 대부분 부정적입니다. 유효성 검증을 위해 별도의 3상 임상시험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개진됐습니다. 최근에 글로벌 투자은행 ‘RBC’는 전문가회의를 통해 신약 승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유효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어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또한, 한 FDA 심사관이 아두카누맙 허가를 지지하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으나, 11월 6일에 열린 FDA 자문위원회 회의에서는 자문위원 11명 중 8명이 유효성 인정에 반대하는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반면, 알츠하이머협회(Alzheimer’s Association)는 11월 6일에 열린 자문위원회 회의에 앞서,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는 현실에서 추가적인 유효성 근거 확보를 위해 또 다른 3상 임상시험을 해야 한다면 수많은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4년이라는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더불어, 시판후 조사연구를 조건으로 아두카누맙 사용을 승인해줄 것을 FDA에 청원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한편, FDA는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심사과정에 들어갈 예정이며, 관련 규정에 따라 2021년 3월 7일까지 승인 검토를 마치게 됩니다.

아두카누맙의 개발사인 바이오젠은 FDA에서 아두카누맙을 조기 승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아두카누맙이 승인될 경우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해 알츠하이머병을 근본적으로 고칠 수 있는 첫 번째 치료법이 될 것입니다.

아두카누맙이 최초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가 될 것인지는 여전히 불확실합니다. 하지만, 아두카누맙이 아니더라도 최초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의 등장은 치매 진료와 환자들의 삶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올 것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참고문헌

Robinson SR, Bishop GM, Lee HG, Münch G. Lessons from the AN 1792 Alzheimer vaccine: lest we forget. Neurobiol Aging. 2004 May-Jun;25(5):609-15. doi: 10.1016/j.neurobiolaging.2003.12.020.

Sevigny J, Chiao P, Bussière T, Weinreb PH, Williams L, Maier M, Dunstan R, Salloway S, Chen T, Ling Y, O'Gorman J, Qian F, Arastu M, Li M, Chollate S, Brennan MS, Quintero-Monzon O, Scannevin RH, Arnold HM, Engber T, Rhodes K, Ferrero J, Hang Y, Mikulskis A, Grimm J, Hock C, Nitsch RM, Sandrock A. The antibody aducanumab reduces Aβ plaques in Alzheimer's disease. Nature. 2016 Sep 1;537(7618):50-6. doi: 10.1038/nature19323. Update in: Nature. 2017 Jun 21;546(7659):564.

Knopman DS, Jones DT, Greicius MD. Failure to demonstrate efficacy of aducanumab: An analysis of the EMERGE and ENGAGE trials as reported by Biogen, December 2019. Alzheimers Dement. 2020 Nov 1. doi: 10.1002/alz.1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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