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용태] 알츠하이머병에서 행동장애 증상군들은 무엇을 의미할까? 14
[곽용태] 알츠하이머병에서 행동장애 증상군들은 무엇을 의미할까?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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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7.24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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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용태
효자병원 신경과장/연세대 외래교수

우울증과 무감동증

"사람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나?
심장 깊숙히 총알이 박혔을 때? 천만에.
불치의 병에 걸렸을 때? 천만에.
독버섯이 든 스프를 마셨을 때? 천만에!!!
사람들에게서 잊혀졌을 때다…!!!" -by Dr. 히루루크(만화 원피스에서)

현대 정신의학에서 우울증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아마도 여러분은 한번쯤 매스컴에서 우울증과 자살에 대해서 캠페인 하는 것을 들어 보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무감동증에 대해서는 별로 익숙하지 않습니다. 무감동증의 정의는 인지장애, 정서적 장애, 의식의 이상 등의 원인이 없이 일상생활 혹은 어떤 대상에 대한 관심, 근심, 동기부여가 없고 목표한 것을 성취하려는 행동이 없는 것을 말합니다. 우울증의 증상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핵심 증상은 일상생활에 관심이 없거나(lack of interest), 우울한(슬픈) 감정 입니다. 즉 무감동증과 우울증의 가장 중요한 진단 기준이 “관심이 없는 것”인데 이 두 증상은 중요한 진단 기준이 일치합니다. 그 외에도 무감동증과 우울증은 많은 증상 들이 비슷하게 나타납니다. 만약 우울증에서 관심이 없는 것 보다는 우울한 기분이 주요 증상인 경우에는 이 둘을 구분하기 어렵지 않지만 “관심이 없는 것”이 주요 증상인 경우라면 이 두 증상을 감별하기 어려울 수가 있습니다. 그래도 젊은 사람은 우울증이 관심이 없는 증상이 주증상으로 나타나더라도 끈질긴 면담으로 아니면 약간의 시간을 두고 추적하면 그 안에 숨어 있는 정서적인 것(우울하거나 슬픈 것)을 발견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무관심이 알츠하이머병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 환자들에게 나타난다면 이 두 증상의 감별이 매우 어려워 질 수가 있습니다. 일단 치매를 가진 노인 환자들은 기억력이나 언어능력이 초기부터 감소하기 때문에 자기의 감정에 대한 정보를 제삼자에게 정확하게 전달하기 어렵습니다. 그 외에 우울증이나 무감동증에서 나타나는 신체증상은 이 증상이 없는 노인 치매 환자에서도 흔히 나타나는 증상입니다(예를 들어 젊은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성기능 장애, 수면장애 등은 우울증이나 무감동증이 없더라도 흔히 보이는 증상이지요).

분명히 둘 사이에는 어떤 병태생리적 차이는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우울증 환자에서 항우울제를 사용 후 우울증과 다른 무감동증이 생긴 경우도 있으며,1 전형적인 우울증 증상을 보이는 환자와 무감동증 환자는 치료약이 다르고, 영상 검사에서도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같은 우울증이라도 알츠하이머병 치매 환자에서 나타나는 우울증은 일반 젊은 사람에 비하여 임상적으로 미묘한 차이가 있고, 항우울제 치료 효과가 젊은 사람에 비하여 크지 않습니다. 2 우리는 여기에서 무감동증과 우울증, 그리고 같은 우울증이라도 젊어서 발병하는 경우와 나이가 들어서 발병하는 경우는 어떤 차이가 있지 않을까(병태생리가 다른) 하고 생각해봅니다. 그 경계는 뚜렷하지 않지만 분명히 어느 정도 구분이 되는 것이 있습니다. 그리고 임상적으로 구분이 되지 않는 경우 뇌영상과 같은 검사에 의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보아도 잘 모르는 부분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러면 조심스럽게 더듬어 가며 이것이 무엇인지 접근해야 하며 시간을 두고 그 경과를 관찰해야 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좀 더 근본적인 것을 하나 짚고 넘어 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과연 사람의 희로애락은 어디에서 오는 것이고 어떻게 진행되며 죽는 순간까지 비슷할까 하는 질문 말입니다. 다시 말하면 젊은 사람과 노인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같은 감정을 보일까 하는 의문입니다. 일전에 소개한 개그콘서트 “소고기 코너” 에서 “소고기 먹으면 모하노…..” 하는 말이 우울증의 주요 증상인 무관심의 표현일까요? 절 뒷방에 앉으셔서 수도하시는 노스님이 "인생은 다 덧없는 것"이라고 이야기 하면 이를 우울증으로 보아야 할까요, 아니면 다른 무엇으로 볼까요? 사람은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기억력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현재 살고 있는 세상보다는 그 뒤에 관심을 가지고 자연스럽게 세상일에 거리를 두려고 하는 경향도 보입니다. 그 거리에는 정서적인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정서적 노화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습니다. 정서적 노화가 좋다 나쁘다 의 이야기가 아니고 과연 그것이 정말로 존재할까, 만약 나타난다면 언제 어떻게 나타날까 하는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신 분석학자로 출발하여 심리사회적발달이론을 개발한 에릭슨 부부는 인간의 심리적 발달을 사회적인 틀 안에서 이해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들은 이것을 이해하기 위하여 다른 사회발달이론가들과 마찬가지로 열심히 다른 사람을 관찰하고 연구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틀을 점차 성인, 그리고 노년으로 확대하면서 남들의 문제가 아닌 자신의 문제로 직면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은 절벽 앞에 서 있는 그리고 무대에서 마지막 대사를 하고 있는 자신들의 감정적인 모습도 보게 됩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심리적 발달 단계 마지막에 나타나는 심리적 노화에 대한 이야기를 연결해보겠습니다.  

첫 장면은 일본애니메이션인 원피스에 나오는 히루루크라는 의사가 한 말입니다. 이 말에서 인간이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그러면 여기서 문제 하나 내겠습니다. 다른 모든 사람이 나에게 무관심(무감동)하면 나에게는 죽음과 같은 의미인데 반대로 만약 제가 다른 모든 사람에게 무관심(무감동)하면 그것은 나에게 어떤 의미이겠습니까?

Reference
1. Barnhart WJ, Makela EH, Latocha MJ. SSRI-induced apathy syndrome: a clinical review. J Psychiatr Pract . 2004 May;10(3):196-9.
2. 알츠하이머병에서 우울증. 곽용태, 양영순, 구민성. Dementia and Neurocognitive Disorders 2014; 13: 27 -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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