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치매약 임상 실패에도 사명감으로 개발 지속"
"두 번의 치매약 임상 실패에도 사명감으로 개발 지속"
  • 최봉영 기자
  • 승인 2021.02.10 17: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한국룬드벡 오필수 대표
한국룬드벡 오필수 대표

오로지 뇌 질환 정복을 위해 꾸준히 한 우물만 파는 기업이 있다. 바로 덴마크에 본사를 둔 룬드벡이다.

1915년 의료 도매상으로 시작한 룬드벡은 초기에는 다양한 질환의 치료제를 취급했지만, 1940년부터는 신경·정신과 질환 치료제 연구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른 만성질환보다 치료제 개발이 복잡하고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오랫동안 한 길만을 묵묵히 걷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칭찬받을 만한 일이다.

특히 최근에는 임상 3상 단계의 치매약 개발이 두 번에나 실패해 큰 손실을 입었음에도 치매약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룬드벡에 있어 치매약 등 뇌질환 치료제 개발은 회사에게 주어진 사명감이라는 게 한국룬드벡 오필수 대표의 설명이다.

한국룬드벡에 몸 담은 지 올해로 20년째를 맡는 오필수 대표에게 룬드벡의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Q, 룬드벡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 룬드벡은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뇌질환 전문 기업으로 덴마크 코펜하겐에 본사를 두고 있다. 1915년에 여느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의료 도매상으로 시작했으나, 이후 제약회사로 전환했다. 초기에는 다양한 질환의 치료제들을 취급했지만, 1940년부터는 한 분야에 집중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더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자 신경·정신과 질환 치료제 연구에 초점을 맞춰 자체 연구개발 진행 중이다.

Q, 룬드벡이 주력하고 있는 파이프라인은?

앞으로도 뇌 질환 관련 약물만을 개발하기 위해 집중할 계획이다. 룬드벡은 우울증, 조현병,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편두통 등 여러 분야에서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다. 신약이 나오기 어려운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룬드벡은 사명감을 가지고 매년 약 800억에 달하는 연구개발비를 이러한 뇌 질환 치료를 위해 투자하고 있다. 혁신적인 정신·신경계 질환 치료제를 개발해 해당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목표다.

Q, 중추신경계에만 집중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룬드벡이 처음부터 CNS 질환에만 집중했던 것은 아니다. 1950년대 삼환계 항우울제(TCA) 개발 과정에서 CNS 질환 관련 경험을 축적했고, 1970~80년대에는 선도적 SSRI계열 항우울제인 시탈로프람을 개발해 덴마크에서 승인을 받았다(1989년). 그 과정에서 신경·정신과 질환 치료제 개발에 필요한 노하우와 역량을 축적하게 됐고,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기타 질환 영역 사업을 과감히 정리했다. 이 때부터 룬드벡은 오직 CNS 질환 치료제 개발에만 전념해 오늘에 이르렀다. 이러한 지향점은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추가로, 예전에는 CNS 전문 기업이라고 표현했지만, 요즘에는 뇌 질환에 보다 초점을 맞춰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다른 질환보다 어려운 영역임은 분명하지만 한 길만을 묵묵히 걸어가려 노력 중이다.

Q, 치매약 에빅사는 출시된 지 오래됐음에도 불구하고 큰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데 그 이유가 뭔가?

사실 치매는 고령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치매국가책임제를 도입하며 치매에 대한 홍보가 많이 됐고, 치매 시장 자체가 커졌다. 에빅사의 경우 중등도에서 중증에 특화돼 있기 때문에 환자의 상태가 악화됐을 때 선생님들께서 에빅사를 많이들 고려하시는 것으로 보인다. 또 에빅사가 기존에 사용되던 치매약인 아리셉트라는 약물과 병용 투여가 가능한데, 병용 투여를 하면 이상행동을 크게 개선한다는 장점이 있어 많이 사용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치매 신약이 미국에서 허가될 예정이라는 말이 있지만, 에빅사는 중등도에서 중증에 특화된 약물이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Q, 치매약 개발 계획과 적응증 추가를 위한 임상 개발 현황은?

안타깝게도 최근 3상 단계의 임상이 두 번 실패한 바 있다. 그 이후 기존 치매약과는 작용 기전이 다른 1상 단계에 있는 제품이 있지만 1상이라 자세히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본사에서 치매 환자 중 폭력성을 보이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약물에 대한 3상 실험을 하고 있다는 정도만 말할 수 있다. 신약 개발 실패가 실망스러운 일이지만 신경·정신과 치료제 개발은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며, 뇌 질환 선도 기업으로 자부하는 룬드벡이 실패에 굴하지 않고, 사명감을 가지고 계속해 나갈 것이다.

Q, 치매 환우들을 위해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올해는 활동 계획은?

규정상 제약회사가 환자 및 환자단체에 직접적으로 도움이나 혜택을 드리는 특정 활동을 할 수 없게 돼 있다. 때문에 이전에는 ‘세계 치매극복의 날(매년 9월 21일)’을 맞아 치매 조손가정에 도움을 드리는 활동을 한다던가, 복지관 같은 시설에 직접 방문해 노인분들이나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정서적 안정을 위해 꽃꽃이 활동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활동을 직원들과 함께 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직접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어려워져서 작년부터는 치매조손가정에 후원금을 전달하고 요양원에 치매예방을 돕는 손놀이 교구를 직원들이 직접 집에서 만들어서 기부하는 새로운 방식의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올해 역시 비대면 환경에서 치매환우 혹은 주변인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들을 계획하려 하고 있다.

Q, 한국룬드벡에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결국 제약회사는 제품력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우수한 제품을 한국상황에 맞게 출시하는 것이 지사의 중요한 평가 요소다. 개발단계 임상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 많은 신약들이 한국 시장에서 허가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Q, 추가적으로 하고 싶은 말은?

뇌 질환은 인식개선이 필요한 질환으로 앞으로 연구해야 할 부분이 많은 분야다. 한국에서는 정신건강의 날을 4월 4일로 지정하고 있는데, 세계적 흐름과 함께 하는 것이 인식 개선 측면에서 더욱 효과적이라는 판단 하에 재작년부터 10월 10일 세계 정신건강의 날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작년에도 10월 한 달 동안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의 재능기부를 통해 라디오 캠페인을 함께 진행한 바 있다. 올해에도 뇌 질환 인식개선을 위해 본사와 적극 협력할 계획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