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용태] 알츠하이머병에서 행동장애 증상군들은 무엇을 의미할까? 16
[곽용태] 알츠하이머병에서 행동장애 증상군들은 무엇을 의미할까?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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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8.08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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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용태
효자병원 신경과장/연세대 외래교수

이혼합시다, 아니 해혼(?)합시다.

20년 이상 산 부부의 이혼율이 신혼부부보다 높다는 통계가 나왔다. 일본에서는 졸혼(卒婚), 일본어로는 소츠콘이라는 헤어짐이 유행이다. 해석 여하에 따라서 광의의 황혼 이혼으로 볼 수가 있다. 하지만 졸혼은 이혼이 아니기 때문에 가족 공동체를 유지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2017년 2월 16일 금강일보 기사 중--

1964년 어느 겨울, 짐을 싸고 있는 헨리(Henry)는 마음이 착잡하였다. 그는 노인 심리에 대한 수년간 연구 끝에 3년 전 Growing Old 라는 책을 출판하였다. 그는 이 책에서 노인이 되면 정신적, 사회적으로 사회와 분리 되어야 한다는 분리이론(disengagement theory)을 주장하였다. 이 주장은 엄청난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곧 이 논문의 방법론, 타당성, 실효성 등에 대한 거친 반론이 이어졌다. 동료인 커밍스는 이 연구를 더 진행하고 싶었으나 그는 이제 이 세계에서 탈출하고만 싶었다. " 이제 다 끝난 거야, 워싱턴으로 돌아가 다른 연구를 할 거야, 이제 여기는 돌아보지 않는다, 이 지긋지긋한 곳을"

최근 방송에서 졸혼에 관계된 예능이 방영되면서 졸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결혼을 졸업한다는 의미의 졸혼은 일본에서 만든 말입니다. 이 조어는 어떤 일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거나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일본 사람다운 표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 사람의 정서에서는 졸혼이란 이혼이지 이게 어떻게 다를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한국도 많이 개인화 되었지요. 점점 더 가족, 사회, 국가라는 개념보다는 “나” 라는 개념이 더 큰 가치를 가지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예전에도 부부가 사이가 좋지 않으면 한집에서 각방 살면서 따로 취미를 가지고 서로 간섭하지 않은 부부들도 많았고 이를 별거라고 표현하였던 것 같습니다. 최근 유행하는 졸혼에 대한 관심은, 졸혼이라는 사회적인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본인 스스로가 결혼의 의무로부터 해방되고, 개인의 권리를 주장하고자 하는 욕망의 표현인 것 같습니다.

인도에 가면 타지마할이 있습니다. 이 타지마할은 인도 무굴 황제 타자한이 왕비를 사랑하여 죽은 후에도 영원히 같이 있고 싶어 만든 무덤, 아니 궁전입니다. 하지만 인도에는 해혼(解婚)이라는 풍속도 있습니다. 해혼이라는 것은 브라만 계층에서 사람을 묶는(結) 결혼(結婚)을 하여 아이를 낳고 잘 키워서 다시 이들이 결혼하게 되면 이 묶였던 결혼을 푸(解)는 해혼을 합니다. 간디도 37세 때 부인과 정식으로 해혼식을 하였다고 합니다. 브라만 남자들은 해혼 후 대부분 숲으로 들어가 수행을 한다고 합니다. 한 인간으로서 존재에 대한 의미를 찾아 나가는 것이지요. 부부가 영원히 같이 하겠다는 사람도 있고, 때가 되면 부부와 해(解) 하겠다는 사람도 있는 것이 인생인 것 같습니다.

이차세계 대전을 승리한 미국은 전후 경제적 풍요를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경제적 풍요는 폭발적인 노인인구의 증가를 가져왔고 따라서 노년의 사회행동심리적 현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시카고 대학을 중심으로 칸사스 지역에서 40-85 세를 대상으로 이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습니다. 헨리는 이 프로젝트의 심리학자로서 참여하였고, 그 연구 결과를 1961년 커밍스(Cummings)와 공동저자로 Growing Old 라는 책을 통하여 발표하였다. 이들은 이 책에서 분리이론(disengagement theory)을 주장하며 노인에 대한 9가지 기본 공준(postulate)을 제시하였습니다.1 그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노인은 젊은이에 비하여 건강이 약화되고 죽음을 맞게 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개인의 입장에서 최적의 만족과 사회체계의 입장에서의 중단 없는 지속성을 위하여 노인과 사회는 상호간에 분리되기를 원한다. 이러한 분리는 정상적이고 피할 수 없는 것이며 분리는 크게 사회적 분리와 개인적 분리로 구분된다. 즉 노화는 필연적인 것이고 노인과 사회 간에 상호 분리(withdrawal, disengagement) 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다시 말하면 노인에게는 노인의 독특한 특징이 있으니 이를 일반인의 관점에서 보지 말라고 하는 것입니다. 선거한다고 불러 대지 말고, 가족과 화목해야 한다고 강요하지 말고, 동네 노인정 꼭 가야한다고 채근하지 말고, 자꾸 헬스장에서 운동하라고 윽박지르지 말고, 노인을 모르면 그냥 내버려둬라(?) 는 것 입니다. 이 이론에서 분리는 수동적이고, 사회적 소외가 아닙니다. 분리는 자연적인 것이며 이를 통하여 내면을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을 좀 더 주자는 것 입니다. 분리이론은 사회학자 들이 연구해서 만든 첫 사회적 노화 이론입니다. 이 이론이 처음 발표 되었을 때에는 노화의 거대이론(grand theory)으로서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논리성, 조작성, 경험성, 그리고 실용성 등 에 대한 수많은 비난 끝에 그 명맥이 끊기고 말았습니다. 이와 관련된 학자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졌고 더 이상의 의미 있는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저자들은 분리라는 용어를 부정적으로 기술하지는 않았지만 이 분리(disengagement)라는 말은 알게 모르게 부정적인 의미로 각인되고 말았습니다(아마 지금까지도 그런 것 같습니다). 이 부정적인 생각을 의식해서 톤스탐(Tornstam)이 분리이론에 불교의 선 사상, 펙(Peck)의 중노년기 발달이론 등을 참조하여 노년 초월(Gero transcendence)이라는 노인 심리 이론을 재창조하였습니다. 2 저는 개인적으로는 많은 환자나 환자 보호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분리(disengagement) 나 노년초월 측면을 봅니다. 즉 세상 범사에 대한 초월입니다. 이게 심해지면 가족들이 우울증 생겼다고 걱정하는데 실지로 초월적 사고를 가진 환자는 정서적 동요가 보이지 않는 것을 경험할 수가 있습니다.

저는 많은 노인 환자를 본 사람으로서 분리이론이나 노년초우월 이론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왜 이 이론이 그렇게 냉대 받았을까요? 개인적으로 이 이론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 이유가 첫 번째로 당시에는 지금보다 수명 짧아서 이 이론에 대응이 안 되는 노인들이 많았고 두 번째로는 사회적 실용성이라는 문제점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 노인은 우리와 다르고 그냥 내버려두면 되” 라고 생각하게 되면 수많은 의사들, 물리치료사들, 그리고 이와 연관된 산업에 엄청난 문제가 오겠지요. 사람과 사회는 논리적인 것을 수용하기도 하지만 수용하기 때문에 논리적이기도 하지요. 이 이론은 그때나 지금이나 사회적으로 수용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은 분리나 노년초월을 생물학적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하는 것 입니다. 저는 일부 생물학적인 증거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는 기회가 되면 다시 하겠습니다.

인간이 결혼하고 그것을 끊는 것도 여러 가지 형태가 있지요. 배우자의 사별로 어쩔 수 없이 그 줄이 끊어지기도 하지만, 다른 형태도 가능할 수 있지요. 이혼이나 별거와 같이 감정적 앙금을 남기는 방법도 있고 최근 유행하는 졸혼도 있지요. 제 개인적인 편견은 졸혼은 좀 더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고자 하는 의미가 있는 것 같고 해혼은 좀 더 영적이거나 초월적인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노인에게 있어서 분리나 초월 역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공헌한 가족이나 사회를 떠나 좀 더 자기 자신의 내적인 면을 바라보고자 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인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오늘도 뇌졸중으로 반신마비 있으신 90세 할머니와 실랑이 합니다. 물리치료 받으시라고, 한번이라도 더 하시라고, 그러면 할머니 말씀하십니다. “야 이놈아 살면 내가 얼마 더 산다고 가냐, 냅떠라” 순간적으로 저도 저 나이에 젊은 의사가 윽박지르면 싫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노인 환자를 보다 보면 가끔 무엇이 옳은 지 또 무엇이 틀린 지 모를 때가 있습니다.

후기: 칼럼을 쓰다가 해혼이라는 말을 알게 되었고 그 의미가 칼럼 내용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인용하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해혼에 대하여 여러 경로로 알아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영어명, 실지로 인도사회에 존재하는지 조차 정확한 문헌을 찾지 못하였습니다. 국내에 해혼에 대한 수많은 인터넷, 방송, 책도 특정인의 말을 반복 인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인도 대사관에 이메일을 통해서 질의해도 답이 없었고 인도 사람에게 물어봐도 정확한 답을 못 들었습니다. 간디의 삶도 조망하였으나 뚜렷이 발견하지 못하였습니다(그리고 그의 사적인 삶도 미스터리 합니다). 따라서 이 용어가 정확하게 존재하는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논지의 비유를 위해서 유용하기 때문에 인용하였습니다. 혹시 독자 중에 정확한 영어 명칭이나 유래를 아시는 분은 제보 부탁합니다. 감사합니다(이와 관련된 내용은 추후 지면이 허락하면 다시 올려보겠습니다).

참고문헌

Cummings, E., & Henry, W. (1961). Growing old: The process of disengagement.New York: Basic Books.Tornstam, L. (2005). Gerotranscendence-A Developmental Theory of Positive Aging. New York: Springer Ppublisihing 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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