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의연, 요양병원 인증 강제…국내 의료현실 무시 법안
바의연, 요양병원 인증 강제…국내 의료현실 무시 법안
  • 조재민 기자
  • 승인 2021.05.03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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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요양 시스템 붕괴 촉발 우려…법안 철회 요구

요양병원의 인증 획득을 강제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내 의료현실을 무시한 개악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근본 해결책이 동반되지 않은 법안에 따라 위태롭게 유지되고 있는 장기요양 시스템의 붕괴와 의료현장 현실 왜곡을 초래-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요양병원 병상 및 서비스 정상화를 위해서는 수가 개선, 사무장병원 척결, 사회적 장기 요양 인프라 구축이라는 근본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3일 바른의료연구소(바의연)는 최근 이종성 의원(국민의힘, 보건복지위)이 대표발의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철회를 촉구했다. 

해당 법안은 의료법 제58조의4제2항에 따라 복지부장관은 요양병원이 인증신청을 하지 않은 경우나 불인증을 받은 경우 인증 시까지 의료업 정지가 가능함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바의연은 해당 법안의 내용의 분석을 통해 오류와 문제점을 분석했고, 관련 개정안에 대한 철회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법안 필요성 원인과 전제 오류로 잘못된 결론 도출

먼저 바의연은 해당 법안의 필요 원인과 그 전제에 대한 오류가 있어 잘못된 결론을 도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성 의원에 따르면 국내 요양병원은 `19년 기준 1,577개이며 병상 수는 30만 2,840개로 연평균 11.7% 늘어나 인구대비 병상 수는 OECD 평균의 두 배 수준이다.

요양병원 병상의 과다공급은 지나친 경쟁을 유발해 의료비 부정청구, 비용절감으로 인한 의료서비스 질 저하, 각종 환자 안전사고 발생의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또 코로나 19로 인한 요양병원 환자의 집단감염 사례가 계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요양병원의 환자 안전관리 강화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한 해결책으로 요양병원에 대한 의료기관 의무인증제 준수와 인증 실패 시 의료기관 영업을 중단시킬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한 것이다.

하지만 바의연이 분석한 결과는 이와 상반되고 있다. 

상대적 저수가로 인해 요양원 등의 일반 요양시설과 비교해 비용 차이가 크지 않고, 요양원의 시설낙후와 상대적 고비용에 따라 요양병원 수요가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또 가족구성 변화와 노인 중심의 1인 가족증가 등 본인 재택요양이 현실적으로 어려지고 있어, 장기요양과 치료 등의 서비스 수요 확대로 요양병원 이용이 늘고있다는 것이다. 

특히 요양병원들이 지나친 경쟁에 따른 부정청구와 비용절감을 위한 의료서비스 질 저하와 환자 안전사고 발생도 원인과 결과가 잘못 연결됐다고 꼬집었다. 

서비스 질 저하의 중요한 원인은 요양병원의 낮은 수가이며, 부당청구와 과도한 비용절감은 상당 수 요양병원이 사무장병원과 일부 한의사 개설 요양병원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경쟁이 생길 수 있는 선순환 구조의 마련이 우선임에도 과도한 규제로 경쟁이 아닌 생존과 현실 안주에 급급하게 만드는 정부 규제가 문제라는 의견이다. 

바의연은 “수가 개선으로 의료 서비스 재투자 여력을 만들어주고, 사무장병원을 적극적으로 적발해 불법 의료행위 근절이 중요하다”며 “지역사회와 요양병원 및 요양원 등의 협력해 요양 인프라를 유기적으로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기관 인증평가 제도의 획기적인 개혁 필요

의료기관 인증평가 제도의 획기적인 개혁 없이는 의료시스템 왜곡만 일어난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즉, 현재 인증평가가 지켜지지 못하는 이유는 저수가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의료기관들이 시설 및 인력 부분에서 지키기 어려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탓이라는 설명이다. 

대부분 인증 기준이 우리나라의 수가 체계나 보험 체계와는 다른 외국 선진국들의 기준을 많이 차용했고, 사회적 이슈 발생 시 해당 분야의 기준만을 강화하는 식의 단기 처방이 이뤄졌기 때문이라고도 지적했다. 

바의연은 “복잡하고 많은 인증 평가 기준을 간소화 하면서도 실효성 있게 바꾸고, 의료기관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함으로써 의료기관이 기본은 지키면서도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인증 획득을 하지 못하면 페널티를 주는 방식이 아닌, 인증 획득 시 인센티브를 주는 포지티브 방식을 채택해 의료기관의 발전을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해당 개정안의 통제 정책 악용 지적

해당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악용 우려도 제기했다. 해당 의료법 개정안이 정부의 의료기관 통제 정책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안은 현재는 요양병원만이 인증 획득 강제화의 1차 대상이 되지만, 앞으로 정부는 인증 제도를 무기로 삼아 중소병원, 종합병원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의원급 의료기관에까지 지배력을 넓힐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다. 

따라서 해당 법안은 요양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의료기관의 문제이며,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의사 및 전체 보건의료인들의 생존권 및 업무 환경과 관계된 문제라는 의견이다. 

바의연은 “근본 해결책이 동반되지 않는 무리한 요양병원 규제책은 현재에도 위태롭게 유지되고 있는 대한민국 장기요양 시스템의 붕괴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며 “국회가 앞서 말한 문제점들을 다시 한 번 면밀히 검토해 법안을 철회시켜 줄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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