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전신통증이 치매 발병 징후? "위험도 40% 넘게 증가"
흔한 전신통증이 치매 발병 징후? "위험도 40% 넘게 증가"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1.08.1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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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마크 코호트 '프레이밍햄 심장 연구' 10년 장기 추적 보고

'흔하게 발생하는 전신통증(Widespread pain)이 치매 발병의 초기 증상일 수도 있다?' 

10여 년간의 장기간 추적관찰 데이터를 근거로 한 최신 코호트 분석 연구 결과를 통해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진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전신통증과 치매, 알츠하이머병 사이에 연관성을 놓고 분자생물학적인 기전까지 파악해본 것은 아니었으나, 전신통증 환자에서는 치매 발병 위험이 절반 가까이 증가한다는 사실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최근 의료계에 따르면, 이러한 내용을 담은 코호트 연구 결과가 미국마취통증의학회 공식저널인 'Regional Anesthesia and Pain Medicine' 8월 16일자에 게재됐다.

무엇보다 해당 결과가 심혈관질환 예방 분야에 랜드마크 코호트 연구로 손꼽히는 '프레이밍햄 심장 연구(Framingham Heart Study)'를 기반으로 했다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결과의 핵심은 이렇다. 전신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서는 모든 원인에 기인한 치매가 43%, 알츠하이머 치매 47%, 또 뇌졸중 발생 위험도도 29% 증가시켰다.

연구의 책임저자인 중국 충칭의대 Kanran Wang 교수팀은 "전 세계적 공중보건 문제로 떠오른 치매의 발병시점을 예측하거나 질환의 상태를 확인하는 데 학계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라며 "이번 결과로 전신통증은 모든 원인에 기인한 치매 및 알츠하이머병 치매, 뇌졸중에 주요 위험인자로 고려해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대표적 코호트 '프레이밍햄 심장연구' 활용, 치매 위험 평가에 10년 추적관찰 

전신통증은 대표적인 다발성 근골격계 통증 외에도 다양한 증상을 보고하는 전신질환으로 알려졌다. 흔하게는 피로감을 비롯해 정신 심리적 문제, 감각이상, 인지기능 감소, 어지러움,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들에서도 빈번히 나타나는 것이다.

연구팀은 'Framingham Offspring Study' 코호트 자료를 기초로, 1990년~1994년까지 등록된 환자들의 통증 데이터를 비교 분석했다. 분석에는 총 2,464명의 자료가 활용됐으며 전신통증 환자 347명(14.1%)과 전신통증이 없는 인원 2,117명(85.9%)이 비교됐다.

여기서 임상 대상자들의 자료에는 상지와 하지, 등과 목 4개 영역에 통증을 가진 관절들을 표시케 하고, 양측 손과 발에 추가 다이어그램을 달도록 했다. 이렇게 평가된 전체 통증부위 점수는 0~54점까지로 구분을 뒀다.

아울러 통증 점수를 기준으로 전신통증을 가진 환자와 그렇지 않은 경우로 분류했고, 전신통증이 없는 후자의 범주에는 관절통이 없는 인원과 류마티스 질환 평가지표인 American College of Rheumatology 기준을 만족하지 않는 통증 환자들도 모두 포함됐다.

논문을 통해 연구팀은 "분류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인지기능 저하 및 치매가 발생하는 시점과 뇌졸중 유병률을 놓고 각각 모니터링을 진행했다"면서 "다양한 잠재적 교란인자들을 파악하기 위해 고혈압을 비롯한 당뇨병, 체질량지수(BMI), 흡연여부, 알코올 섭취량, 식이습관, 직업고용 상태, 우울증, 소득수준, 신체활동, 교육정도 등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연구의 일차 평가지표는 평균 10년간의 추적관찰 이후, 모든 원인에 기인한 치매 발생이었다. 

#치매 초기 전신통증 발현? 새 가설 등장 "근육통 SSRI 투여 긍정적 효과 짚어봐야"

그렇다면 연령, 성별, 동반질환 등 공변량(covariates)을 보정한 분석 결과는 어땠을까.

전신통증을 가진 환자에서는 비교군 대비 모든 원인에 기인한 치매 발생 위험이 43% 높았다. 또 알츠하이머병 치매 발생 위험은 47%까지 올라갔던 것. 

더불어 평균 추적관찰 15년을 진행한 뇌졸중의 경우엔, 전신통증을 가진 환자들에서는 비교군에 비해 발병 위험도가 29% 증가했다.

상대적으로 치매나 뇌졸중 발생 위험이 높은 65세 이상 고연령대에서는 이러한 수치 차이가 일부 더 벌어졌다.

해당 연령층의 경우, 전신통증을 경험했을 때 모든 원인에 기인한 치매 및 알츠하이머병 치매, 뇌졸중 위험도가 각각 39%, 48%, 54%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연구팀은 전신통증 발생과 인지기능 장애의 연결고리를 놓고 생활습관 차이에 주목했다.

실제 프레이밍햄 연구에서도 전신통증을 가진 심혈관질환자들은 사망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은 저조한 신체활동, 나쁜 식이습관, 음주, 부적절한 BMI 지수를 보고했던 것.

특히, 신체활동이 가장 낮은 구간에 속하는 하위 20% 인원들에서는 상위 20% 구간에 속한 인원 대비 치매 유병률이 50% 증가하는 경향성이 포착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전신통증은 인지기능에 직접적인 장애를 초래할 수도 있다"며 "통증은 지극히 주관적인 척도지만 극심한 통증을 경험한 인원들에서는 주의력 분산 등 인지 처리 과정에 영향을 보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가능성으로는 전신통증이 치매의 초기단계에서 발현된다는 가설도 나온다.

앞선 임상들에서도 중추신경계(CNS)가 통증을 증폭시키고, 또 이렇게 발생한 통증은 동시에 CNS에 영향을 주고 받는다고 보고했다. 여기서 만성 통증은 뇌의 회백질 부위를 감소시키며, 극단적으로는 우울증이나 불안감, 인지 소실에도 어느정도 영향력을 나타낸다고 의견을 낸 것이다.

한편 이번 전신통증과 치매, 뇌졸중에 연관성을 파악한 논문에는 전문가 코멘터리가 달렸다. 미국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 마취통증의학과 Michael Hooten 교수는 "전신통증 환자에서 치매나 뇌졸중 발생 위험이 40% 이상으로 높게 나온 것은 놀라운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전신통증이 인지기능 감소나 분자생물학적 기전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 남았지만, 대표적 다처방 항우울제 계열약제인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s, SSRI)'가 근육통이나 근막통증(myofascial pain) 환자 치료에 긍정적 효과를 보이는 것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논문>Wang K, Liu H. Association between widespread pain and dementia, Alzheimer's disease and stroke: a cohort study from the Framingham Heart Study. Reg Anesth Pain Med. 2021 Aug 16:rapm-2021-102733. doi: 10.1136/rapm-2021-102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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