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장애 잡는 당뇨약‧파킨슨병 노린 치매약 가능할까
인지장애 잡는 당뇨약‧파킨슨병 노린 치매약 가능할까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1.10.07 17: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IC-KDA 2021| 당뇨병약 DPP-4 억제제 및 치매약 도네페질 리포지셔닝 연구 공개

시판 중인 치료제의 부가적인 혜택을 활용해 신약을 재창출해내는 이른바 '약물 리포지셔닝(drug repositioning)' 흐름이 퇴행성 뇌신경질환 영역에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제2형 당뇨병 분야 다처방약제인 DPP-4 억제제의 인지장애 개선 혜택 평가와, 파킨슨병 환자의 보행장애를 치료하는 목적으로 현행 치매치료제 도네페질을 담금질하는 방안이 그것이다. 

올해 대한치매학회가 주관한 국제컨퍼런스 IC-KDA 2021 (International Conference of Korea Dementia Association) 정기학술대회서는 약물 리포지셔닝과 같은 최신 국내 임상 결과가 다수 공개됐다.

먼저, DPP-4 억제제가 가진 인지장애 개선 혜택에는 일부 가능성이 확인됐다.

인제의대 상계백병원 신경과 정성호 교수와 연세의대 신경과 이필휴 교수가 진행한 해당 연구는, 당뇨병성 알츠하이머병 관련 인지장애(diabetic Alzheimer’s disease-related cognitive impairment, 이하 ADCI) 환자들이 주요 대상이었다.

연구를 살펴보면, 총 282명 ADCI 환자들의 의무자료가 후향적으로 평가됐는데 이들 모두는 PET 영상검사(18F-florbetaben amyloid PET image)상 양성 소견을 보였다. 

환자군은 세 개 그룹으로 분류됐다. 당뇨병을 진단받고 DPP-4 억제제 치료를 받는 환자군(ADCI-DPP-4i+) 70명과 당뇨병은 진단받았으나 DPP-4 억제제를 사용하지 않는 환자군(ADCI-DPP-4i-) 71명, 당뇨병을 진단받지 않은 환자군은 141명이었다.

이후 다중선형회귀분석(Multiple linear regression analyses)을 통해 대뇌 피질 영역에서 측정된 전체 및 국소 아밀로이드 잔류량을 각각 비교했다. 또 종단적 변화(longitudinal changes)를 비교하기 위해 간이정신상태검사(Mini-Mental State Examination, 이하 MMSE) 점수도 평가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DPP-4 억제제 치료를 받는 ADCI 환자군에서는 전반적인 아밀로이드 부담(amyloid burden)이 낮게 나왔다.

ADCI-DPP-4i(+) 환자군의 경우, ADCI-DPP-4i(−)와 비당뇨병성 ADCI 환자군보다 아밀로이드 부담이 낮았다. 이는 성별을 비롯한 연령, 교육수준, 인지상태, APOE ε4 상태를 보정한 결과기도 했다.

아울러 DPP-4 억제제 치료군에서는 대뇌 측두-두정엽(temporo-parietal areas) 영역에서의 아밀로이드 부담도 낮게 관찰됐다. 또 종단적 분석 결과, DPP-4 억제제 치료군에서는 ADCI-DPP-4i(−) 환자군 대비 MMSE 점수 및 기억회상점수(memory recall sub-score) 감소를 늦추는 것으로 보고했다.

연구팀은 "DPP-4 억제제의 사용은 뇌 아밀로이드 부담을 줄이고 당뇨병성 ADCI 환자의 장기간 인지기능에도 긍정적인 결과를 제시했다"고 판단했다.

#국내 EASE-PIGD 연구 예비조사 발표, 도네페질 파킨슨병 개선혜택 어땠나?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아세틸콜린분해효소억제제(acetylcholinesterase inhibitors, 이하 AChEI) 계열 치매치료제의 개선혜택을 확인한 연구 결과도 주목해볼 만하다.

이와 관련, 경희대병원 신경과 유달라 교수팀이 진행한 'EASE-PIGD 연구'의 예비조사 결과는 올해 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해당 연구는 치매 치료제로 널리 처방되는 AChEI를 이용해 파킨슨병 환자들의 뇌 대사활성과 보행장애(gait disorder) 및 자세 불안정(postural instability) 개선 효과를 저울질한 것이 핵심이다.

현행 치매약제는 작용기전에 따라 AChEI 계열 및 NMDA 수용체 길항제, 두 가지로 구분된다.

AChEI 계열 약제는 기억 및 학습 관련 영역에 관여하는 콜린아세틸 전이효소에 작용하는 기전. 도네페질(Donepezil) 및 리바스티그민(Rivastigmine), 갈란타민(Galantamine) 등이 이에 속한다.

또 NMDA 수용체 길항제는 수용체에 작용해 세포독성을 줄이고 인지기능 저하를 낮추는 약물로, 메만틴(Memantine)이 대표적이다.

유 교수팀이 진행한 이번 연구에는, AChEI 계열 도네페질을 사용했다. 도네페질의 경우 경도 및 중등도 알츠하이머형 치매 치료를 비롯한 중증 알츠하이머형 치매에도 적응증을 확대했다.

연구를 살펴보면, 이중맹검-무작위 위약대조군 방식으로 진행된 임상에는 파킨슨병 환자 19명이 등록됐다. 이들을 AChEI 치료군 9명과 위약군 10명으로 구분해, 12주간의 비교 평가를 실시했다.

이때 도네페질의 투약 용량은 처음 4주간은 하루 5 mg으로 용량을 시작해, 이후 8주간 하루 10 mg까지 증량했다.

일차 평가변수는 PET 영상검사(18F-fluorodeoxyglucose PET scan)를 통해 12주간 뇌의 국소적 대사활성 변화를 파악했다. 이차 평가변수는, 트레드밀 검사 기반 정량적 보행 분석(quantitative treadmill-based gait analysis)을 실시해 4주차 및 12주차 보행 변화를 비교했다. 이러한 자료 분석에는 비모수 Mann-Whitney 검정(Non-parametric Mann-Whitney test)이 이용됐다.

그 결과, 도네페질 치료군에서는 투약 12주차 이후 위약군 대비 우측 보조 운동 영역의 국소 대사활성이 유의하게 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도네페질 치료군의 경우 보행 속도 및 보폭이 개선되지는 않았으나, 치료 4주차 측방 비대칭 변동계수 및 12주차 환자 무게중심의 전후 변동성이 유의하게 감소한 것으로 보고했다.

유 교수팀은 논문을 통해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12주간의 도네페질 연구는 AChEI 치료가 환자의 보조 운동 영역의 활성을 변화시키고, 보행과 관련한 측면 비대칭 및 전후방 변동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결과를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후 연구에서는 파킨슨병 환자들의 병리학적 뇌 대사작용과 보행장애에 미치는 AChEI의 장기적인 영향력을 평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