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아두카누맙…대규모 시판후조사 "환자 모집 확대"
기로에 선 아두카누맙…대규모 시판후조사 "환자 모집 확대"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2.02.0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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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젠 4상임상 ENVISION 연구 5월 돌입 "인종적 다양성 늘려"
사진: 미국 알츠하이머 환자단체(UsAgainstAlzheimer's) 홈페이지.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 항체치료제에 대한 미국내 보험 적용기준(초안)이 공개되면서 제약·산업계의 물밑작업도 한층 가열될 조짐이다.

알츠하이머 분야에 최초의 표적약 깃발을 꼽은 바이오젠이 최근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 4상임상(시판후조사)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 및 라틴계 인종의 임상참가자 비율을 최대 18%까지 늘린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이는 미국 메디케어 및 메디케이드 보험서비스센터(CMS)가 지난달 중순 발표한 드래프트 가이드라인을 통해 아두카누맙의 치료비용 보장 범위를 "정부기관이 인정한 적격 임상에 등록된 환자들로 제한한다"는 기조를 세운 것에 대한 여파로 풀이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바이오젠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4상임상 'ENVISION 연구' 계획을 통해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 아두카누맙의 영향력을 평가하기 위해 인종의 다양성을 확대하는 데 최우선의 목표를 뒀다"고 밝혔다.

위약-대조군 방식으로 진행되는 해당 ENVISION 연구에 환자 스크리닝은 오는 5월 시작돼 약 4년 뒤 최종 임상평가가 완료될 예정이다.

지난 1일(현지시간) 바이오젠은 "지금까지의 알츠하이머병 임상연구들은 환자의 다양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면서도 "인종적인 다양성을 확대한 이번 시판후조사를 통해 아두카누맙의 유효성 검증을 위한 상당량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에 따라 바이오젠은 환자 모집에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여러 조치들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엔 임상수행기관에 환자 접근성 개선 방안을 비롯한 아두카누맙 치료에 따른 혜택-위험 교육 제공, 치료적 접근성 확보를 위한 환자 재정적 지원 등도 모두 포함됐다.

회사 측은 "무엇보다 일반 클리닉에서 마주하는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다양한 특징들을 대변할 수 있도록 해당 임상평가의 초점을 잡았다"며 "앞서 대략 6,0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리얼월드 관찰연구인 'ICARE AD 연구'에서도 아두카누맙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폭넓게 살피기 위해 라틴계 및 아프리카계 미국인 환자를 최소 16% 포함시킨 이유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일단 현지 반응은 긍정적인 기류가 감지된다. 미국 알츠하이머 환자단체(UsAgainstAlzheimer's) 공동설립자인 George Vradenburg 회장은 성명서를 통해 "아직 갈길은 멀다"면서도 "유색인종 환자가 알츠하이머 임상에 접근할 수 있도록 다양성을 보장한 것은 중요한 진전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해당 환자단체는 바이오젠이 진행한 아두카누맙 관련 초기 임상들을 놓고 "참가자들의 인종적 다양성이 빠져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바이오젠 "시판후조사 임상참가자 모집 200명 늘려"…등록환자 확대 '불가피한 선택' 

아두카누맙.
아두카누맙.

알츠하이머 치료에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한 아두카누맙은 작년 6월, 미국식품의약국(FDA)의 허들을 넘어선 최초의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 항체 치료제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FDA 신속심사 과정부터 불거진 실효성 부족과 부작용 이슈는 시판허가 이후에도 줄기차게 이어졌다. 일선 진료현장에선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 계열약에 대표적 중증 이상반응으로 지목되는 'ARIA (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ies)' 모니터링 문제가 더 심한 양상을 보일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끊이질 않고 터져 나왔던 것.

실제 아두카누맙의 대표적 3상임상인 EMERGE 및 ENGAGE 연구를 근거로 2020년 7월 공개된 초기 분석 결과와 이어 1년만에 공개된 2021년 2차 추가 분석 자료에서도 고용량 아두카누맙 치료를 진행한 인원의 경우 ARIA 발생률이 40%를 넘기며 장기간 투약 안전성에는 물음표를 남겼기 때문이다.

더불어 미국FDA는 약물이상반응보고시스템(Adverse Event Reporting System, 이하 FAERS) 보고서 업데이트를 통해 아두카누맙을 투약한 인원에서 치명적 부작용 사례가 보고됐다며 중대 발표를 내놓기도 했다. FDA 허가시점인 작년 6월부터 9월 말까지의 신고자료를 분석한 결과, 확장임상을 통해 아두헬름을 투약하던 75세 캐나다 여성이 뇌부종 및 미세출혈 등 ARIA 관련 이상반응을 보인 후 사망한 것으로 보고되며 논란을 키운 것이다.

결국 이러한 잡음은 유럽지역 신약 승인과 일본 허가에도 제동을 걸었다. 작년 12월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는 바이오젠과 에자이제약이 제출한 아두카누맙의 신약 신청에 반대 입장을 견지했다.

에자이제약의 본사가 위치한 일본 내 분위기도 부정적이기는 마찬가지였다. 바이오젠이 아두카누맙의 반값 약가 인하 계획을 공표한 지 하루만에 유효성 문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일본 후생성은 성명서를 통해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카누맙의 일관성 없는 임상시험 결과로 인해 유효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면서 "글로벌 3상임상의 경우 뇌의 베타 아밀로이드반을 개선시키는 약효를 놓고는 여전히 임상적 유용성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제약사가 추가 임상 데이터를 제출할 경우에만 재검토에 들어간다는 조건을 내건 것이다.

결과적으로 올해 1월부터 50%의 약가 자진인하까지 단행했던 바이오젠에게 이제 남은 선택지는 몇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FDA 가속승인에 전제조건으로 달렸던 대규모 시판후조사를 통해 안전성과 치료제의 혜택을 입증해가는 것도 수순의 일환이다.

따라서 바이오젠은 이번 시판후조사의 통계적 검증력을 강화하기 위해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경도인지장애 또는 베타 아밀로이드 덩어리가 침착된 경도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모집수를 기존 1,300명에서 1,500명으로 확대했다.

아두카누맙의 유효성과 안전성 판단에 주요 임상근거가 될 ENVISION 연구에 일차 평가지표는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인지기능 변화에 있어 치료 18개월 이후 임상치매척도(Clinical Dementia Rating-Sum of Boxes, 이하 CDR-SB)로 설정됐다.

이차 평가지표에는 알츠하이머병 평가척도(Alzheimer’s Disease Assessment Scale–Cognitive Subscale, 이하 ADAS-Cog13) 및 간이정신상태검사(Mini-Mental State Examination, 이하 MMSE), 신경정신행동검사(Neuropsychiatric Inventory, 이하 NPI-10), 일상생활수행능력평가(Alzheimer’s Disease Cooperative Study/Activities of Daily Living scale adapted for MCI, 이하 ADCS-ADL-MCI) 변화 등이 포함됐다.

바이오젠은 "(미국 보건당국이 보장 범위를 적격 임상에 등록된 환자들로 좁혀 잡은 것과 관련해) 환자의 임상 중복을 피하고 참여 접근성을 늘리기 위해 CMS와 긴밀하게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무엇보다 문제는 치료적 기회가 절박한 환자들에게 약물의 사용을 심각하게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보다 많은 환자들에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오는 4월 12일 공개될 최종 가이드라인은 이번 초안과는 비슷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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