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에서 행동장애 증상군들은 무엇을 의미할까? 24
알츠하이머병에서 행동장애 증상군들은 무엇을 의미할까? 24
  • DementiaNews
  • 승인 2017.10.10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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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용태
효자병원 신경과장/연세대 외래교수

도전과 응전(challenge and response)

오랫동안 왕국으로 있었던 나라가 있었습니다. 너무나 오랫동안 외진 곳에서 살아왔고, 밖으로 나가려고 하지 않았던 그 왕국은 세계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결국 세계 흐름을 읽고 힘을 키운 이웃 나라에 병합되고 말았습니다. 오랜 시간동안 병합되었던 이 나라에 변화가 왔습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이웃나라는 끝없는 패권을 추구하며 전쟁하다가 패하여 결국 이 곳을 떠나게 됩니다. 하지만 오랜 세월 지배당하고 착취당하던 이 나라는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남아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나마 무엇인가를 해 보려고 모여 봤지만 이 이웃나라를 전쟁에서 밀어낸 다른 나라들이 들어와서 너희들은 할 줄 아는 것이 없으니 그냥 다른 나라에게 자신의 운명을 맡기라고 합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또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전혀 알지 못했던 이 나라 사람들은 우왕좌왕 하다가 두 나라의 통치 시스템에 편입됩니다. 그리고 서서히 생각도 바뀌어 가고, 어느 순간 각자의 구역 밖으로 왕래도 불가능하게 됩니다. 이후 형식적으로 이 나라를 지배하던 두 나라는 떠났지만 남아 있는 사람들은 각자의 이념을 강요하기 위하여 전쟁을 하게 됩니다. 전쟁... 그 전쟁 후 상황은 더 악화되었습니다. 그나마 남아 있었던 재산도, 사람도 모두 황폐화되었고 둘은 이제 원수가 되었습니다. 어려운 형편에 더 많은 자원을 서로를 감시하거나 견제하는데 사용해야 했습니다. 이것이 대한민국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주요 선진국은 치매 극복을 국가적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글로벌 제약회사들도 적극적으로 치매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특히 최근 들어 기존 치료기전을 바탕으로 개발 중이던 글로벌 신약 후보약물의 연이은 개발 실패 소식이 전해지면서 치료 질환 정복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로 다국적 제약사인 MSD는 지난 2월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알츠하이머 치매치료제 ‘베루베세스타트’ 임상시험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이보다 앞서 작년 11월에는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가 치매치료제 ‘솔라네주맙’ 임상을 중단했다. 알츠하이머로 인한 경증의 치매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솔라네주맙의 3상 임상 결과, 1차 평가 척도에서 솔라네주맙 치료 환자군의 인지기능 저하속도가 위약 치료군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늦춰지지 않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1997년부터 최근까지 개발에 실패한 치매치료제가 100개가 넘는다.....(디멘시아뉴스 "치매신약 개발 잇단 실패, 2017년 6월 1일 기사)

세계적인 역사학자 이자 문명 사학자인 아놀드 토인비는 문명이 성장하려면 반드시 도전과 응전이 있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문명은 일단 형성되면 그 탄성으로 현재의 체제를 유지하려고 하지만 그 문명의 구성원들이 예측하지 못하는 극단적인 어려움이 주기적으로 찾아온다고 하였습니다. 그 어려움에는 기후변화, 인구구조 변화, 정치적 변화, 경제적, 사회적 변화 등 모든 것이 포함될 수 있는데 토인비는 이러한 도전은 항상 부정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이러한 도전에 대한 응전이 창의적으로 될 때 그 문명은 한 단계 더 전진하고 번영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창의적인 응전은 소수의 창의적 그룹에 의해서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 응전의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고 오랜 시간이 지나야만 판단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토인비는 이 도전과 응전의 수많은 예를 들고 있지만(모든 현존 문명을 포함하는), 저는 개인적으로 이 도전과 응전을 문명이 아닌 국가, 사회, 개인으로 줄여나가면 우리나라만큼 잘 맞는 경우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좁은 땅, 부족한 자원, 그나마 분단되어 있고, 사상과 이데올로기가 극단적으로 다른 서로 위협적이고 체제 경쟁하는 대한민국은 사방 어디를 보아도 도전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에 대한 응전으로 대한민국은 개방적인 자유이데올로기, 개방적인 자본주의, 무역주의를 표방하면서 엄청난 발전을 하였습니다. 사회가 안정되고, 안락한 유럽이나 자원이 많은 제3세계 국가에 비해 엄청난 발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고통스러운 도전이 너무 많았고 생존하기 위한 응전 역시 잘 이루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사람마다 견해는 다르겠지만 우리나라에도 창의적인 소수 그룹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어느 정도 응전이 잘 이루어져 체재경쟁도 끝나고 이제 선진국이 되고 통일만 이루면 되겠다고 낙관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이즈음 북쪽에서는 핵과 미사일이란 전략무기를 통하여 또 다른 큰 도전을 대한민국에 보내고 있습니다. 또한 작년과 올해 초에 일어났고 진행되는 이념의 갈등이 어떤 식으로 잘 해결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토인비는 대부분 문명은 외부의 적이나 자연에 의해서 멸망하는 것은 소수이고 결국 안으로 부터의 도전에 대한 응전을 창의적으로 하지 못하여 망하는(자살)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그리고 현대와 같은 SNS가 지배하는 사회에서도 소수의 창의적 그룹이 중요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찌하든지 향후 5년, 10년 사이의 창의적인 응전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토인비는 그리스가 융성하게 된 계기를 인구학적인 변화와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이었다고 이야기 합니다. 즉 이러한 변화(도전)에 대응하기 위하여 과감히 바다로 나갔고, 버려진 땅을 개척하며 그 영역을 넓히고 기술을 개발(응전)하였다고 생각합니다. 그 만큼 인구학적 변화는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인구 증가나 감소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인구구조 자체가 노령화되는 것도 매우 중요한 도전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이 노령화와 연관된 여러 질병의 증가, 치매의 대두는 우리 사회 뿐 아니라 지구촌 자체를 뒤흔들 매우 중요한 도전이 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질병의 증가에 대한 도전은 약물에 대한 과학적 개발로서 잘 응전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1990년대 말 알츠하이머병 치매 약물이 처음 개발되었고, 제가 처음 그 약 (tacrine)을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써봤는데 환자가 좋아진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물론 이 약은 심한 간독성으로 사용에 제한이 있었고 이후 곧 약물 부작용이 거의 없는 새로운 약이 나왔지요. 치매를 보던 의사들은 흥분하였고 곧 새로운 혁신적인 개념의 약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였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과학 발달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치매에 대한 약물 개발은 위 기사에서 나오는 것과 같이 어느 정도 벽에 부딪혀 있는 것 같습니다.즉 지금까지의 쉬운 도식이 잘 성립되지 않는 것이지요. 과연 인간은 치매를 극복할 수 잇을 가요, 뇌세포는 가장 재생이 되지 않는 조직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치매를 극복한다면 인간은 죽음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아니면 인간이 치매를 근본적으로 극복할 수가 없다면 과연 창의적인 대안은 무엇이 있을까요? 그리고 이러한 창의적인 대안은 누가 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촛불로는 힘들 것 입니다. 누가 무었을 어떻게 하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우리는 너무 많은 노력을 여기에 하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치매를 병이 아니라고 한다면 치매를 가진 우리 부모는 어떤 위치에 있을까요?

도전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쉽다면 도전이 아니겠지요. 따라서 응전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응전을 할 수 있도록 사회가 합의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 맡길 테니 네가 잘 해봐라. 그러나 우리 사회가 그럴 수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1968년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년 스페이스 오딧세이에 보면 맨 마지막 장면이 우주의 누군가로부터 초대받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리고 다양한 시간 속의 다양한 나를 보지요.

우리는 누군가로부터 새로운 세계로 초대 받았습니다. 그 초대자는 다양한 나이고, 혹은 다양한 우리입니다. 우리에게 그 초대가 재앙인지, 축복인지는 우리 사회가 정해야할 것입니다.

이것으로 긴 연재를 마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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