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리뷰 공개한 치매 신약 아두카누맙 '꽃길 멀었다'
피어리뷰 공개한 치매 신약 아두카누맙 '꽃길 멀었다'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2.03.17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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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ERGE 및 ENGAGE 연구 동료평가 검증 "추가 4상임상 지켜봐야"
출처: 아두카누맙 신속허가에 근거자료가 된 대표 3상임상 두 건을 피어리뷰한 결과가 국제학술지 JPAD에 게재됐다.

"임상적 효과를 판단하기 위해선 결국 4상임상 결과가 필요하다."

전문가 동료평가(피어리뷰)를 통한 '아두카누맙 100 mg/mL 정맥주사제'에 대한 유효성 및 안전성 진단 결과가 나왔다. 아두카누맙(제품명 아두헬름)이 신속허가를 받는 데 근거자료로 사용된 두 건의 랜드마크 임상들에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한 쪽은 일부 치료 용량에 제한된 개선혜택이 보고되기는 했다. 그러나, 나머지 연구에선 주요 평가지표 달성에 실패하며 '실효성 없음'에 방점이 찍힌 것이다.

이는 지난달 미국신경과학회(AAN)가 임상근거에 초점을 맞춘 자체 보고서를 통해 "현재 공개된 아두카누맙의 임상자료만으로는 실효성과 안전성이 불분명하다"고 입장을 낸 것과 다르지 않은 결론이었다.

16일(현지시간) 다국적제약기업 바이오젠은 국제학술지 JPAD (The Journal of Prevention of Alzheimer's Disease)에 아두카누맙의 대표 3상임상 두 건에 대한 피어리뷰(peer-reviewed manuscript) 결과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제3자가 평가하는 객관적 논문검증에 대한 이야기는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작년 6월 알츠하이머 치매 분야 최초의 항체의약품으로 아두카누맙의 신속심사를 결정하는 과정을 놓고 실효성 부족과 안전성 문제 등 여러 논란이 일었다. 특히 제약사가 진행한 3상임상들에 대한 피어리뷰 결과 발표가 지체되고 있다는 사실을 두고도, 약물 자체의 효과를 의심하는 목소리들이 높았던 터였다.

통상 피어리뷰는 관련 학문 분야에서 동료 전문가들이 발표된 논문에 객관적인 평가를 진행하고 피드백을 제공하는 공식적인 검증툴을 말한다. 궁극적으로는 과학논문의 공증을 통해,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실수나 분석 상의 오류를 바로잡아 연구의 신뢰성과 질을 담보한다는 게 작업의 핵심으로 꼽힌다.

따라서 관전 포인트는 아두카누맙의 치료 적응증이기도 한 초기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대상의 EMERGE 및 ENGAGE 연구를 객관적으로 검증한 결과물이었다. 해당 피어리뷰에는 각각 임상들에 설정된 일차 및 이차 평가변수와 안전성 프로파일, 질병 바이오마커 하위분석 결과들이 집중적으로 분석됐다.

두 건의 임상은 전 세계 20개국 총 348개 임상기관에서 진행됐다. EMERGE 연구엔 1,638명, ENGAGE 연구엔 1,647명의 임상참가자들이 등록됐으며 이들은 50세~85세 연령으로 모두가 아밀로이드 병변이 확인된 경우였다. 더욱이 경도 알츠하이머 치매를 진단받았거나,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경도인지장애가 발생한 환자들이 치료제 효과 판단의 대상으로 잡혔다.

임상참가자들에는 4주 간격으로 아두카누맙 정맥주사 치료를 진행하는 한편 ▲저용량 투약군(3 또는 6 mg/kg 용량)과 ▲고용량 투약군(10 mg/kg 용량) ▲위약군으로 분류해 총 76주간 이상의 평가를 시행했다. 임상 완료율을 보면, 총 1812명(55.2%)의 환자들이 최종적으로 평가를 끝마쳤다.

일차 평가변수는 연구 시작시점 대비 치료 78주차까지의 임상치매척도(Clinical Dementia Rating-Sum of Boxes, 이하 CDR-SB) 점수 변화였다. 이후 추가 평가변수로 안전성 지표 및 투약 환자들에서의 인지 기능 행동 상태와 바이오마커 수치 변화 정도를 파악한 것이다.

◆반쪽짜리 유효성 검증…"EMERGE 임상 고용량 투여군에 한정된 효과 확인" 

그렇다면 이번 피어리뷰 결과물은 어땠을까. 먼저 EMERGE 및 ENGAGE 연구에서는 임상 초반에 등록된 환자의 절반 가량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근거로 무용성 평가분석(futility analysis)을 중단한 바 있다. 여기서 무용성 평가란, 안전성이나 유효성이 낮은 신약 후보물질을 거르는 용도로 진행되는 분석 방식을 말한다.

아두카누맙 제품사진.
아두카누맙 제품사진.

이후 진행된 후속 유효성 분석자료를 토대로 한 피어리뷰 평가에는 실효성에 있어 결과가 갈렸다. 치료제의 효과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일차 평가변수의 경우, EMERGE 연구에서는 아두카누맙 고용량을 사용한 환자군이 위약군 대비 CDR-SB 지표를 22% 유의하게 감소시켰다고 분석했다(difference of −0.39 for high-dose aducanumab vs placebo [95% CI, −0.69 to −0.09; P=.012; 22% decrease]). 

하지만 ENGAGE 연구에서는 얘기가 달랐다. 위약군과 비교해 이렇다할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difference of 0.03, [95% CI, −0.26 to 0.33; P=.833; 2% increase]). 이는 아두카누맙이 미국FDA로부터 신속허가가 결정될 당시부터 꾸준히 제기됐던 문제기도 했다.

이 밖에도 알츠하이머병 발생 병리에 있어 바이오마커 수치들을 하위분석한 결과의 경우엔, 아두카누맙 치료에 따른 용량 의존적인 감소 혜택(dose-dependent reduction)이 확인된 것으로 보고했다. 안전성 평가와 관련해선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 계열 치료제들에 대표적 중증 이상반응으로 언급되는 뇌부종 및 미세출혈 등의 'ARIA (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ies)' 부작용 가운데, ARIA-E 사건 발생이 가장 흔하게 관찰된 것으로 언급했다.

연구팀은 평가 결과를 놓고 "EMERGE 임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고용량 치료군에서는 일차 및 이차 평가지표, 바이오마커 변화 등에 있어 모두 유의한 변화를 확인했다"면서도 "이와 달리 ENGAGE 연구는 해당 일차 및 이차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두 건의 임상 모두에서는 아두카누맙의 치료 '용량' 및 '기간'에 따라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병태생리적 바이오마커가 감소하는 혜택을 보였다"고 판단한 것이다.

핵심은 말미에 있다. 연구팀은 "EMERGE 임상을 근거로 아두카누맙 고용량 치료군에서의 혜택은 뇌에서 베타 아밀로이드 제거가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에 치료적 이점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고 정리하면서도 "아두카누맙의 임상적 효과를 판단하기 위해선 진행 중인 4상임상 결과를 확인해봐야만 할 것"으로 단서를 달았다는 대목이다.

◆아두카누맙 신속허가 유지 여부? "최종 판단 4년 뒤"…1,500명 규모 4상임상 착수

이와 관련해 바이오젠은 올해초 시판후 대규모 4상임상인 ENVISION 연구를 진행할 계획임을 공언한 상황이다. 위약대조군임상 방식으로 진행되는 해당 연구의 경우, 오는 5월 임상참가 환자 스크리닝 작업을 거쳐 약 4년 뒤 최종 임상평가가 완료될 예정인 것.

더욱이 회사 측은 해당 시판후조사의 통계적 검증력을 강화하기 위해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경도인지장애 또는 베타 아밀로이드 덩어리가 침착된 경도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모집수를 기존 1,300명에서 1,500명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아두카누맙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데 결정적 근거가 될 ENVISION 연구에 일차 평가변수는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인지 기능 변화에 있어 치료 18개월 이후 임상치매척도(CDR-SB) 평가로 잡혔다. 이는 앞선 두 건의 3상임상에 일차 평가변수와도 동일하게 설계된 부분이다.

또 이차 평가변수로는 알츠하이머병 평가척도(Alzheimer’s Disease Assessment Scale–Cognitive Subscale, 이하 ADAS-Cog13) 및 간이정신상태검사(Mini-Mental State Examination, 이하 MMSE), 신경정신행동검사(Neuropsychiatric Inventory, 이하 NPI-10), 일상생활수행능력평가(Alzheimer’s Disease Cooperative Study/Activities of Daily Living scale adapted for MCI, 이하 ADCS-ADL-MCI) 변화 등이 포함됐다.

한편 바이오젠은 피어리뷰 결과를 공개하면서 향후 입장을 밝혔다. 바이오젠 퇴행성신경질환사업부 총괄책임자인 Samantha Budd Haeberlein 박사는 "피어리뷰 심사를 받은 이번 임상 데이터를 통해 아두카누맙의 적절한 사용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알츠하이머협회 관계자는 "경도인지장애나 경증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들에서 아두카누맙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며 "연구에 포함되지 않은 질병의 초기 상태이거나, 더 진행된 후기 단계의 환자들에서는 아직 안전성이나 유효성 데이터가 없는 상황"이라고 정리했다.

이어 "아두카누맙은 연구가 진행된 환자군에서 베타 아밀로이드반의 수치를 줄이는 것으로 신속승인을 받았다. 해당 적응증에 대한 허가 유지 여부는, 추가적인 확증연구(confirmatory trial)를 통해 임상적 이점을 검증하는 데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피어리뷰 자료 첨부>J Prev Alz Dis 2022;1(9):3-11. Published online January 20, 2022, http://dx.doi.org/10.14283/jpad.2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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