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초행(初行)... 노인 돌봄 현장에서 길을 찾다
사회복지 초행(初行)... 노인 돌봄 현장에서 길을 찾다
  • 디멘시아도서관 이예은 사서
  • 승인 2022.05.23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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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돌봄종사자를 위한 책 추천을 계획하며, 주간보호센터의 박예린 신입 사회복지사님을 인터뷰했다. 단조롭던 일상을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삶으로 활기차게 탈바꿈하고,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에 만족하는 박예린님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Q. 사서: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박예린: 안녕하세요. 저는 작년 11월에 목동효사랑데이케어센터에 입사한 6개월 차, 29살 사회복지사 박예린 입니다.


Q. 사서: 어떤 계기로 사회복지사가 되셨나요?

A. 박예린: 센터에 입사하기 전, 회사에서 일반사무직으로 일했던 적이 있어요.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만 두드리는 사무업이 저에겐 스트레스로 느껴져 정년까지 뿌듯하게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진로에 대한 고민을 했었어요.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뭘까 찾다보니 사회복지사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직장생활을 병행하며 학점은행제를 통해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취득했고, 어렵지 않게 취직을 했습니다.


Q. 사서: 아동복지, 장애인복지, 다문화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노인복지를 선택한 이유는 뭘까요?

A. 박예린: 어릴 적 할머니께서 돌봐주셔서 어르신을 향한 애정이 있어요. 아직 제가 젊은 편이기 때문에 주변에서는 아동복지를 권유했는데, 저는 앞으로 노령 인구가 늘어나니 노인복지의 전망이 밝아보였어요. 그래서 더 오래 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현실적인 조건을 따져 결정하게 되었어요.


Q. 사서: 센터에서 신입 사회복지사가 하는 업무를 설명해주세요.

A. 박예린: 어르신의 상태를 기록하는 일지 작성과, 일과 프로그램 기획 및 진행을 포함해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이 하시는 일을 같이 하고 있어요. 저희 센터에서는 어르신과 직원이 거의 1대 1로 붙어서 다니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급식배식도 같이 하고 오침시간에 잠자리 정리하는 일이나 화장실 동행 같이 요양팀의 일까지 도와주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사회복지사가 해야 하는 컴퓨터 업무는 점심시간을 쪼개서 하는 상황이 되곤 합니다. 아직 신입이라 공단에 비용을 청구하는 업무를 하지는 않지만 3년차 이상부터는 업무에 포함된다고 해요. 지금은 3년마다 하는 장기요양기관 정기평가에 제출해야하는 서류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Q. 사서: 요양원, 주간보호센터, 방문요양센터, 단기보호시설 등 다양한 돌봄 기관 중 근무하고 계신 주간보호센터의 일과를 소개해주세요.

A. 박예린: 아침 9시에 센터로 오셨다가 저녁 6시에 귀가하시는 주간보호센터에요. 9시 등원하며 기초적인 컨디션 체크를 한 후, 오전 간식을 드시고 프로그램을 진행해요. 웃음치료, 인지와 신체활동 프로그램 후 12시 즈음에 점심 식사를 하시고 두 시간 정도의 낮잠을 주무십니다. 그리고 오후 3시에 간식을 드시고, 목욕이나 문화프로그램을 진행한 다음 4시부터 시간별로 저녁식사를 배식하면 6시에 일과가 끝나게 됩니다. 프로그램은 볼링, 농구공던지기 같은 신체활동과 한글쓰기, 칠교 놀이과 같이 어르신 성향을 고려해 구성하고 있어요.


Q. 사서: 6월 15일은 노인학대 예방의 날입니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 노인학대예방 인프라 활성화와 신고인식 향상을 위한 <나비새김> 캠페인을 진행 중인데요. 10명 중 1명의 노인이 학대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정서적-신체적-방임의 학대 유형 순서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노인 학대 발생 장소는 가정 내에서 88%, 노인생활시설에서 8%이며, 타인(3.3%)보다 아들, 배우자인 경우가 66%로 대다수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한 말씀 부탁드려요.

A. 박예린: 어르신들은 자식을 신고한다는 것에 죄의식을 느끼고 억누르시는 것 같아요. 저희 센터에서는 목욕 시간마다 의심 가는 멍 자국이나 상처가 있는지 확인을 하곤 있는데 다행히 아직까진 그런 경우는 없었어요. 노인 학대는 친족에 의한 경우가 많다고 들었는데, 부모를 신체적, 정서적으로 학대하는 자녀들에게 후회할 짓을 하지 말고 돌봄과 관련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을 찾아가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Q. 사서: 신입 사회복지사로 6개월 동안 근무하며 기억에 남는 순간을 알려주세요.

A. 박예린: 제가 기획한 프로그램에 참여하시고 처음으로 어르신들께 “오늘 너무 좋았다”, “재밌었다”라는 말씀을 들었을 때가 기억에 남아요. 사실 일반 회사에서는 고맙다는 말을 듣기가 힘들잖아요. 인정받고 성취감을 느끼는 게 힘든 현실인데, 어르신들이 하루하루 기뻐하고 즐거웠다며 표현하시는 말 한마디가 크게 다가왔어요. 그래서 좋은 게 뭐가 있을까 더 찾아보게 되고 하루하루가 되게 뿌듯해요. 사회복지사로 전직을 하고 주변에서 “밝아졌다”, “표정도 좋아졌다” 이런 말도 되게 많이 들었고요. 저를 애란이라고 부르는 어르신이 계신데 “나는 다른 거 다 필요 없이 애란이만 보고 여기 센터에 나온다”, “애란이 쉬는 날이면 나도 안 나올 거다”라는 말씀을 하세요. 감사하고 정말 좋았어요. 어르신께서 하시는 사랑의 표현들이 웬만한 단점을 다 보완해줬어요.


Q. 사서: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이 급여가 낮은 편이고, 용변 처리 등 어려운 일을 해야 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노인복지 분야에 도전하는 분들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시작해야 할까요?

A. 박예린: 우선 진짜로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좋아하는 분들이 도전하셨으면 좋겠어요. 애정을 가진 분들이 시작해도 가끔 힘든 순간이 있거든요. 가끔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가 있잖아요. 기저귀를 차고 계시면 화장실 용변 처리를 해야 하는데 이런 걸 해결할 수 없는 사람은 정말 힘들 거에요. 자격증을 따고 처음으로 근무하는 요양보호사 선생님들도 3-4개월 정도는 진짜 힘들어 하셨어요. 식사도 못하시고.. 하지만 지금은 적응이 되셨다고 해요. 노인돌봄의 일은 월급만 보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할 일이 많다보니 직원들하고 갈등이 생기기도 해요. 대부분 잘 챙겨주심에도 불구하고 일이 많다보니 피할 수 없는데 ‘내가 좀 더 해야지’라는 마음을 가져야 같이 일하는 분들과 갈등을 덜 할 수 있어요.


Q. 사서: 사회복지사로서 앞으로 경험해보고 싶은 일은 어떤 걸까요?

A. 박예린: 저는 지금의 센터에서 근무하며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조건을 쌓고 있어요. 1급 자격증 시험에 합격한다면,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노인복지관에서 일하고 싶어요. 지금의 주간보호센터에서 하는 외부활동도 있지만 하루 일과가 명확하게 정해져있는 편이에요. 노인복지관에서 일하며 독거노인들을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안부를 묻고, 필요한 게 뭔지 살펴드리고, 봉사활동 팀을 꾸리는 다양한 활동을 해보고 싶어요.

말씀 잘 들었습니다.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예린 사회복지사님의 밝은 앞날을 기원합니다.

박예린: 저도 감사합니다!


■ 책 추천 1

 

제목: 슬기씨, 돌봄을 부탁해
저자: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
출판: 초록비책공방
출간: 2021년 12월

- 서평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된 후 현재까지 200만 명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50만 명이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슬기씨, 돌봄을 부탁해>는 요양보호사에 대한 인식이 보조간병인에서 전문간병인으로 개선되고 있는 현 시대에 맞게 근무자의 직업윤리의식 역시 발전할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한다. 사회복지 관련인들과 요양보호사 등 노인 돌봄의 일선에서 활동한 사람들이 공동으로 참여해 “좋은 돌봄, 좋은 일자리를 위해”라는 외침과 함께 돌봄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실현하고자 책을 썼다.
1장은 돌봄의 정의,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의미와 운영, 종사자의 행동윤리강령을 설명하고, 2장부터 가상의 인물인 요양보호사 김슬기 선생님의 일과를 함께하며 현장 업무 노하우를 말한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슬기 씨는 전문직업인으로 성장하고 싶은 요양보호사이다. 이 책을 길잡이 삼아 슬기 씨와 함께 성장하고자 하는 전문간병인들이 많아지길 희망한다.

 

■ 책 추천 2

 

제목: 황색점멸신호
저자: 탁명주
출판: 강
출간: 2021년 10월

- 서평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서 무수히 많은 황색 점멸신호를 만나게 될 거였다. 그러나 이제 어떤 상황에서든 회피하지 않고 그 구간을 통과해 앞으로 나아갈 거였다. 그 과정에서 어떤 값을 치르든지 그것은 이후의 시간 동안 자신이 감내할 일이었다. 기억할 것은, 살아 있는 동안 곁에 있는 이들과 온기를 나누는 것과 그 에피소드를 기록하는 거였다.” -p301
지역아동센터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장편소설이다. 구체적인 사회복지사의 업무와 소설 속 설정들은 책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현실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게 한다. 그리고 크고 작은 사건을 통해 사회적으로 열악한 사각지대의 모습을 드러내며 곳곳에서 깜빡이는 점멸신호들이 복지의 모든 영역 중 어느 외딴구석에서 일어날 수 있음을 경고한다.

 

■ 책 추천 3

 

제목: 사회복지사 어떻게 되었을까?
기획 및 출판: 캠퍼스멘토
출간: 2022년 3월

- 서평
청소년 직업 가이드북 ‘어떻게 되었을까?’시리즈로 사회복지사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경험담을 실었다. 방문요양센터, 경증치매 노인 돌봄 시설과 이외의 영역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 6인의 스토리를 전하며 본인의 진로 고민에서 사회복지사의 연봉과 근무기관의 일과까지 세세한 정보를 친절하게 전달한다.
사회복지사는 학점은행제를 통해 2급 자격을 취득할 수 있기 때문에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일과 병행하여 도전할 수 있는 직업이다. 복지 수요층이 다양하고 수요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사회복지사가 필요한 현장 역시 범위가 넓다. 사회복지사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안내서로서 직업에 대한 정보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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