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치매 신약 '안 되는 진짜 이유'…탈출구 연 국내 기업들 
|포커스|치매 신약 '안 되는 진짜 이유'…탈출구 연 국내 기업들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2.05.31 14:5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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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바이오 업체 '신약 플랫폼 기술' 주목, 도약 준비 중

'뇌에 도달하는 활성약물을 담아낼 '벡터(운반체)'의 역할은 갈수록 커질 것이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여러 질환 가운데서도 유독 표적 신약의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 분야로 손꼽힌다. 약물 유효성분의 뇌혈관장벽(BBB) 통과가 1차적 관문인 만큼 후보물질의 차별성과 함께 이를 전달할 플랫폼 기술의 중요성도 한층 강조되기 때문이다.

현실은 더 복잡하게 얽혔다. 특정 신약 후보물질의 작용기전에만 전적으로 기대기엔 임상 실패 시 떠안아야 할 부담이 상당한 것으로 분석되는 이유에서다. 작년 6월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시장 최초로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시판허가를 획득한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 항체 신약 '아두카누맙(제품명 아두헬름)'의 사례가 이를 정확히 대변한다. 

허가 심사과정에서 불거진 실효성과 안전성 잡음은 시판 이후 처방과정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문제로 말미암아 미국을 제외한 주요 국가들에선 신약 신청에 퇴짜를 맞았고, 결국 개발사인 바이오젠의 최고경영자(CEO)까지 교체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아두카누맙의 마케팅과 영업을 맡은 회사 조직 또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뼈아픈 실패를 대내외적으로도 인정한 것이다.

이미 항암제를 비롯한 중증 난치성질환 치료제 시장은 개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단일 표적에서 다중 표적(multi-targeting) 기전으로 치료의 트렌드가 이동 중인 것이다.

알츠하이머 치매 신약 시장도 분위기는 다르지 않다. 베타 아밀로이드와 독성 타우 단백에 집중하던 표적치료제 개발은 이제 셀 수 없이 다양한 관련 단백질과 신경전달물질의 상호작용을 포함해 신경감염 및 염증반응, 유전자 변이, 면역기전 등을 두루 살피는 모양새다. 

한마디로 독특한 약물 작용기전 '자체'보다는 다양한 활성약물을 담아낼 수 있고 뇌혈관장벽 통과가 용이한 '그릇(플랫폼)'의 중요성도 점차 부각된다는 대목이다.

디멘시아뉴스는 퇴행성 뇌신경질환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국내 바이오기업 가운데 차별성을 꾀한 신약 플랫폼 기술을 통해 파이프라인 확장에 나선 주요 업체들을 들여다봤다(ABC 알파벳 순). 일종의 '뇌혈관장벽 셔틀 플랫폼' 개발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한 상황에서 기술 현황을 짚었다.  

출처: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제공.

통상 신약 플랫폼 기술은 신약 후보물질 개발에 널리 활용되는 원천기술을 지칭한다. 약물의 복용 편의성을 개선한다거나 효능을 높이는 등의 진보된 기술을 이용해 부가가치를 끌어올리는 것도 포함된다.

더욱이 이러한 플랫폼 기술의 강점은 동일한 후보물질을 사용하더라도 치료 적응증이 광범위하게 확장될 수 있다는 부분이다. 여러 약물을 전달체에 붙이거나, 약물의 제형을 바꾸고 흡수 효율을 높이는 기술 등을 적용하면 같은 약물이라도 다양한 신약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따라서 제대로 된 플랫폼 기술 하나만 보유하고 있으면 수십 가지 신약 후보물질을 확보한 것과 비슷한 잠재력이 평가되는 이유였다. 가능성은 결과물로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조사에 따르면, 작년 한 해(11월 기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술수출은 총 28건 이뤄진 가운데 4건이 신약 플랫폼 수출 건으로 규모만 4조 2,632억원에 달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플랫폼 기술은 다양한 분야로 적용할 수 있으며 높은 부가가치를 가진 수익모델을 창출할 수 있는 원천기술"이라며 "환자의 복용편의성을 개선하거나 효능을 높이는 등 기술적 진화를 이룰 수 있어 향후 플랫폼 기술 보유 기업들의 성장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치매 분야 바이오 신약 개발과 관련해, 바이오벡터 영역에서 약물흡수 개선기술 및 제형변경, 이중항체, ADC (Antibody drug conjugate), 약효지속형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주요 업체들을 정리했다.

▲에이비엘바이오(ABL Bio) -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분야 플랫폼 기술에 국내 선두권 그룹으로 분류되는 기업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올해 1월 이중항체 신약 후보물질 'ABL301'을 프랑스 소재 다국적제약기업 사노피에 최대 10억 6,000만 달러(한화 약 1조 2,720억 원) 규모의 기술이전 및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서 주목받은 기술이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바디(Grabody)-B'다. 약물 전달이 까다로운 뇌혈관장벽 투과율을 높이고 긴 반감기를 통해 기존 단독 항체 약물에서 한계로 평가받은 약물전달률을 높인 게 핵심으로 정리된다. 서로 다른 두 개의 항체를 자유롭게 붙여 활용할 수 있고 대부분의 항체 치료제에 접목할 수 있다는 데 높은 확장성이 강점으로 평가된다.

▲디앤디파마텍(D&D Pharmatech) - 약물 전달 플랫폼 개발에 집중하는 디앤디파마텍이 가진 경쟁력도 이목을 끈다. 회사는 2019년 마크로젠과 '정밀유전자분석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하고 알츠하이머치료제 시장 개척에 나선 상황이다. 이에 결과물로 기대되는 알츠하이머 및 파킨슨병 신약 후보물질 'NLY01'은 뇌 미세아교세포(microglia)를 타깃한 GLP-1R 작용제 계열 장기지속형 주사제로 평가가 진행 중이다.

더불어 디앤디파마텍은 펩타이드 및 단백질 성분을 경구용 의약품으로 변환시켜주는 독자적인 플랫폼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2020년도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바이오산업 핵심기술 개발사업에 신규 과제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알츠하이머 및 파킨슨병을 적응증으로 한 경구제 후보물질 'NLY02'가 후보군으로 올랐다. 해당 파이프라인 역시 주사제와 동일하게 미세아교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저분자화합물로 개발된다.

▲엔솔바이오사이언스(Ensol Biosciences) - 바이오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하는 펩타이드 신약 개발 기업인 엔솔바이오사이언스는 인공지능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펩타이드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KISDD (Knowledge-based In Silico Drug Discovery)' 3.0 플랫폼과 'ETONS (Ensol Trans-Omics Network System)' 2.0 분석시스템을 이용한다.

알츠하이머 분야에는 해당 KISDD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RAGE 억제제 계열 신약 후보물질 'Moriah1000/M1K'가 2상 임상평가에 들어간다. 무엇보다 약물의 독성유발 여부를 사전에 예측하고, 임상 성공률이 높은 펩타이드 신약을 단기간에 발굴해 개발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분석된다. 

▲지투지바이오(G2GBIO) - 약효지속형 의약품 플랫폼을 개발하는 지투지바이오는 약물 전달 기술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독자 개발한 '이노램프(InnoLAMP)' 플랫폼을 다양한 저분자화합물, 펩타이드의약품, 항체의약품, RNA 치료제 등에 접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 분야에는 이를 활용한 신약 후보물질 'GB-5001'을 통해 장기지속형 주사제 개발에 나섰다. 기존 물질특허가 만료된 의약품들을 비롯해 신약 파이프라인의 확장을 기대하는 여러 기업과의 협업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내걸고 있다.

▲일리아스 바이오로직스(ILIAS) - 세포 유래 나노입자 '엑소좀(exosome)'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일리아스 바이오로직스는 'EXPLOR' 플랫폼 기술에 기반해 2015년도 설립됐다. 세포가 분비하는 나노입자의 한 종류인 엑소좀은 단백질 및 지질, RNA 등 다양한 생체활성물질을 함유하고 있고 세포 간 신호전달에도 관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목받는 분야다.
 
회사가 보유한 EXPLOR(Exo-Target 및 Pure-Exo 타깃) 플랫폼 기술의 경우, 빛에 의해 결합하는 단백질 모듈을 이용해 항체와 효소 등의 고분자량 단백질을 엑소좀에 탑재시킬 수 있어 표적 세포에 약물전달 효율을 끌어올린 게 특징이다. 엑소좀에 실을 치료용 단백질만 바꾸면 다양한 치료제 개발이 가능하다는 데 차세대 약물전달 시스템으로 이목이 쏠린다.

▲뉴로비트사이언스(Neurobit Science) - 저분자화합물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 기술을 가진 뉴로비트사이언스는 특정 단백질의 분해를 유도하는 방법인 '프로탁(PROTAC, Proteolysis-targeting chimaera)' 기술이 핵심으로 평가된다. 작년 4월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홍기범·유지훈 박사팀과 연세대 약학대학 김영수 교수팀이 개발한 알츠하이머 혁신신약(First-In-Class) 후보물질을 회사가 기술이전 받은 사례로 꼽힌다. 

프로탁 플랫폼은 인체 내 유비퀴틴·프로테아좀 경로를 이용해 표적단백질을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기술로, 기존 항체치료제가 접근하지 못했던 질병 유발 단백질을 제거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진다. 회사는 현재 베타 아밀로이드 침착과 과인산화된 독성 타우 단백 응집체를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분해하는 신약 후보물질(NBS-101, NBS-201, Nbs-301, NBS-501 등)을 개발하는 상황이다.

▲샤페론(Shaperon) - 면역조절 플랫폼 전문 바이오기업인 샤페론은 차세대 염증복합체 억제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2008년 설립 이후 'GPCR19-P2X7'을 표적으로 하는 염증복합체 억제제 합성신약과 기존 항체치료제의 단점을 극복하는 '나노바디(Nanobody)' 항체약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다.

특히 알츠하이머 치매의 경우 미세아교세포의 신경염증 조절 플랫폼(GPCR19-P2X7 조절)을 기반으로 염증복합체 활성화를 억제하는 경구제 후보물질 'HY209' 평가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나노바디 연구와 제조에 있어 관련 기술 모두를 보유한 국내 업체로 평가된다.

한편 다국적제약사 관계자는 "플랫폼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신약 후보물질은 임상단계를 거치면서 실패 확률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이라며 "해당 기술을 보유한 경우 또 다른 후보물질 도출을 통해 신약 개발이 가능하고 실패에 대한 리스크를 최대한 분산시킬 수 있다. 기업 가치 제고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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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용태 2022-05-31 17:19:39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