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에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사용 금물일까?
치매 환자에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사용 금물일까?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2.06.08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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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국가 건강보험 가입 9만명 대상 5년 추적관찰 공개 
출처: 미국노인정신의학저널 웹페이지.

'오피오이드 사용과 치매 발생 사이엔 상당한 연관성이 존재한다?'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opioid)'를 투약한 고령층에서는 치매 발생 위험이 최대 40%까지 증가한다는 최신 분석 결과지가 나왔다.

때문에 노인 환자에 오피오이드 계열 마약성 진통제의 처방을 고려할 경우, 약물 사용에 따른 혜택과 부작용 발생 위험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도 나온다.

오피오이드와 치매 발생의 연결고리를 주목한 대규모 추적관찰 결과가 미국노인정신의학저널(American Journal of Geriatric Psychiatry) 2022년 5월 31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책임저자인 이스라엘 하이파대학 정신건강의학과 Stephen Z. Levine 교수는 "연구 결과 75세에서 80세의 고령층이 오피오이드에 노출될 경우 치매 위험이 유의하게 높아지는 것으로 관찰됐다"면서 "해당 연령층에 오피오이드의 처방을 고려할 시엔 약물 사용으로 인한 잠재적 이점과 부작용을 함께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건은 노인 인구에서 오피오이드의 사용이 높게 보고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정기적으로 발행하는 질병 발생 및 사망률 주간보고서(Morbidity and Mortality Weekly Report, 이하 MMWR)에 의하면, 2018년 기준 미국 성인 인구의 19.2%가 오피오이드 처방을 받았으며 이 가운데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25%로 20세~24세 성인층(11.2%)의 두 배를 넘겼다.

연구팀은 "악성 종양을 비롯해 일부 통증을 유발하는 중증 질환의 경우 젊은 연령보다는 노년층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 때문"이라며 "현재 오피오이드의 사용과 노년기 치매 위험 사이의 연관성을 파악한 임상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 오피오이드의 광범위한 사용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5년 추적관찰 '인과성' 아닌 '연관성' 파악…"오피오이드 신경세포 사멸 촉진 가능성" 

연구를 살펴보면, 이스라엘의 비영리 종합건강관리기구(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 이하 HMO)에 등록된 60세 이상 9만 1,307명의 노인을 대상으로 추적관찰이 진행됐다. 특히, 이들은 1995년 제정된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모든 시민이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4대 국가 건강보험 중 하나인 MHS (Meuhedet Healthcare Services)에 등록된 인원이었다. 

해당 보험의 경우, 이스라엘 거주자의 14%가 가입한 것으로 집계되며 지난 2002년부터 국가 치매 환자 레지스트리를 운영 중인 상황이다.

연구가 시작된 2012년 당시 임상참가자들의 평균 연령은 68.29세였다. 통상 이스라엘에서는 1회 30일치의 오피오이드 처방이 가능한 것을 고려해, 약물에 노출된 환자의 정의를 120일 기간 내에 오피오이드를 최대 60일 처방받은 인원으로 정의내렸다.

여기서 1차 평가변수는 2013년 1월부터 2017년 10월까지의 추적관찰 기간 동안 치매 발생으로 잡혔다. 연구는 연령 및 성별, 흡연여부, 건강상태(관절염, 우울증, 당뇨병, 골다공증, 인지저하, 비타민 결핍증, 암, 심혈관질환, 낙상으로 인한 입원) 등 다양한 영향인자들을 고려해 분석을 시행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일단 추적관찰 기간 오피오이드 약물에 노출된 인원은 3.1% 수준으로 당시 연령은 73.94세(중간값)였다. 또 이들 중 5.8%가 치매로 진행했으며, 평균 연령은 78.07세로 보고됐다.

무엇보다 오피오이드 노출군은 비노출군에 비해 치매 발생 위험이 높았다는 대목이다. 주요 분석 결과 75세~80세 사이의 연령층에서 오피오이드 노출군은 비노출군 대비 위험도가 3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adjusted hazard ratio [AHR] 1.39; 95% CI, 1.01-1.92; Z-statistic = 2.02, P < 0.05).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오피오이드 노출에 대한 위험도는 일반적으로 치매 발생에 있어 체질량지수(BMI)나 흡연여부 등이 영향을 주는 것과 유사한 수준으로 분석됐다"면서 "다만 오피오이드가 치매 발생을 늘리는 생물학적 기전은 확인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추적관찰 결과라는 한계로 인해 오피오이드 노출과 치매 발생 사이의 상관관계를 파악한 것이지 인과관계를 제시한 것은 아니다"라며 "지금껏 공개된 연구들을 근거로 짚어봤을 때 오피오이드가 퇴행성 뇌신경질환에 관여하는 미세아교세포 및 신경세포의 사멸을 촉진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의 결과 해석에는 제한점이 달렸다. 연구팀은 "임상참가자들이 가진 혈관상태나 신경안정제인 벤조디아제핀의 사용력, 외과적 수술 경험 등 다양한 환자들의 기저상태가 보정되지 않은 결과였다"면서 "오피오이드 비노출군에서 치매를 진단받지 못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치매와 관련한 신경병리적인 변화가 오피오이드 노출 이전부터 진행됐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논문> Stephen Z Levine, Anat Rotstein, Yair Goldberg, Abraham Reichenberg, Arad Kodesh. Opioid Exposure and the Risk of Dementia: A National Cohort Study, The American Journal of Geriatric Psychiatry, 2022. ISSN 1064-7481. DOI:https://doi.org/10.1016/j.jagp.2022.05.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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