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계획서 위반" 지적 피마반세린, 삼수 도전 '불가피'
"임상계획서 위반" 지적 피마반세린, 삼수 도전 '불가피'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2.06.20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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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FDA 최종 결정 앞서 자문위 논의 "임상 프로토콜 위반 등 문제점 다수"
피마반세린 제품사진.

알츠하이머 치매 관련 정신병 신약(환각 및 망상 증상 치료제)으로 재도전 중인 '피마반세린(제품명 뉴플라지드)'의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작업에 다시 한 번 빨간불이 켜질 전망이다.

올해 2월 제출된 피마반세린의 신약보충허가신청서(sNDA)를 최종 검토한 FDA 산하 정신약물자문위원회(PDAC)가 신약 허가에 반대 입장을 강력하게 피력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치료제의 유효성 부족 문제와 함께, 개발사가 제출한 임상계획서 일부에서 위반사항이 제기되며 승인 반대에 결정타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FDA는 지난 17일(현지시간) 피마반세린의 신약 허가 확대와 관련한 PDAC 자문위원회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논의의 핵심은 이렇게 정리된다. 회의에 참석한 자문위원들은 피마반세린의 유효성과 안전성 자료를 검토한 결과 '찬성 3표', '반대 9표'로 압도적으로 신약 허가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했다는 대목이다.   

자문위 관계자는 "FDA 최종 결정은 오는 8월 4일 내려질 방침이긴 하다"면서도 "임상자료를 충분히 검토했음에도 알츠하이머 치매 관련 정신병 환자에서 피마반세린의 유효성을 납득할 만한 임상적 근거를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반대 의견을 피력한 자문위원들의 경우 "현재 알츠하이머 치매 관련 정신병 환자에서 약물 치료 옵션이 부족하다는 의료진과 환자단체의 의견에는 전반적으로 공감했다"면서 "하지만 피마반세린을 해당 환자에 사용함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궁극적인 치료적 혜택은 충분치 않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피마반세린은 이미 2016년 파킨슨병 관련 정신병에 FDA 처방 적응증을 획득했으나, 알츠하이머 치매 적응증 도전은 이번이 두 번째인 상황이다. 작년 4월 임상에서 관찰된 유효성 부족과 안전성 문제 등을 이유로 FDA로부터 허가신청을 반려당한 뒤 올해 신약보충허가신청서를 다시 제출한 바 있다.

당시 개발사인 미국 소재 바이오테크 아카디아제약(Acadia Pharmaceuticals)은 해당 치료제의 적응증 범위를 '전체 치매' 환자가 아닌 '알츠하이머 치매'와 관련한 정신병으로 좁혀 잡으며 승인 가능성을 높였다. 하지만, 이번 자문위 논의 결과를 토대로 오는 8월 FDA가 피마반세린의 최종 허가를 거절할 경우 신약허가신청에 삼수(三修) 도전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자문위 검토 결과 어땠길래…FDA "임상계획서 위반사항도 다수 확인" 

피마반세린은 정신병 및 조현병, 우울증 등 다양한 신경정신질환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하는 '5-HT2A 수용체'를 우선적으로 타깃하는 선택적 세로토닌(serotonin) 길항제로의 작용기전을 가졌다. 

일단 이번 보충허가신청에는 위약대조군 방식으로 진행된 전향적 3상임상인 'HARMONY 연구(NCT03325556)' 및 'HARMONY-019(NCT02035553) 연구' 두 건에 대한 추가 분석 결과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롭게 추가된 HARMONY-019 연구의 경우, 알츠하이머 치매 관련 정신병 환자 181명을 대상으로 위약과 피마반세린을 무작위 투약해 12주 동안 임상평가를 진행한 결과물이었다. 

특히 알츠하이머 치매 관련 정신병 환자 181명을 대상으로 12주 동안 위약과 피마반세린을 비교 검증한 2상임상 자료를 추가로 제출했다는 것이 지난 2021년 첫 번째 도전과는 차별점으로 꼽힌다. 이는 당시 분석 결과에서 피마반세린 투약군의 경우 치료 6주 후 전반적으로 정신병 증상이 감소됐으나, 치료 12주까지 효과가 지속되지 않았다는 데 우려가 나왔던 이유였다.

실제 연구를 짚어보면 치매 관련 정신병에 가장 흔한 유형을 가진 환자 392명이 등록됐다. 참가자들의 4분의 3 정도가 알츠하이머 관련 정신병을 가지고 있었다. 세부 치매 유형은 알츠하이머병이 66%로 가장 많았으며 파킨슨병 치매(15%), 혈관성 치매(10%), 루이소체 치매(7%), 전두측두엽 치매(2%) 순이었다. 평균 연령은 75세로 인지기능장애 유병기간은 평균 4년으로 나타났다.

치료반응 평가를 위해 12주간 오픈라벨 연구를 진행한 뒤, 치료에 지속적인 반응을 보인 환자군의 경우 피마반세린 치료군(20 mg 또는 34 mg)과 위약군으로 무작위 배정해 최대 26주간 이중맹검 평가를 시행했다. 회사가 공개한 중간분석 결과, 피마반세린 치료군은 위약군에 비해 정신병 발생 위험(1차 평가변수)이 대조군에 비해 65% 유의하게 낮게 나오면서 개선혜택을 보고하기는 했다.

그러나 FDA의 판단은 달랐다. FDA는 "먼저 3상임상 결과에서 피마반세린은 사전에 지정된 1차 및 2차 평가변수를 충족시키기는 했으나 일부 하위분석의 경우 통계적 유의성이 부족하고, 임상에 참여한 드문 치매 유형에서는 개선 혜택이 충분치 못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어 "전반적으로 임상에는 이미 승인된 적응증인 파킨슨병 치매 환자들이 다수가 포함됐다는 점도 문제"라면서 "HARMONY-019 연구는 임상 설계상 통제가 잘된 연구라고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유인 즉슨, 임상에 참가한 환자들 중 알츠하이머병 진단 후 정신병적 증세가 나타났다는 명확한 근거를 찾기가 어렵고, 무작위 배정 당시 임상 배제약물(exclusionary medications)을 투여받은 환자도 포함되는 등 '임상계획서 위반(protocol deviations)' 사항이 여럿 확인됐다는 결론이었다.

한편 이번 자문위 논의 결과가 오는 8월 공개될 신약 허가 결정에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허가당국이 첫 번째 신약신청 당시와 동일한 문제점을 제기했다는 데 귀추가 주목된다.

FDA는 "아카디아가 제출한 HARMONY 임상자료에 포함된 임상참가자의 대부분이 백인이며 남성이었다는 점도 환자의 다양성을 반영하지 않은 결과"라면서 "회사는 임상 26주차 결과가 전반적으로 정신병 증상의 현저한 개선혜택을 보고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이미 적응증을 승인받은 파킨슨병 치매 환자에 대한 결과라고 판단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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