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타 아밀로이드 조작 논란…의료계 "가설 부정은 확대해석"
배타 아밀로이드 조작 논란…의료계 "가설 부정은 확대해석"
  • 조재민 기자
  • 승인 2022.08.03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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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밀로이드 가설의 입지 하락…이미지 이외 근거는 '다수'
출처.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베타 아밀로이드 가설을 입증한 논문의 조작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현직 교수들은 어떤 의견일까?

결론부터 보면 이번 사태가 문제는 있지만, 아미로이드 가설의 전반을 부정할 수는 없다는 견해에 무게가 실렸다. 논문에서 조작 문제가 제기된 영상 이미지 이외에 많은 증거가 아밀로이드 가설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것. 

오랜 기간 축적된 아밀로이드에 관한 여러 연구가 아밀로이드 가설을 뒷받침해 가설의 부정은 확대해석이라는 입장인 셈이다. 다만 아밀로이드 가설이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부분에는 공통된 긍정 의견을 내비쳤다. 

3일 대학병원 일선 교수들에 따르면 최근 발생한 아밀로이드 논란에 대해 확대해석은 자제하는 의견이 더욱 무게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달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는 베타 아밀로이드 가설 검증 논문에 이미지 데이터가 조작됐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논란은 일파만파로 퍼졌다. 

16년 전 발표된 실험용 쥐 모델을 대상으로 인지 저하와 관련된 특정 유형의 단백질(베타 아밀로이드)을 측정해 비교 분석한 논문에서 웨스턴 블롯(Western blots) 영상 이미지 일부가 조작됐다는 주장이다. 

웨스턴 블롯은 단백질 사이의 특이적인 상호작용을 이용해 특정 단백질을 검출하는 방법으로, 일반적으로 단백질인 항체를 이용해 이 항체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특정 단백질을 검출하는 방법을 일컫는다.

이 같은 분위기는 아밀로이드 가설이 전면 부정될 경우 기존의 아밀로이드 타깃 치료제의 미래가치 상실과 수많은 치매 관련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밀로이드 가설 전면 부정은 확대 해석…하지만 권좌에서는 물러날 것"

치매학회 이찬녕 수련이사(고대 안암병원 신경과)는 아밀로이드 가설에 대한 전면 부정에는 반대의견을 표했지만, 유력설에서는 일부 타격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아밀로이드 논문에서 조작된 이미지에 대한 사실관계를 떠나서도 다수의 증거가 아밀로이드 가설의 유효성을 증명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밀로이드의 유력설이 과거보다 힘을 잃었다고 진단했다. 즉 치매의 근원적 치료를 위한 해결책이라는 유력설에서는 권좌를 내줄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이에 현재 개발 중인 아밀로이드 타깃 치료제의 미래 가능성도 다소 주춤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결국, 아밀로이드 타깃 이외에 멀티 타깃이 더욱 힘을 얻게 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아밀로이드 타깃 치료제의 전면적인 부정도 견제했다. 향후 출시될 약들이 기존의 실패를 대체할 새로운 강점을 장착한다면 충분히 포지셔닝이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다만 해당 치료제의 수준은 현재 시판 중인 약의 효과보다 다소 높은 정도로 그치며,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는 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이찬녕 교수는 "아밀로이드 학설에 대한 전반적인 부정으로까지 볼 문제는 아닌 것 같다"라며 "다만 단일 타깃이 아닌 멀티모달 약물의 개발 필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아밀로이드 논문 조작 가능성 인정…진단은 복합적 검사가 필수"

치매학회 나해리 재무이사(신경과, 보바스기념병원장)는 과거 논문을 보면 영상 이미징 조작이나 과장의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실제 아밀로이드와 관련된 조기 진단에서 음성에서 양성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다수며 실제 많은 사례가 축적되면서 조기 진단에 대한 가치가 다소 떨어진다는 사실을 인지했다는 것.

조기진단에 대한 가치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아밀로이드가 치매를 일으키는 근원이라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는 견해다. 

나해리 이사는 "이미 입증된 여러 연구로 아밀로이드가 치매를 발생시키는 원인이라는 점에서는 여전히 변함이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하지만 아밀로이드 원툴(one tool)을 활용한 조기 진단은 반대 의견"이라고 말했다.

혈액을 활용한 진단 도구의 유용성과 가치는 인정하지만, 진단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연령마다 다양한 아밀로이드 수치가 도출돼 진단에 혼란을 일으킬 가능성도 내포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아밀로이드 사태에 따라 특정 진단 도구 하나를 활용한 진단은 의미가 없고 다양한 부분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점이 더욱 강조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나해리 병원장은 "하나의 진단적 도구의 절대적 신봉은 금물이며 치매는 검사를 많이 할수록 정확도가 높아진다"라며 "이번 사태가 그런 점에서 더욱 의미를 지닌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다만 멀티 타깃 치료제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에 대한 주의도 당부했다. 아밀로이드 가설이 힘이 빠진 데 따라 단순한 반대급부로 등장하는 분위기는 안 된다는 것이다. 

멀티 타깃에 대한 과학적인 입증이나 연구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으로 상업적인 접근과 마케팅적 측면이 포함된 과도한 포장과 해석은 자제해야 한다는 의미다. 

아밀로이드 타깃에 대한 조작 논란의 확대 해석에 따라 치매 연구 등이 위축되는 과오는 없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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