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용 무선장치 활용 '파킨슨병 상태 모니터링' 방안, 가능성은?  
가정용 무선장치 활용 '파킨슨병 상태 모니터링' 방안, 가능성은?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2.09.2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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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거주공간 내부 벽에 설치, 움직임 및 보행속도 측정 변화 지표 주목
출처: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파킨슨병 환자의 질병 진행 단계를 집안에서 간편히 모니터링할 수 있다?'

민감한 무선신호를 감지해내는 '가정용 무선장치(in-home wireless device)' 활용 기술이 최신 연구 결과를 통해 가능성 검증에 청신호를 켰다.

해당 장치는 통상 집 내부에 설치되는 '와이파이 라우터(Wi-Fi router·무선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장치)' 크기 정도로 환자가 거주하는 공간의 벽에 장착된다. 이후 움직임이 감지될 때마다 반사되는 무선신호를 측정해 파킨슨병 환자의 운동 변화나 보행속도 등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식을 가졌다. 

이러한 움직임과 보행속도의 변화를 분석해 파킨슨병의 진행 정도 및 중증도 단계, 약물 치료반응 등을 평가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시된 것이다.

가정용 무선장치를 활용한 파킨슨병 환자 모니터링 전략을 평가한 분석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2022년 9월 21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책임저자인 미국 MIT공대 전기공학과 Dina Katabi 교수는 "이 장치로 수집한 1년치 데이터를 기존의 파킨슨병 환자 임상 측정값과 비교했을 때 모니터링 효과는 분명했다"며 "환자가 정기적으로 병원에 내원해 진행한 평가보다 질병 및 약물 치료반응을 더욱 효과적으로 추적할 수 있다는 사실이 관찰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파킨슨병의 증상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악화되지만 질병은 천천히 진행하고 또 질병의 중증도 변화를 평가하는 데 길게는 수 년이 걸리기도 한다"며 "신뢰할 수 있고 민감한 측정법이 있다면 이 같은 불필요한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정용 무선장치, 보행속도 측정 비교…"클리닉 MDS-UPDRS 지표 평가와 연관성 확인"

일반적으로 파킨슨병 환자의 뇌에서 일어나는 도파민 감소 현상은 신경세포의 소실과 비도파민성 신경전달물질이 발병의 주요 원인으로 파악된다. 파킨슨병 치료전략은 약물 복용을 통한 증상 완화로 잡혔으나, 관건은 현행 파킨슨병 약물치료 옵션의 경우엔 제한된 효과와 함께 부작용 이슈가 많았다는 대목이다. 

실제로 파킨슨병 환자에서는 1차 치료전략으로 '레보도파'를 사용했음에도 이상운동증 및 운동동요 증상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조사에 의하면 레보도파를 5년 간 사용할 경우 75% 환자에서는 운동동요 증상이나 과운동 현상인 이상운동증 등과 같은 합병증이 관찰된다. 더욱이 약효 지속 시간이 줄어드는 '약효소실현상(wearing off)'도 흔하게 보고된다는 부분이다. 

연구팀은 이와 관련해 "레보도파는 현행 1차 치료제로 권고되지만 약물의 효과는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대부분의 환자에서 약해진다"며 "때문에 운동증상과 인지 기능 등 일상적으로 환자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개입 방안이 필요한 이유"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미국의 경우도 파킨슨병을 진료하는 전문의가 도시 밀집지역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환자의 40% 정도는 제대로 된 관리를 받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일부 웨어러블 기기들이 환자 모니터링에 효과를 보여주기도 했으나 파킨슨병 환자의 연령과 신체 활력상태 등을 고려할 경우 적용이 어렵다. 병원 외부에서 활용할 수 있는 대체방안을 연구한 배경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르면, 이번 연구에는 Katabi 교수팀이 개발한 무선장치가 사용됐다. 일반 가정용 Wi-Fi 시스템에서 방출되는 무선신호보다 약 1,000배 약한 민감한 무선신호를 전송하는 것이 특징이다. 해당 신호는 벽과 물체를 통과하지만, 움직임이 감지될 때 사람의 몸에서는 반사작용을 일으키게 된다.

연구를 살펴보면, 파킨슨병 환자 34명과 건강한 참가자 16명의 가정에 설치된 1~2개의 무선기기를 통해 1년 동안의 움직임 및 보행속도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후 연구자들은 기계 학습 알고리듬을 이용해 20만 개 이상의 보행속도 측정값을 분석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가정용 무선장치를 이용한 모니터링 분석치가 파킨슨병 평가검사에 활용되는 통합파킨슨병척도 'MDS-UPDRS (Movement Disorder Society-Sponsored Revision of the Unified Parkinson's Disease Rating Scale part III)' 총 점수 및 하위점수와도 유의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P < .001). 연구에 비교값으로 설정된 MDS-UPDRS part III 지표의 경우, 클리닉에서 검사하는 파킨슨병 환자의 운동증 증상상태를 평가하는 수치였다. 

세부적으로 연간 보행속도 지표를 비교했을 시에도 파킨슨병 환자에서는 일반 건강한 인원에 비해 두 배 빠르게 감소하는 경향성이 관찰됐다. 파킨슨병 환자에서는 0.026 m/s가 감소한 반면, 일반 대조군에서는 0.015 m/s가 감소한 것이다(P = .04). 또한 보행 측정을 분석한 결과, 보행속도는 환자가 약물을 복용한 직후 개선됐고 약효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다시 감소하기 시작했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는 가정 내 보행 측정이 파킨슨병 모니터링에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파킨슨병의 운동장애로 인해 노인 환자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진료실을 방문하지 않고도 가정 내 보행속도를 측정해 중증도나 상태를 평가할 수 있다면 긍정적인 기대효과가 많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한편 미국파킨슨병협회(APDA)는 해당 결과에 논평을 전했다. 협회는 "새로운 기기가 파킨슨병 모니터링에 중요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며 "가정 보행속도 지표를 이용하는 것은 의료진이 환자의 임상상태와 질병의 진행을 이해할 뿐만 아니라 약물 변경 등과 같은 임상적 결정을 내리는 데에도 매우 유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연구비 지원을 통해 이뤄졌다.

<무선장치 이미지 및 참고 논문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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