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한방 치매약, 이대로 괜찮을까
|기획|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한방 치매약, 이대로 괜찮을까
  • 조재민 기자
  • 승인 2022.09.27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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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한의원 자체 개발, 치매 한약 홍보 문제 논란
'동물실험 자료가 유효성 근거?' 보건소 탁상행정 여전

'30억 달러'. 한화로 환산하면 '4조 2,000억 원'이다. 이렇게 큰 금액의 사용처는 어디일까? 바로 다국적 제약사인 일라이 릴리가 '솔라네주맙(Solanezumab)' 등 치매약 개발을 위해 지난 27년간 쏟아부은 돈이다.

지난 2017년 일리아 릴리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던 치매 치료제인 솔라네주맙의 임상시험 실패를 선언했다.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고도 말이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바이오젠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치매 치료제 개발을 위해 12억 달러(1조 7,184억 원)를 투입했다. 임상 실패 선언 후 우여곡절 끝에 아두헬름을 출시했지만, 효과성과 부작용 논란으로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분위기다. 

이 같은 사례를 보면 대부분은 "치매약 개발이 얼마나 어렵기에 천문학적 금액을 투자하고 실패했을까?", 혹은 "검증 과정이 정말 까다롭구나.", "이런 과정을 거쳐 완성된 약이라면 믿을 수 있겠다." 등 여러 생각이 교차할 것이다. 

그만큼 치매약 개발은 막대한 비용과 인력, 시간의 투입에도 성공에 이르지 못한 영역이다. 임상시험 완료 단계까지는 효과성과 안전성 등에서 수많은 검증을 거친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이와 상반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특정 한의약의 효과가 투명하게 공개된 대규모 임상시험이 아닌 동물실험과 특허 획득, 그리고 유명 논문 게재만을 근거로 들고 있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한의약에 대한 과학적 검증은 화두였다. 1상부터 3상까지 수많은 과정을 거쳐 허가 및 생산‧판매가 허용되는 의약품 개발과 달리 한의약은 이 같은 과정에서 너무 동떨어졌다는 게 의료계의 오랜 지적이다. 

임상시험(Clinical Trial/Study)은 임상시험용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증명할 목적으로 해당 약물의 약동, 약력, 약리, 임상적 효과를 확인하고 이상 반응을 조사하기 위해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시험 또는 연구를 일컫는다. 

반면, 한의약은 이 같은 과정이 없어도 처방할 수 있다는 게 문제의 요지인 셈이다. 결국, 복지부는 지난 2016년 한약도 임상시험으로 효능·안전성을 검증한다는 장기계획을 발표했지만, 현재까지도 실질적 성과는 빈약한 수준이다. 

최근 이 같은 논란은 재차 발생했다. 모 한의원에서 특정 한약의 치매 치료 효과를 전면에 내세우며 대대적인 광고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의원 관계자는 특정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해당 한약에 대한 개발 과정을 공개했다.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해당 한약의 처방이 처음 사용된 것은 100년 전이다. 오래전부터 전해지던 한약 처방을 개선해 최근에서야 치매 치료제로 개발했다는 설명이다. 

또 효과 검증을 위해서는 동국대 부속 한방병원 신경정신과와 공동으로 쥐 대상 동물실험을 진행해 효과를 입증했다고 밝혔다. 

실험 결과는 지난 2021년 5월 SCI 국제학술지 '알츠하이머병 저널(Journal of Alzheimer's Disease)'에 게재됐고, 한의원에서는 이를 토대로 지난 2021년 10월부터 본격적인 처방을 시작했다. 이후 관련 한약은 특허까지 획득했다.

해당 한약의 근거는 ▲100년간 사용된 역사 ▲쥐 대상 실험 ▲SCI급 국제학술지 게재 ▲특허를 얻은 신뢰성 ▲한의원 처방으로 입증된 효과로 압축할 수 있다. 

◆기관 담당 공무원 안일한 태도 '여전'

디멘시아뉴스는 해당 문제를 지적한 제보자를 통해 치매 치료 효과를 전면에 내세운 한약의 위법성 여부를 관련 기관에 문의했다.

결론부터 보면 주관부서인 보건소 공무원은 해당 사안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해당 의료기관의 광고 내용은 임상시험 결과에 대한 구체적 수치를 기재했고, 치료 기전 등의 근거를 제시해 허위 또는 과장 광고로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이다.

또 의료법 제12조(의료기술 등에 대한 보호) 제1항에 '의료인이 하는 의료·조산·간호 등 의료기술의 시행에 대해 이 법이나 다른 법령에 따로 규정된 경우 이외에는 누구든지 간섭하지 못한다'라는 규정을 들어, 이를 한의사의 고유영역으로 해석했다. 

결국, 환자에 대한 치료방법의 선택 및 사용과는 상관없이 한의사 고유영역의 경우 보건소에서 적절 혹은 부적절 행위를 판단할 수 없다는 답변이다. 

담당 공무원은 "해당 약제가 기존부터 환자에게 처방됐던 한약이며, 과학적 근거 확보를 위해 SCI급 논문 등재와 특허 획득을 얻어 효과성에 문제가 없다고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A신경과 전문의는 특허와 동물실험만으로 한약의 효과가 충분하다고 인정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꼬집었다.

A신경과 전문의는 "아무리 오랫동안 사용한 한약이라도 효과에 대한 영역은 완전히 다른 관점"이라며 "한약이라도 임상적 근거 없이 치매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광고할 순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동물실험에서 기전과 효과를 확인하고도 임상시험에서 실패한 치매약들이 부지기수"라며 "동물실험이 근거라면 이는 무모한 임상시험"이라고 덧붙였다.

◆고령화 시대 한의약 임상제도 "이제는 개선해야"

가톨릭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현국 교수(가톨릭뇌건강센터장)도 해당 사안에 대해 보건소의 터무니없는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일반적으로 현대의약품에서 요구되는 치매 치료제 개발 기준과 한방제재의 기준이 너무 달라 현실성이 없다는 의견이다. 

신약개발을 위해 거치는 동물실험부터 전임상, 1상 과정만도 엄청난 실패율을 보이는 데 반해, 천연물신약이나 한약 제재라는 이유로 급행열차를 타는 것은 시대를 역행한 행위라는 것이다. 

임 교수는 동물실험 근거와 특허 취득, 유명 논문에 게재됐다는 사실이 특정 한약의 효과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며, 법과 제도는 물론 인식 부족까지도 함께 지적했다.

임 교수는 "가령 의사들이 줄기세포 연구의 동물실험 결과와 SCI급 논문 게재만을 근거로 특정 환자들에게 처방을 진행했다면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는 사건이 됐을 것"이라며 "한약이라는 이유로 이 같은 해석을 내린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시대적 변화에 맞춰 철저한 임상시험을 거치도록 제도의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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