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전단계 경도인지장애가 경증 질환이라고? "분류체계 고민할 시점"
치매 전단계 경도인지장애가 경증 질환이라고? "분류체계 고민할 시점"
  • 김민지 기자
  • 승인 2022.09.27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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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임재성 교수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임재성 교수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임재성 교수

현재 우리나라는 노인 인구(65세 이상)가 전체 인구 중 14% 이상을 차지하는 고령사회에 진입해 있다. 이르면 내년엔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에 육박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이란 우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여기서 문제는, 노인 인구 비율의 가파른 상승세에 따라 치매환자와 치매의 전단계로 알려진 경도인지장애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일단 치매 예방에 관건은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병행하는 것으로 잡혔다. 매년 10~15%의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치매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결국 경도인지장애 단계가 치매를 예방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경도인지장애 관리와 관련해선 정책적인 가이드라인이 미흡하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경도인지장애가 질병분류에서 '경증' 질환에 속해 있어 치매로 이어질 수 있는 질병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못 했다는 반응이다.

디멘시아뉴스는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임재성 교수(대한치매학회 홍보이사)를 만나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진단 및 관리방안과 관련해 방향성을 물었다.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이 어떻게 진단되고 있는지?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추정치만 나와있는 상태로 약 254만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병원에 와서 경도인지장애로 진단받은 환자들보다 치매안심센터를 통해 진단되는 수가 훨씬 많다. 방법을 보면 먼저 60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치매안심센터에서 검진을 한다. 1단계 선별 검진에서 검사 결과가 완전히 정상이 나오지 않고 '인지저하'라고 나오면 정밀 검진을 받게 된다. 센터에서 세라드검사(CERAD-K)등 신경인지기능검사를 진행하게 되고 해당 검사에서 치매가 의심되면 병원으로 환자를 연계하게 된다. 여기서 1단계 CIST(인지선별검사)에서 이상은 있지만 2단계 검사에서는 치매로 진단받지 않아 병원으로 연계되지 않은 사람들을 경도인지장애 환자로 진단 및 추정하고 있다. 이 같은 방식으로 환자 수를 추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병원에서 진단·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현재는 환자들이 병원에 찾아와도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방법들이 잘 마련돼있지 않다. 소위 뇌 영양제 같은 현재 경도인지장애에 쓸 수 있는 약물과 인지 훈련, 운동, 식이 조절, 위험 인자 조절 등에 대해 상담을 하고 정기적으로 검진하면서 늦지 않은 시기에 약을 처방하는 정도뿐이다. 이와 관련해 정책적으로 진료 프로세스 등이 정립될 필요성이 있다. 환자가 의료기관에 찾아왔을 때 실질적인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경도인지장애 발생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 그 중에는 좋아질 수 있는 환자도 있고 대학병원을 주기적으로 오지 않아도 되는 환자들도 포함돼 있다. 이런 환자들을 가려내는 것이 전문가의 영역이다. 다만 환자들의 상태를 진단하고 파악하기 위해서는 환자들이 병원에 와서 검사하고 상담받는 게 중요하다.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 계획 및 방안 수립이 필요하다. 

◆경도인지장애가 경증질환으로 분류돼있어 발생하는 문제는?

현재 경도인지장애는 중증도 관련 질환분류에서 질병분류상 'F코드'로 분류돼 경증질환으로 여겨지고 있다. 문제는 경도인지장애의 경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경증 질환인 감기 등과 다르게 잠재적으로 중증 질환으로 이행할 수 있는 환자들이라는 점이다. 특히 알츠하이머성 경도인지장애는 알츠하이머 치매로 이환될 수 있는 병이기 때문에 경증 질환으로 분류를 반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전문가적인 입장에 대한 고려 없이 경도인지장애가 경증으로 분류되는 실정이다.

여기서 발생할 수 있는 다른 문제점은 경도인지장애가 중증 질환에 속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학병원에서 질병상태를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경도인지장애를 감기처럼 가볍게 생각하고 치료가 필요 없다고 인식할 수 있다. 이것은 의료진뿐만 아니라 환자들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경도인지장애가 곧 면역 치료라고 하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치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으로도 분류체계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경도인지장애 인식개선을 위해 치매학회가 노력하고 있는 부분은?

경도인지장애로 진단받은 환자를 진료할 때 경도인지장애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도 '치매가 아니다'라는 부분만 각인되는 것 같다. 이 같은 이유에서 경도인지장애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정정될 필요가 있다. 경도인지장애는 치매에 비해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용어다. 따라서 인식 제고 사업을 통해 경도인지장애라는 질병의 상태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치매학회에서도 '경도인지장애로 치료가 필요한 분들은 병원에 와서 전문적인 진료를 받아야 된다'라는 메시지를 유튜브를 통해 홍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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