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간호법 찬반 공방전 … 간호사 vs. 의사 힘겨루기
치열한 간호법 찬반 공방전 … 간호사 vs. 의사 힘겨루기
  • 강성기 기자
  • 승인 2023.04.06 17: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로운 생활 의료체계 구축할 ‘부모돌봄법’ … 돌봄질 떨어지고 의료비 가중될 ‘가정파괴법’

임상병리사·간호조무사 전선폭 확대 … 일자리 잃고 간호사만 혜택, “반드시 철회돼야”
대한의사협회 1인시위 모습
대한의사협회 1인시위 모습

요즘 간호계와 의료계의 최대 이슈는 ‘간호법 제정’ 이다. 

간호법 제정을 이끄는 대한간호협회 홈페이지 초기화면에는 간호법 홍보를 비롯한 성명서, 호소문 그리고 서명운동 등을 알리는 10여 개의 팝업창이 바삐 돌아가고 있다. 또 간호법과 간호법 제정 타당성 등을 홍보하는 수십 개의 유튜브가 어지러울 정도다. 

지난달 22일 대한간호협회를 비롯한 간호법제정추진 범국민운동본부 소속 회원들이 간호법안 국회 본회의 상정 표결에 앞서 국민의힘 중앙당사 및 전국 시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통과를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간호법 제정이 대선공약임을 강조하면서, 숙련된 간호 인력을 양성하고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 적정하게 배치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간호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간호법이 고령화 시대에 간호 인력이 잘할 수 있는 아동, 노인 돌봄에 대한 새로운 생활 의료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부모돌봄법’이니 만큼, 반드시 이번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간호법안은 2021년 3월 국회에 처음 제출된 뒤 2022년 5월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 8개월 넘게 계류됐었다. 이후 복지위는 지난 3월 9일 표결을 거쳐 간호법안 등을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지정해 국회 본회의에 상정했다. 간호법 제정안 등은 이달 중 열릴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본회의에 부의된 간호법을 둘러싸고 간호계와 의료계의 갈등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대한간호협회를 비롯한 간호법제정추진 범국민운동본부는 연일 국회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대한의사협회 등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법안의 본회의 통과 시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대치 중이다. 

의협 등이 간호법을 반대하는 이유는 간호법 총칙에 명기된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에 관해 필요한 사항'이라는 표현 때문이다. 의협 등은 “간호사가 독자적 방문 처치 등 업무 범위를 넓혀 의료체계에 큰 혼란을 일으킬 것”이라면서 “간호법 제정 자체가 간호사들의 이기주의”라는 입장이다.

여기에 대한의원협회는 6일 ‘간호법은 부모 돌봄법이 아닌 가정파괴법’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부모돌봄’이라는 감성적 주장으로 마치 간호법만 제정되면 부모돌봄이 제대로 되는 것처럼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오로지 간호사만의 업무로 부모돌봄이 되기 위해서는 간호사의 독자적인 의료행위가 가능해야하지만 간호법 제정안에는 그러한 규정이 없다”며 “간호법을 일단 제정한 후 앞으로 간호사들의 독자적인 의료행위가 가능하도록 조금씩 개정하겠다는 속내를 비친 것”이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결국, 제대로 된 돌봄서비스를 위해서는 의사, 요양보호사, 간호조무사 등 타 직역과의 연계를 통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데도, 간호사만의 역할만으로 노인돌봄을 하게 되면 돌봄의 질이 떨어지고 의료비가 가중되어 ‘가정파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반면 간호계는 현행 의료법이 급속한 고령화와 높아진 경제 수준 등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간호사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며 간호법 제정에 강경한 입장이다. 

의사와 간호사 간의 갈등의 폭이 넓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선이 임상병리사와 간호조무사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대한임상병리사협회는 “간호사가 심전도 검사 등 임상병리사의 업무를 침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면서 “이 같은 사례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간호조무사협회는 “지금 발의된 간호법은 간호사에게만 혜택을 주고 있다”면서 “간호조무사를 차별하는 불공정한 간호법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업계 한 관계자는 “간호법이 제정된다면 현재 부모 돌봄을 전담하는 요양보호사와 간호조무사는 일자리를 잃으면서 이들 직역은 고사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다”면서 “부모 돌봄을 강조하는 간호협회의 주장은 간호법을 등에 업고 돌봄 사업의 핵심에 진출하겠다는 것으로 비추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는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간호조무사협회·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대한임상병리사협회·대한방사선사협회·대한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대한응급구조사협회·한국노인복지중앙회·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한국재가장기요양기관협회가 참여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