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 ‘치매’ 병명 변경작업 초읽기 … 보건의료단체에 의견조회 요청
政, ‘치매’ 병명 변경작업 초읽기 … 보건의료단체에 의견조회 요청
  • 강성기 기자
  • 승인 2023.04.1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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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저하증’, 20대 국회 때 복지부 부정적 의견 … 치매 복합증세 담기에 역부족

‘인지병’, 향후 병명 활용도 고려할 때 부적절 … ‘인지감소증’・‘인지감퇴증’ 바람직

'치매' 병명을 변경하기 위한 정부의 움직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보건복지부가 치매의 대체용어로 ‘인지저하증’과 ‘인지병’을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대한의사협회 등 보건의료단체에 그간 치매 용어 개정 협의체에서 논의해 온 이들 치매 대체 용어 후보군과 현재 시행하고 있는 치매 관련 개별 사업명칭 개정에 대한 의견조회를 요청했다.  복지부는 지난 1월 치매용어 개정 협의체를 구성해 치매 용어를 개정하고 치매에 대한 인식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번 협의체는 치매 용어 개정과 관련한 전문적 의견 또는 현장 상황을 전해줄 의료계, 돌봄·복지 전문가 및 치매환자 가족단체 등 10여 명으로 구성됐다.

복지부가 검토에 들어간 대체용어 중 ‘인지저하증’은 지난 2017년 김성원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20대 국회에 ‘인지저하증’으로 부르자며 발의했던 치매관리법 개정안에 담긴 용어이다. 

당시 복지부는 “명칭 변경 시 초래될 수 있는 사회적 비용, 이미 사용 중인 용어와의 유사성으로 인한 혼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환자 가족의 고통 경감과 치료율 제고를 위해서는 명칭 변경보다 치매 친화적 환경 조성 등 사회적 인식개선이 필요하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보인 바 있다. 

관계 전문가는 “인지저하증은 인지기능의 저하 외에 치매에 나타날 수 있는 여러 복합증세를 담기에 다소 부족한 면이 있다”면서 “이 같은 점을 고려할 때 인지감소증이나 인지감퇴증이 더욱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대체용어인 ‘인지병’은 용어에 ‘병’자가 들어있어 향후 병명의 활용도를 고려할 때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즉 치매라는 용어를 바꿀 경우 전국의 '치매안심센터'와 같은 기관의 간판과 행정서류 등을 변경해야 한다. 병명이 바뀌면 교과서 질병분류표 관련법도 바꿔야 한다.

치매라는 용어는 'dementia'(정신이상)라는 라틴어 의학용어의 어원을 반영해 '어리석을 치(癡)', '미련할 매(呆)'라는 의미의 한자 '癡呆'로 옮긴 것이다. 일본을 통해 들어온 한자어 표현을 우리 발음으로 읽어 사용하면서 부정적 의미를 담고 있어, 병명에 따른 편견과 낙인으로 환자와 가족들이 불필요한 고통을 겪어왔다. 

치매 용어가 치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일으켜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2000년대 들어 줄곧 제기됐다. 정치권에서도 치매를 다른 용어로 대체하기 위한 법안을 내놓았다.

21대 국회에는 세 건의 치매 병명 개정을 담은 치매관리법 개정안들이 발의돼 있다. 2012년 6월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지저하증’으로, 같은 해 10월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은 ‘인지흐림증’으로, 올들어 지난 3월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뇌인지저하증’으로 변경하는 치매관리법 일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주변 여러 다른 나라는 이미 용어를 개정했다. 대만은 2001년 실지증(失智症), 일본은 2004년 인지증(認知症), 홍콩과 중국은 2010년 및 2012년 뇌퇴화증(腦退化症)으로 병명을 개정한 바 있다.

이처럼 질병명을 변경하는 것은 실제 부정적 인식과 편견을 없애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과거 문둥병으로 불렸던 나병은 ‘한센병’으로 바뀌었고, 지랄병으로 불렸던 간질은 ‘뇌전증’으로, ‘정신분열병’은 ‘조현병’으로 각각 변경됐다.  

코로나19를 둘러싸고도 명칭과 관련해서 세계적으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은 발생 초기에 ‘우한 바이러스’로 불렸으나, 세계보건기구(WHO)가 특정 지역에 대한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며 코로나19라는 공식 명칭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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