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에서 행동장애 증상군들은 무엇을 의미할까? 못다한 이야기1
알츠하이머병에서 행동장애 증상군들은 무엇을 의미할까? 못다한 이야기1
  • DementiaNews
  • 승인 2017.11.30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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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용태
효자병원 신경과장/연세대 외래교수

보헤미안 랩소디 (feat by Dr Kwak)

“Is this the real life”  (이게 현실인가…)
…………
“Mama just killed a man”(엄마………..   나,,,,,,,,,,  지금 막 사람을 죽였어요)
……………
“Anyway the wind blows” (어쨌든 바람은 분다)


저번 주 금요일은 전설적인 영국 락 그룹 퀸의 리드 보컬이었던 프레드릭 머큐리가 죽은 날입니다(1991년 11월 24일). 벌써 30년 가까이 지났습니다. 4옥타브를 넘나드는 화려한 보컬과 폭발적인 무대 매너로 대중음악 역사상 최고의 아티스트 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락을 잘 모릅니다. 성향적으로 너무 강하고 시끄럽다고 느끼는 음악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요. 하지만 그의 대표작인 보헤미안 랩소디는 무언가 제 마음을 끌고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앞에 소개한 세구절은 이 노래를 압축적으로 제가 정리한 것입니다. 특히 곡 중간에 갑자기 나오는 이 구절, 엄마 … 나 막 사람을 죽였어…  라는 말은 제 심장에 총알이 천천히 밀고 들어오는 것과 같은 무언가 가 있습니다.

프레드릭 머큐리는 이 실험적이고 모호한 곡을 발표함으로써 많은 대중과 평론가에게 수 많은 해석을 쏟아 내게 하였지만, 정작 본인은 이 내용 들을 모조리 부정합니다. 예술가다운 그리고 심술궂은 행동이지요. 하지만 이러한 행동은 수많은 보헤미안 랩소디를 개인에게 선물하게 된 것이지요. 저 역시 그 중 한 사람입니다.

치매는 어느 한 순간 갑자기 나가오는 경우도 있지만(뇌졸중, 사고 등…) 대부분 노년기에 발병하는 치매는 서서히 다가 오지요. 처음 이 증상을 지적 받거나 자각을 하게 되는 경우 필사적으로 이를 부인하거나 극복하려고 합니다. 물론 암과 같은 병도 이런 과정을 겪지만 치매는 암에 비해서 매우 오랜 기간 이를 느끼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갑자기 “Is this the real life”  (이게 현실인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갑자기 세상이 칼라에서 회색으로 변하는 순간입니다. 처음으로 현실을 받아 들이는 순간 우울, 불안, 그리고 때로는 주변에 대한 공격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가족, 직장, 사회와 본격적인 갈등이 생기는 치매 전 단계 혹은 치매 초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때 가족들이나 주변 사람들이 정서적으로 지지하고 같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게 되면 치매가 진행이 되더라도 좀더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더 나아가는 초월적으로 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사는 사회가 그러기 쉽지 않습니다. 너무 바쁘고 개인적인 사회, 여기에다 무지한 사회에서 자기 가족이라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지요.

치매가 진행이 되고 이 상황이 개인적인 한계 상황이라고 느껴질 때 환자는 다음과 같이 생각합니다. “Mama just killed a man” (엄마………..   나,,,,,,,,,,  지금 막 사람을 죽였어요) . 실존론적인 상황에서 누군가를 찾겠지요. 기독교인이면 하나님을, 불교인이면 부처님을, 그러나 치매가 진행된 환자는 뻗을 수 있는 손은 어머니 밖에 없습니다. 물론 어머니는 이미 돌아갔지만 말입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나 어려운 일을 겪고 대부분 무던히 살아갑니다. 하지만 이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앞에 있습니다. 존재론 적인 절망이지요. 그래서 빠져 나갈 수 없는 벽에 부딪치는 것입니다. 그게 바로 사람을 죽이는 것이지요. 어떻게 보면 태어났기 때문에 당연히 가야 되는 것인데, 이를 인정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원죄와 구원속에서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이지요. 이 단계에서 우리는 때로는 손을 잡아 주기도, 때로는 혼자의 시간을 주기도, 그리고 때로는 강력한 약을 쓰기도 합니다. 우리는 어쩔 수 없는 방관자, 제 3자가 됩니다. 하지만 이 단계에서 환자와의 작은 끈이라도 놓치지 않고 있어야 합니다.

치매가 더 진행되면 환자는 하나 둘씩 많은 것을 잊어버리게 됩니다. 그러면 세상은 점점 흐름이 느려집니다. 그리고 불안과 우울도 분노도 점점 그 수위가 낮아집니다. 본인이 잘 걷지 못하니 휠체어를 타고 다니시고, 식사도 이제는 누군가 “ 아, 하세요, 삼키시고요” 라는 말에 맞추어 식사하십니다. 좀더 여유가 생기면 식사를 주는 사람과 눈을 마주치기도 하지요.  점점 눈을 감고 있는 시간도 많아 집니다. 그리고 어느 가을날 정원을 산책하면서 생각합니다.

“Nothing really mattters to me” (아무 문제 없어… )

프레드릭 머큐리가 떠난 지도 오래 됐군요. 그가 말한 것처럼 “Anyway the wind blows”  어쨌든 오늘도 바람은 불고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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