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에서 행동장애 증상군들은 무엇을 의미할까? 못 다한 이야기2
알츠하이머병에서 행동장애 증상군들은 무엇을 의미할까? 못 다한 이야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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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2.04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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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용태
효자병원 신경과장/연세대 외래교수

허드슨 강의 기적


장면1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제센터와 교신을 한 사람은 세월호의 항해사였습니다. 물살이 빠른 맹골수도 운항을 경험이 부족한 3등 항해사에게 맡겨 놓은 것은 물론, 촌각을 다투는 급박한 교신 오가는 순간에도 선장의 행적은 묘연합니다. 선원들이 승객들에게 선실에 머물라고 잘못된 안내방송을 한 건 상황을 파악하고 판단을 내려야 할 위치에 선장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게 교신 내용을 통해 확인됐습니다. (2014년 4월 21일 SBS 뉴스)

장면2

"자 앞에 화면 보세요....  치매 노인 환자는 시야가 좁기 때문에 뒤에서 접근하면 안 됩니다. 항상 정면에서 접근해야 안전합니다."  그때 앞에 강의를 듣고 있던 보호사 교육 수강생이 질문을 합니다. " 선생님 책에 있는 데로 앞에서 접근하다가 환자가 깜짝 놀라서 저를 때려서 맞았는데요...."(2015년 보호사 교육 중에 있었던 일)

2016년 허드슨 강의 기적이라는 영화가 상영되었습니다. 탑승객 155명을 태운 여객기가 예상치 못한 사고로 양쪽 엔진이 모두 고장이 났습니다. 208초의 시간 동안 850미터 상공에서 허드슨 강으로 비상 착륙한 설리 기장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요. 영화 초반 그냥 단순한 영웅담이나 미담이 될 것 같았던 이 이야기가 막대한 재산상 손해를 입힌 설리 기장의 잘 잘못을 따지기 시작하면서 영화는 관객을 긴장 시킵니다. 이 영화는 세월호 선장과 비교 되면서 왜 미국은 저런 기장이 있는데 왜 우리 세월호에서의 선장은 그렇지 못할까라고 자조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것 중 중요한 것이 놀람반응 (startle response) 입니다. 놀람반응은 소리나 빠른 행동 등과 같이 위협적이라고 생각되는 자극에 대해서 동물이나 인간에게 나타나는 무의식적인 방어 반응입니다. 대부분은 자율신경계나 운동계의 증상으로 나타나지만 뇌의 고도 기능인 인지기능에도 연관이 되어 있지요. 방어반응임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지요. 생리적으로는 놀람 반사입니다.
 
현대의 비행기나 배는 거의 모든 부분이 자동화 되어 있고 그 운행이 거의 변화가 없습니다. 하지만 만약 전혀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생각하였던 그러나 치명적인 일(새가 빨려 들어가 엔진이 고장이 나거나,  거대한 여객선이 가라앉는)이 생긴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순간 당사자는 모든 생각이나 행동에 심각한 문제가 생깁니다. 상황 인식 능력, 결정과정, 문제 해결 능력, 응급상황에서 적절한 행동 등 모든 분야에서 문제가 생깁니다. 급변 상황이 많은 조종사에서 이런 일 들이 많이 발생합니다. 실지 비행기 사고를 조사하면 놀람반응이 사고의 상당 부분 중요 요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최근에는 조종사를 대상으로 이런 교육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설리 기장이 위대한 것은 무의식적으로 그리고 본능적으로 생기는 이 놀람반응을 208초의 짧은 시간 동안 극복한 것 입니다. 반면 세월호 선장은 아직도 그 놀람반응 속에 빠져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놀람 반응은 고도의 인지기능 보다는 단순한 반사 반응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훨씬 많지요. 치매의 종류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치매가 진행되면 성인에게는 보이지 않았던 놀람반응이 흔하게 보입니다. 치매 환자는 시야가 좁기도 하지만 또한 인지기능의 손상이 있기 때문에 정상적인 소리, 접촉, 보이는 것 등이 예측하지 못하였던 그리고 치명적인 사건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환자는 순간적으로 소리치거나, 주먹이 나가거나, 경련(주로 간근대성 경련) 등이 나타나게 됩니다. 순간 제 수강생은 맞았고요... 환자는 반사 반응 후에 오는 인지기능의 혼란으로 불안정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책에 있는 것도 설명하지만 제 경험을 조금 보태어 말합니다. 잘 모르는 치매 환자에서는 환자의 시야에서 비스듬하게 접근합니다. 그리고 작은 손뼉 소리와 같은 저 자극을 주면서 천천히 접근하지요. 너무 디테일 하고 번거로운가요?  그런데 환자한테 맞으면 정신이 번쩍 납니다. 물론 때린 환자도 정신이 번쩍 나지요. 제가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우리는 수많은 교육과 사회생활을 하면서 예측하지 못하는 사건이나 치명적인 사건에서도 어느 정도 훈련이 되어 있으며, 좀 더 재난적 일을 다루는 사람, 예를 들어 응급실 의사, 비행기 조정사, 군인, 소방관 등은 더 특수한 교육을 받으면서 재난적인 일을 방지하거나 최소화합니다. 하지만 인지기능이 저하된 치매 환자들은 약간의 일상 변화도 재난으로 인식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하여 환자뿐 아니라 보호자도 힘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각 환자의 경우에 따라서 섬세하게 천천히 접근할 필요가 있는 것 입니다.

벌써 겨울이 오나 봅니다. 바쁘게 지나다 보면 문득 추워지고, 추운 겨울이 지나면 문든 창밖에 목란이나 벚꽃이 피겠지요. 계절의 변화가 혹독함에도 우리가 잘 견디어 나가는 것은 문득, 문득 천천히 다가오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젊은 날 사랑이 아름다운 거지요, 문득 다가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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