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 세균, 알파-syn 단백질 응집 유발 … “임상적 의미 부여하지 않아”
마이크로바이옴은 세균, 고세균, 균류, 원생동물, 바이러스 등으로 나뉜다. 인체에는 이들 다섯 가지 종류의 미생물이 존재하는데 이 중에서 세균이 가장 많다. 마이크로바이옴의 개체 수는 70kg 성인 기준으로 38조 개에 달하며 대부분 대장에 존재한다. 이들 장내 미생물은 비만, 당뇨, 아토피, 크론병, 암 등 많은 질병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부분 학술적으로 증명이 되지 않았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장내 박테리아가 파킨슨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논문이 발표돼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핀란드 헬싱키 대학교 사리스 박사는 연구논문을 통해 "이번 연구는 장내 미생물인 데술포비브리오(Desulfovibrio) 박테리아의 특정 변종이 파킨슨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고 주장했다.
장내 세균이 파킨슨병의 병리학적인 주요 특징인 알파-시누클레인(알파-syn) 단백질의 응집을 유발함으로써 파킨슨병 발병에 모종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파킨슨병의 유발인자로 유전학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환경적 요인도 어느 정도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알파-시누클레인은 인간의 뇌에 풍부한 단백질인데 시냅스전말단이라 불리는 특수한 구조의 신경 세포인 뉴런의 끝에서 주로 발견된다. 시냅스전말단은 신경전달물질인 화학적 메신저를 방출한다. 신경전달물질의 방출은 신경 세포들 사이에 신호를 중계하는 역할을 한다.
알파-시누클레인 병리는 알츠하이머 질환이 있거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 모두에서 발견된다. 특정 돌연변이가 파킨슨병 발생에 기여하는 아밀로이드-유사 원섬유를 형성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 논문은 데술포비브리오 박테리아가 건강한 개인보다 파킨슨병 환자, 특히 더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서 더 널리 퍼져 있고 양도 더 많다는 것을 보여준 기존 연구원들의 초기 연구를 기반으로 했다. 데술포비브리오는 물에 잠긴 토양뿐만 아니라 유기 물질의 수준이 높은 수중 환경에서 흔히 발견되는 그람 음성 박테리아 속이다.
사리스 박사 연구팀은 기존 연구자들의 최근 연구보고서에서 10명의 파킨슨병 환자와 그들의 건강한 배우자의 배설물 샘플에서 데술포비브리오 균을 찾았다. 분리된 데술포비브리오 균주를 황색 형광 단백질과 융합된 인간 알파-시누클레인을 발현하는 선충 회충 균주에 공급했다.
선충은 작고 가느다란 선형동물문에 속하는 동물로써 곤충 다음으로 가장 큰 동물군이다. 회충, 십이지장충과 간이 동물에 기생하는 선충과 식물에 기생하는 선충을 포함하여 약 2만8,000 종류의 선충이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파킨슨병 환자의 데술포비브리오 박테리아를 먹인 웜이 건강한 사람의 데술포비브리오 박테리아를 먹인 웜이나 E coli 균주를 먹인 웜보다 훨씬 더 많고 더 큰 알파-시누클레인 응집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울러 파킨슨병 환자의 데술포비브리오 균주를 공급받은 웜이 건강한 사람으로부터 받은 웜보다 훨씬 더 많이 죽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종합해 볼 때 파킨슨병 환자에게서 분리한 데술포바이러스 균주와 건강한 개체에서 분리한 균주는 서로 다른 특성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파킨슨병 환자의 데술포바이러스 변종에서 유전적 차이와 병원성 유전자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비교 유전체학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파킨슨병 재단의 최고 과학 책임자인 제임스 벡 박사도 “장내 미생물이 파킨슨병에 미치는 역할을 이해하기에는 초기 단계다. 파킨슨병 환자이든 아니든, 많은 사람이 체내에 데술포비브리오 박테리아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에게 데술포비브리오 박테리아가 무슨 역할을 하는지 이해하려면 앞으로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며 이 연구에 임상적 의미를 크게 부여하지 않았다.
이 연구논문은 국제 학술지인 ‘Frontiers in Cellular and Infection Microbiology’ 최근호 온라인판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