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의 길에서 의대 진학 후 치매 예방 헬스케어 스타트업 대표로
나이가 들어가는 것은 인지 건강 문제와의 대면이기도 하다. 유독 발병하기 전에는 관심이 없고 발병한 후에는 지식이 없는 병이 ‘치매’다. 미리 대비하고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고, 우리 생활 가까이에 와 있는데도 두려움이라는 장벽에 가려져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내 가족에게 찾아올지 모르고, 이미 가족 안에 들어와 발병 진행 과정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디지털로 치매를 예방하고 인지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서비스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여러 업체가 치매를 예방하고 인지훈련을 간편하게 해준다며 디지털 치료 시장에 뛰어들었다. 키메스 2024 참여 업체 중 상당수가 디지털 인지 교육과 치매 관련 기기 기업이다.
디멘시아뉴스는 난립하는 듯이 보이는 디지털 치료기기 기업들에서 진정성 있는 기업에 관한 몇 가지 원칙을 정했다. 창업자가 엔지니어 단독인지 의학계 네트워크가 긴밀한지, 임상연구가 다년간 진행됐고 현재도 진행 중인지, 기업의 출발과 진행 과정에서 진정성이 답보(答報)돼 있는지 등이다. 이러한 기준으로 게임 비슷한 콘텐츠를 만들어 인지훈련을 한다며, 짧은 기간의 비과학적 임상시험을 거론하며, 초기 치매에 효과가 있다는 위험한 발언을 겁 없이 하는 기업은 퇴출해야 한다. 연구는 흉내만 내놓고 마케팅에만 열을 올리는 기업은 분별해 내야 한다. 아픈 사람들을 현혹해 장사하려는 기업이 아닌, 시장에 꼭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진실한 맥락과 문제 대응책이 있는 기업을 소개한다.
노화에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치매를 예방하도록 인지훈련을 맞춤 관리해 주는 두뇌 건강 솔루션, 실비아헬스가 그러한 맥락을 지닌 기업이다. 고명진 대표를 만나 남다른 창업 과정의 풀스토리와 포부를 들어봤다.
- 실비아헬스라는 회사명이 궁금해요.
‘실비아(Silvia/Sylvia)’는 미국의 중장년 사이에서 친근하고 익숙한 이름이에요. 친근하게 인식되는 기업으로, 일상에 쓰이는 기술을 개발하고 싶어 기존에 구상한 Silver-AI에서 알파벳 철자를 변형해 회사 이름을 정했어요. 이후 치매 케어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한 스웨덴 왕비 이름이 실비아(Silvia)임을 알았어요. 실비아 왕비가 “치매 환자를 돌보는 건 한 사람의 힘으로 할 수는 없는 일이다”라고 했죠. 1996년 스웨덴 왕립 치매센터 ‘실비아 헤메트’를 설립해 치매는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해요.
- 아이비리그 대학 중에도 1위인 프린스턴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의대에 다시 진학한 뒤 창업한 독특한 이력이 알려져 있어요. 실비아헬스는 어떻게 시작했나요?
경제학, 의학 모두 인간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선택한 학문이에요. 중학교 때 미국 유학을 가서 프린스턴대학교 졸업 후 서울대 의대에 진학하고 창업한 과정에 할머니가 계셨어요. 모든 결정은 제가 스스로 했죠. 어렸을 때 맞벌이로 바쁜 부모님 대신 할아버지, 할머니와 생활했는데 할머니와는 작은 고민거리도 다정하게 나누는 사이였어요. 그런데 할머니가 저 모르게 치매 유전자 검사를 받고 오셨더라고요. 일상생활에 문제가 있는 상태는 아니었지만, 남몰래 치매를 걱정하고 계셨어요. 손녀 몰래 검사받고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린 할머니를 생각하니 속상했어요.
저는 한 사람의 행위가 다른 사람의 행위에 미치는 상호의존적, 전략적 상황에서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연구하는 ‘게임이론’ 등에 호기심이 많았고 봉사활동을 즐겨 했어요. 조금 더 밀접하게 사람들과 부대끼는 활동에서 배우는 게 많았으니까요. 노인 환자, 보호자들의 절박함을 접하는 동시에 할머니의 치매 걱정을 해소해 드리고 싶었어요. 치매 예방과 인지 기능 관련 공부에 파고들었죠. 국내외 논문은 모두 찾아봤고, 미국 인지 재활 콘텐츠를 번역해 프로토콜을 직접 짰고, 할머니와 함께할 수 있는 상담 매뉴얼도 만들었어요.
의과대학에 진학 후 여러 중장년 환자분과 봉사활동 도중 정말 많은 중장년이 치매를 두려워하고 계시지만 정작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계신 모습을 목격하면서, 치매 예방의 접근성을 향상할 수 있는 디지털 솔루션을 구상하기 시작했어요.
- 할머니의 인지 건강은 어떤 상태였고, 대표님의 초기 대응책이 궁금합니다.
할머니는 사회적으로 굉장히 활발하셨고, 책과 신문도 매일 읽으셨어요. 제가 기억하는 할머니는 인지 기능이 굉장히 좋으셨어요. 70대가 되면서부터 기억력이 예전만 못하다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의대에 진학했을 때 프린스턴대학교에 합격했을 때보다 더 좋아하셨고, 조그마한 건강 고민이 생겨도 저와 나누셨어요. 하지만 본과 재학 중 할머니가 몰래 치매 유전자 검사를 받으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당시에는 유전자 검사가 100만 원이 넘어 상당히 비쌌는데, 할머니는 얼마나 스스로 걱정하셨으면 그런 검사까지 받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와 작은 고민도 공유하시던 할머니가 제가 몰랐으면 하는 비밀이 있었다는 것이 큰 충격이었어요.
치매를 걱정하시는 할머니를 돕고자 처음에는 인지 재활 관련 책들을 구매해서 같이 풀어보았어요. 제가 본과 2학년이 되니 바빠져서 집에 가는 날이 뜸해졌어요. 그래서 할머니께 숙제를 내드렸어요. 그런데 저를 아무리 사랑하셔도 안 하시더라고요. 왜 안 하실까 고민했더니 너무 쉬워도 안 하고 너무 어려워도 안 하고 재미없어도 안 하셨어요. 뭔가 의미를 크게 못 느끼신 것 같았어요. 할머니가 쉽고 즐겁게 접하실 수 있는 맞춤형 무엇인가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때 근거 기반의 인지 중재 콘텐츠를 찾기 시작했어요. 할머니의 치매 예방에 도움을 드리는 프로그램으로 미국에서 입증된 자료를 찾아 번역하고 같은 장소에 없더라도 전화로도 할 수 있는 중재 프로토콜을 짰어요. 진심이었으니까 할머니도 좋아하셨어요. 마침 그때 제가 독거 어르신 방문 진료 봉사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었는데 학업이 바빠지다 보니 봉사자들이 꾸준히 참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어요.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이 봉사자들과의 대화를 즐거워하셨는데, 이런 관계가 꾸준히 이어가기 어렵다는 현실이 아쉬웠어요.
바쁜 봉사자도 어르신들과 인연을 이어갈 수 있는 봉사 방법을 강구했어요. 전화로 하면 바쁜 봉사자도 계속 봉사에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즉 비대면 원격봉사를 생각한 거죠. 여러 지자체 기관에 찾아갔다가 거절되고 성동구에서 받아들여졌어요. 그렇게 처음 6명의 의대생과 함께 ‘오늘’이라는 비대면 봉사단을 시작했어요. 더 나은 사회의 내일을 위해 ‘오늘’부터 조금이라도 이바지할 수 있는 작은 활동을 시작하자는 의미에서 시작한 봉사 프로젝트였죠.
- 실비아헬스의 시작은 할머니의 경도인지장애와 외로운 어르신들을 위한 비대면 의료봉사에서 싹이 텄군요. 그 이후 창업경진대회는 어떻게 나가게 됐나요?
독거노인 비대면 봉사에 참여하는 친구들은 모두 순수한 마음을 지녔죠. 서울대뿐만 아니라 타 의대의 학생들도 참여했어요. 당시 제가 가장 힘썼던 부분은, ‘효과적인 세대 간 소통’이었어요. 아무래도 얼굴이 안 보이다 보니 어르신들과 소통이 익숙하지 않은 친구들은 방문 봉사보다 소통하는 것을 어렵게 느꼈어요. 저는 할머니 손에서 자라 어르신들과 소통하는 게 익숙했지만 그렇지 않은 친구들은 어르신의 언어로 소통하기가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봉사단의 소통 교육을 기획했어요.
앞으로 의료인은 노인 환자를 지금보다 훨씬 많이 보게 될 텐데 미리부터 노인들의 언어를 배우고 소통하는 좋은 경험을 쌓아두면 유익하리라고 생각한 거죠. 그래서 어르신과의 소통을 위한 매뉴얼을 만들고 전문 노인상담사와 임상심리사를 모셔서 소통 교육도 진행했어요. 제 사비로 봉사단 운영과 교육 진행을 하다가 운영비용이 모두 소진되면서 오늘 봉사단의 운영비 마련을 위해 창업경진대회에 참가하게 됐습니다.
-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한 봉사단의 운영비를 위해 데모데이에 나갔다니, 그야말로 '어쩌다 창업'이었네요.
맞아요. 창업이 제 인생 계획에는 전혀 없었어요. 노인의 삶에 관심이 많았고, 경제학 졸업 논문도 고령화에 관한 주제였어요. 봉사단 운영비용을 벌고 싶었는데 연구동에 붙은 포스터에 적힌 슬로건 ‘소소하지만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에 끌렸어요. 2019년 서울대 의대와 디캠프가 공동주관한 공모전에서 사업계획서란 걸 처음 써봤어요. 봉사자들이 어르신과 전화 통화하는 과정에서 수집한 음성 데이터 기반의 AI로 치매를 선별하면 치매 조기 발견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상상력을 구현했고, 비즈니스 모델을 적는 난에 ‘비영리’라고 적었어요. 진심이 통했는지 감사하게도 공모전에서 최종 우승을 했고, 운영비용 상금 250만 원을 받았어요. 그때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당시 인공지능 기술로 실현이 가능한지 자문을 구한 친구가 초등학교 동창이면서 하버드대학교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한 공동창업자예요. 제 사업계획서에서 스타트업이 보인다고 조언해 주었죠. 그 친구를 시작으로 제가 꿈꾸는 비전과 기술에 공감한 구성원이 늘어나며 팀이 결성됐어요. 본과 3학년인 2020년 7월에 법인을 설립하면서 봉사로 시작한 일을 회사 창업 아이템으로 이어간 거죠. 봉사단 운영과 창업은 완전히 달랐어요.
- 친구의 한마디, 스타트업이 보인다는 말로 공모전에서 우승해 창업한 뒤 서울대학병원 혁신기술 집중육성사업 선정, 네이버 D2SF 기술 창업 공모전 선정, 하버드 아이랩 벤처 인큐베이션 프로그램 선정 그리고 2020년 끌림벤처스 시드 투자 유치 성공 외 수많은 수상과 고령친화산업육성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 등 이력이 화려합니다. 진정성과 시장성이 보이지 않으면 이런 성과는 어려운데요. 창업 후 정교하게 다듬은 실비아헬스의 원천 기술과 그 과정을 소개해 주세요.
핵심은 인공지능 기술을 치매 선별과 치매 예방 분야에서 활용하는 거예요. 저는 치매 예방을 위해서는 예방의 핵심인 건강 행동을 ‘계속’ 실천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관리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뇌를 자극하는 활동이 너무 쉬워서도, 너무 어려워서도, 그리고 재미가 없어서도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를 위해 사용자의 수행 데이터와 취향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마다 딱 적절한 난이도와 형태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치매 조기 발견을 위한 선별 기술도 인공지능이 풀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병원에서 치매가 이미 많이 진행된 단계의 환자들을 보면서, 치매 검사 분야에서 병원의 물리적 심리적 문턱이 상당히 높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렇다면 집에서도 간편하게 진행할 수 있는 인지 건강 평가 도구가 필요했고, 재택에서 얻는 데이터 중 음성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법이 가장 거부감이 적고 자연스러울 거라고 생각했죠. 음성뿐만 아니라 무수한 일상 속 데이터를 학습해 정확도를 높이면, 디지털 기반 건강관리 서비스가 전문가와 견줄 만한 정밀도를 갖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거죠. 전재민 CTO가 이를 현실화하는 데 역할을 해주었고요.
창업은 제 삶의 변곡점이 됐어요. 2021년에 본과 4학년을 휴학하고 창업에 올인한 뒤 MVP(최소기능제품)를 출시했어요. 코로나 때였는데 어차피 저희는 재택에서도 진행할 수 있는 관리 앱 ‘실비아’가 핵심이었어요.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으면 누구나 집에서 참여할 수 있는 강점이 코로나 팬데믹과 잘 맞아떨어졌죠.
앱을 통해 두뇌 건강을 관리하는 실비아는 2023년 2월 유료서비스를 개시했어요. 음성·안구 패턴, 촉각 분석 등 비대면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개인의 인지 건강을 평가하고, 전문가 상담을 연결했어요. 인지 건강을 기르는 생활 습관을 관리하고 치매 위험도 평가도 안내해 드려요. 치매 위험을 낮추는 생활 습관 관리뿐만 아니라 시공간 능력, 실행 기능, 기억력, 주의 집중력, 언어능력 등의 향상에 도움이 되는 두뇌 트레이닝 콘텐츠가 포함돼 있어요.
현재는 보호자와 사용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보호자가 유익하게 느낄 수 있는 콘텐츠를 실비아 앱에서 제공하는 방식이요. 치매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질환이라는 점에서 누구나 보호자가 될 가능성도 존재하죠. 실비아 플랫폼은 치매를 우려하는 사용자, 고령층의 필요를 충족하며 서비스 론칭 후 높은 사용자 증가세를 보였어요. 누적 다운로드 10만 회 돌파로 국내 인지 건강관리 앱 중 1위에 올랐고,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누적 뇌 건강 데이터 200만 건을 수집했어요. 저는 디지털헬스케어 팀을 효과적으로 이끌기 위해 2023년 복학해서 의사면허를 땄고, 현재는 실비아헬스에 제 모든 걸 쏟고 있어요.
- 매우 중요한 질문인데요. 실비아의 검증과 인증은 어떤 과정을 거쳤나요?
건강을 고민하는 고객이 신뢰할 만한 제품을 선보이는 데 필수인 검증 절차는 정말 중요하죠! 우선 실비아 앱의 효과성에 대한 SCI급 논문이 2건 발행됐어요. 하나는 국내 대학병원과 연구한 논문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에서 먼저 연락을 주어 연구가 진행됐고 올 상반기 출판될 예정이에요.
실비아 프로그램은 치매 예방을 세계 최초로 입증한 핀란드의 핑거(FINGER)를 기반으로 설계했어요. 핑거는 스웨덴과 핀란드가 개발한 치매 예방 프로그램으로 4년의 임상시험과 3년의 추적관찰을 거쳐 과학적으로 입증된 프로그램이죠. 2020년 의학저널 ‘란셋’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치매 발병 사례의 약 40%는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예방이 가능하다고 해요. 즉, 생활 요인을 잘 관리하는 게 치매 예방의 핵심인 거죠. 실비아의 목표 설정, 평가, 관리는 모두 이런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구성했어요.
또한 저희 앱은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태블릿과 키오스크로 호환이 가능하다는 확장성이 장점이에요. 우리 앱은 병원에 가보셔야 할 분을 선별해 조기에 보건소와 병원에 내원할 수 있게 도움을 드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마치 치매 분야에서 코로나 자가진단 키트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죠. 코로나 자가진단 키트에서 양성이 뜬다고 모두 양성은 아니지만, 병원 가서 PCR 검사든 항원 검사든 받도록 하는 일종의 알람 역할로 기능하고 있어요. 적기에 발견해서 신경과 진료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하는 거죠.
대학병원과 임상 연구는 2021년부터 진행해 오고 있어요. 조선대병원과 원주 세브란스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등에서 수행했고, 대조군을 붙여 80명 대상으로 진행했어요. 원주 세브란스병원에서는 작년에 경도인지장애 환자만을 대상으로 임상을 맞춰 진행했고 경도인지장애 환자에게 효과를 본 결과 논문이 곧 출판될 예정이에요.
실비아헬스의 의료기기 품질관리 심사 인증(GMP)도 받았고 경도인지장애 디지털 치료 프로그램은 2023년 말 식약처 확증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어요. 내년쯤이면 병원 처방 상용화 단계에 오르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많은 분이 저희 경도인지장애 치료 프로그램에 관해 문의해 주시는데 병원에서 쓰는 앱은 아직 공개 전이에요. 저희가 치료기기 분야에도 진출해 있는 것은 잘 모르세요.
- 실비아헬스의 목표와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우선 실비아헬스팀은 저와 공동창업자를 비롯해 모두 의학, 컴퓨터, 인공지능 분야의 전문가예요. 실비아 플랫폼의 효용성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러한 전문성이 반영됐다는 점을 꼽을 수 있죠.
저희는 치매 진단의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예요. 저는 조부모님을 요양병원에 보내지 않고 오래오래 함께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요양병원에 보내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예방 기술’이 더 많이 나오게 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에요. 제가 80대 할머니를 집에서 건강하게 케어하고 싶은 마음을 회사 목표에 설정해 두고 있죠.
디지털 콘텐츠는 몰입 경험을 자주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해요. 저희가 그동안 연령별, 학력별, 지역별로 200만 건 이상의 데이터를 모아 구분했는데 좋아하는 콘텐츠가 각기 달랐어요. 보통 70세와 80세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저희가 데이터를 쌓아 분석해 보니 70대 초반, 중반, 후반의 취향이 각기 달랐어요. 실비아의 콘텐츠는 데이터 세분화가 잘 돼 있다는 것이 차별점이에요.
그 덕에 2021년 8월 오픈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뒤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가 매달 180% 넘게 증가했어요. 오랫동안 이탈 없이 저희 앱을 쓰시는 분이 많고요. 디지털 기계를 잘 모르는 어르신도 필요성만 느끼면 배우는 것은 속도의 문제죠. 어르신들이 카톡을 배워 하실 수 있는 수준이면 실비아도 하실 수 있어요.
연구에 의하면 어르신들의 기억력을 변화시키기는 쉽지 않고 현 상태를 유지만 해도 감지덕지한 현실입니다. 이 부분도 달라지게 만들 수 있다고 봐요. 포괄적으로 단순히 인지훈련만 하는 게 아니라 생활습관 관리까지 들어가면요. 그래서 현재 저희가 인지 기능 관련 앱 중에는 가장 먼저 상용화했고 10만 다운로드 이상의 인정을 받은 실비아가 근거 중심 기반 앱으로는 최초라고 볼 수 있어요.
해외에서는 치매 환자들이 많이 쓰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어요. 미국인 어르신이 언어장애, 인지장애가 있는데 저희 앱을 쓰고 감사 인사가 담긴 카드를 보내주시기도 했고요. 보건복지부에서도 치매 예방 측면에서 헬스케어 기업의 노력을 당부했죠. 현재 실비아는 네이버 밴드의 체류 시간과 비슷한 시간을 달성했어요. 저희는 50~60대가 70~80대의 치매 예방을 도와드리는 스마트 경로당의 노노케어 사업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저희는 정상 어르신의 치매를 예방하는 것이 핵심이어서 경도인지장애와 치매 진단 전 단계에서 치매 위험도를 낮추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사람마다 인지가 떨어지는 이유가 제각기 다릅니다. 사회적 고립으로 인지 기능이 저하되기도 하고요. 고립되지 않는 삶의 질이 중요하니까 우리 앱을 쓰면서 사회생활을 좀 더 잘하시도록 이끌어 드리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어요.
효과성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꾸준히 쓰게 만드는 게 결국 예방 차원에서 핵심이라고 봅니다. 다행히 실비아 앱은 사용자 지표, 특히 꾸준히 쓰는 지표가 한 달 약 70%대로 굉장히 높게 나와요. 또한 다른 서비스에는 없는 전문가와 연결해 진행하는 인지 건강 코칭 서비스를 고도화해 가고 있습니다.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과정에서 결국 데이터가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데이터를 통해 최적의 전문가 조언을 연결하고 어르신들이 만족하는 결과를 내는 것이죠.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서 실비아 앱이 치매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것을 입증하며 시장을 만들어가야 하니 쉽지는 않죠. 저희 팀을 믿고 지지해 주신 투자자들은 적어도 실비아헬스팀이 이 시장에서 끈질기게 붙어 있을 것 같다고 평가해 주셨어요.
- 치매 관련해 정부의 정책에 대해 아쉬운 점이나 제안하고 싶은 점은 무엇인가요?
왜 치매를 조기에 발견해서 그 명단을 작성해야 하는가, 그 이유는 치매를 관리해 가는 체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암도 조기 발견해 보다 쉬운 항암치료로 완치해 가는 것처럼요. 큰 수술하지 않고 치료하는 것처럼 치매도 체계적으로 예방할 수 있게 도움을 드리는 것이 필요한데 치매안심센터가 예방 프로그램도 제공하지만, 핵심 자원이 검사에만 집중된 것이 아쉬워요. 예방 프로그램 수요자가 많아 동일한 참여자가 계속 참여하는 데 한계가 있는 부분도요. 치매 예방 생태계에 존재하는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데 저희 기술이 기여했으면 해요.
치매 첫 증상 후 내원까지 시간을 단축하고, 기관 중심의 예방이 아니라 기관과 저희 모바일 기술이 결합해 오프라인 관리가 효과적으로 이뤄지도록 하는 거예요. 치매 전 단계 환자, 60대 어르신을 위한 교육 소스는 저희가 잘 준비돼 있어요. 기관과 연계해 업무 분담이 이루어지면 치매 전 단계의 어르신들과 보호자 프로그램으로 인지 건강과 치매 예방 쪽은 효과적으로 담당할 수 있죠.
- 고 대표님의 꿈은 무엇인가요?
최종적으론 노화가 두렵지 않은 세상을 만들고자 합니다. 실비아헬스가 그 변화에 기여하고 싶고요. 경제학은 사람과 사회의 행동 패턴을 탐구하고, 의학은 사람의 몸을 다루며, 실비아헬스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을 이해하려는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치매 검진부터 예방과 관리까지 책임지는 비대면 인지 건강관리 솔루션으로 치매 관리 생태계를 혁신해 보겠습니다.
이제 단순히 오래 사는 게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사는 웰에이징이 중요한 시대죠. 저희가 그동안 서비스하며 다양한 고객을 만나면서 느낀 게 생물학적 나이보다 어떻게 스스로 관리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관리를 잘한 60대가 관리를 거의 안 한 30대보다 신체 기능이 더 좋을 수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왜 나이 드는 것을 두려워할까? 제가 궁극적으로 풀고 싶은 문제입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최적의 인지 건강과 몸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드리고 싶어요. 저는 죽을 때까지 일하고 싶거든요. 계속 일하고 싶은 사람을 나이로 제한할 수 없죠.
우선 단기적으로는 디지털 헬스케어에서 수익 모델을 발굴해서 이 시장을 키우고 싶어요. 이를 기반으로 실비아헬스와 함께 최소 20년을 생존해서 중장년층의 건강에 대한 필요, 사회적 니즈를 충족하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싶어요. 성공 사례가 나온다면, 치매 예방 솔루션이 많아질 것이고 예방 시장을 같이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사람과 사람 간의 연결에 관심이 많아요. 이제는 기술이 발달해 로봇과 대화하는 시대에 들어가고 있지만 저는 사람과의 교감이 주는 가치와 의미는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제품을 고도화하며 홀로 사시는 노인분들이 자신이 누군가와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드리고 싶어요.
- 끝으로 디멘시아뉴스에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까?
치매 특화 뉴스가 없어서 디멘시아뉴스 존재 자체가 고마워요. 저와 공동창업자는 매일 하나의 루틴처럼 디멘시아뉴스에 들어가요. 전문적 학술 자료와 함께 치매 현장에 대한 따듯한 시선이 있고, 저희도 몰랐던 유용한 기사가 있어서 도움을 받고 있어요. 앞으로도 저희와 같은 에이지테크와 헬스케어 스타트업에게 유용한 기사를 계속 써주시길 부탁드려요.
고명진 대표는 창업하지 않고 의대를 마쳤더라도 인간의 문제, 고령화로 비롯되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은 변함없었을 거라고 한다. 의대에 진학한 것도 인간의 고통 예방과 선제 대응 시스템을 만드는 데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질병은 늦게 발견될수록 치러야 하는 비용의 크기뿐만 아니라 환자의 고통과 보호자의 고통도 커진다. 고명진 대표가 치매를 선제적으로 예방하려는 소망은 의사이든 창업가이든 어떤 자리에서라도 이루고 싶은 사회 약자를 위한 혁신인 동시에 할머니 사랑에 대한 손녀로서의 보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