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하주사, 시간 줄고 간편...올 하반기 국내 정맥주사 출시 예정
에자이(Eisai)와 바이오젠(Biogen)가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레켐비(Leqembi, 성분명 레카네맙 Lecanemab-irmb)’가 미국에서 피하주사제로도 허가를 신청했다.
레켐비는 경도인지장애(MCI)나 경증 치매 등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치료제로 쓰인다. 먼저 출시된 정맥주사(IV) 제형 레켐비는 2주에 한 번 환자에게 투여된다. 임상시험 3상 결과 환자의 인지 기능 저하가 위약과 비교해 27% 느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에자이·바이오젠에 따르면, 에자이는 피하주사(SC) 제형 레켐비가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으로부터 패스트 트랙으로 지정받은 뒤 생물의약품 허가 신청서(Biologics License Application)의 순차 제출(Rolling Submission)을 시작했다. 회사 측에서는 당초 올해 2월로 예상했으나 당시 FDA가 3개월 면역원성 데이터를 추가로 요구하고 패스트 트랙 지정이 필요하다고 통보하면서 일정이 지연됐다.
이번 BLA는 임상 3상 ‘Clarity AD(301 시험)’의 오픈 라벨 연장(OLE)과 관찰 데이터 모델링을 기반으로 한다. 이번 피하주사(360 mg) 주 1회 유지 요법이 FDA 승인을 받게 되면 가정이나 의료시설에서도 주사기를 사용해 레켐비를 간편하게 투여받을 수 있고 시간도 정맥주사보다 훨씬 적게 걸린다.
이번 요법으로 격주 정맥주사 개시 단계를 마친 환자는 뇌 속 아밀로이드 베타(Aβ) 플라크가 제거된 이후에도 신경세포의 손상을 계속 유발하는 고(高)독성 ‘프로토피브릴(Protofibrils·원섬유)’의 제거를 위해 유효 약물 농도를 유지하는 주사를 주 1회 투여받는다.
프로토피브릴은 가장 독성이 강한 형태의 Aβ로 간주돼 인지 기능 저하에 주요 원인이 된다. 또 뇌 신경세포를 손상시켜 불용성 Aβ 플라크의 발생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뇌 세포막과 신경세포 또는 신경세포와 다른 세포 간 신호 연결에 직접적인 손상을 줘 인지 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따라서 프로토피브릴을 줄이면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에자이의 연구데이터에 따르면, 조기에 꾸준히 치료하면 뇌에서 플라크가 제거된 뒤에도 효과가 지속될 수 있다. 이번 유지 요법은 환자와 간병인의 편의성이 높고 병원 방문 횟수나 간병 업무도 덜 수 있다.
앞서 에자이는 지난 3월 레켐비의 월 1회 정맥주사 유지요법에 대한 보충적 생물의약품 허가신청서(sBLA, Supplemental Biologics License Application)도 제출했다.
한편, 레켐비는 현재 미국·일본·중국에서 당국 보건당국의 승인을 얻었다. 이밖에 EU·호주·브라질·캐나다·홍콩·영국·인도·이스라엘·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대만·싱가포르·스위스에서도 각국 보건당국에 신청서가 제출됐다.
국내에서는 올해 상반기 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최종 승인이 이뤄지면 오는 하반기 국내 첫 알츠하이머병 치료제가 시판될 예정이다.
하지만 비싼 약값과 부작용은 레켐비의 시장 확대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에서 레켐비 약가는 연간 2만 6,000달러(한화 약 3,500만 원)이다. 치료 전 다양한 검사에 드는 비용까지 포함하면 일반 환자에게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심각한 부작용도 우려스럽다. 레카네맙, 도나네맙 등의 Aβ 표적 단일 클론 항체 치료제는 ‘아리아’(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ies, ARIA)’를 유발하는 부작용이 있다. 이들 약물은 치료 과정에서 아리아 E(Edema, 부종)나 아리아 H(Hemorrhage, 미세출혈) 등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치명적 문제를 잠재적으로 일으킬 수 있다.
에자이에 따르면, 증상성 ARIA는 898명 중 29명(3%)에게서 나타났고, 이 가운데 심각한 ARIA 증상은 6명(0.7%)이 발생했다. 또 APOE4 동형접합형 유전자 보유자가 이형접합형 및 비보유자보다 ARIA 발생률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