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성 칼럼] 똥으로 뇌질환 치료하기
[김용성 칼럼] 똥으로 뇌질환 치료하기
  • 김용성 교수
  • 승인 2024.05.17 17: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분변이식술(FMT), 치매 치료의 새로운 돌파구로 기대

최근 20~30년의 많은 연구를 통해 다양한 질환에서 장내미생물의 이상, 즉 Dysbiosis가 연관된다는 것이 알려졌다. 이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장내미생물을 정상화시켜 질환을 치료하려는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다.

그 방법으로 식이섬유, 발효식품, 프리바이오틱스, 프로바이오틱스가 전통적으로 사용됐고, 최근에는 건강한 사람의 분변을 환자에게 이식하는 분변이식술(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 FMT)이 임상에서 쓰이고 있다. 또 살아 있는 미생물이 아닌 사균화된 미생물 혹은 그 대사물인 포스트바이오틱스도 시장에 등장했고, 향후 유전자 변형 균주를 이용한 치료법이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장내미생물을 기반으로 한 치료 / Mars 등. Gastroenterology 2021년
장내미생물을 기반으로 한 치료 / Mars 등. Gastroenterology 2021년

 

이런 장내미생물 기반 치료가 임상 현장에서 사용되기까지는 효과와 기전을 검증하는 다양한 단계가 필요하고, 당연히 임상연구에서도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효과적이고 주류 의료에서 인정받은 치료법이 FMT다. 현재 항생제 투여 후 발생하는 난치성 설사병인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C. Difficile) 장염의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현대 FMT의 시초를 연 사람은 1958년 콜로라도 덴버 종합병원의 외과 의사 벤 아이즈만(Ben Eiseman)이다. 모든 치료가 효과가 없는 위막성 장염 환자에게 건강인의 분변을 관장(灌腸)함으로써 정상 장내 미생물총으로 회복시켜 치료에 성공했다. 이후 위막성 장염의 원인이 항생제로 인한 정상 미생물 파괴와 C. Difficile이란 세균의 증가임이 밝혀졌고, 반코마이신이란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으면서 벤 아이즈만의 FMT는 잊혔다.

 

C. Difficile 대장염에 대한 FMT 효과 예 / 분변이식용액 제조회사 바이오뱅크힐링
C. Difficile 대장염에 대한 FMT 효과 예 / 분변이식용액 제조회사 바이오뱅크힐링

 

그런데 1990년대 초반부터 반코마이신에 듣지 않는 독성 C. Difficile 감염이 늘어나면서 최후의 치료법으로 FMT가 의학계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현재의 FMT는 건강한 사람의 분변을 모아 걸러 대장 내시경을 통해 대장에 직접 주입하거나 위내시경을 통해 소장으로 주입하는 방법을 쓴다.

또 캡슐 형태로 만들어 복용하는 방법도 개발됐다. FMT와 같이 정상인의 분변을 이용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장내미생물 기반의 약물을 개발하려면 추가적인 가공이 필요하다.

2022년 11월 FDA에서 최초로 장내미생물 기반 치료제로 허가받은 스위스 다국적 바이오 제약사인 페링 사의 리바이오타(Rebyota)는 표준화된 방식의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프리믹스 FMT 유사액이다. 이어 2023년 4월 FDA에서 두 번째로 허가받은 보우스트(Vowst)는 유익균으로 알려진 퍼미큐티스(Firmicutes)만을 분리해 캡슐로 만든 약제다.

지난 칼럼에서 균이 없는 상태로 키운 무균 쥐에서 다양한 중추신경계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것처럼 다양한 연구를 통해 장내미생물이 뇌의 발달과 기능 유지에 중요하다는 것을 소개했다. 이런 병리기전을 바탕으로 중추신경계 질환도 비정상 장내미생물을 정상화해 치료하려는 노력을 시도했는데 그 대표적인 실험이 무균 쥐에 정상 쥐의 분변을 이식하는 것이다.

무균 쥐에 건강한 쥐의 분변을 이식한 뒤 놀랍게도 무균상태에서 관찰되던 다양한 중추신경계 이상 증상이 회복됐다. 이 실험에서 정상 쥐의 분변이식을 너무 늦게 시도하면 효과가 없는데, 뇌 발달이 다 끝나고 기능적 이상이 고착화하면 장내미생물이 정상화되더라도 회복이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다.

또 유익균을 이식한 경우는 효과가 있었지만 유해균을 이식한 경우는 효과가 없었다. 이는 장내 미생물 무리가 신경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에는 특정 시기와 유익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런 동물실험의 결과를 기반으로 과연 인간에게도 효과가 있을지에 관해 몇몇 임상연구를 수행했는데 가장 유명한 연구가 자폐스펙트럼 환아에게 분변이식을 시도한 미국 연구다. 자폐스펙트럼의 경우 장내미생물 불균형이 심하고 소화기 증상을 많이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생제를 투여하면 소화기증상이 좋아지고 동시에 자폐증상도 좋아진다는 소규모 연구가 있었다.

이에 기반해 2017년 18명(7~16세)의 자폐스펙트럼 환아에 건강인의 분변을 거른 액을 초코렛 우유나 주스에 섞어 8주간 투여한 연구를 진행했다. 놀랍게도 FMT 후 위장 증상의 호전과 함께 자폐 호전을 관찰했고, 이런 효과는 2년 후 추적 관찰했을 때도 유지됐다.

 

자폐스펙트럼 환아를 대상으로 한 분변이식술의 장기 효과 / Kang DW 등. Scientific report 2019년
자폐스펙트럼 환아를 대상으로 한 분변이식술의 장기 효과 / Kang DW 등. Scientific report 2019년

 

그래프로 보듯이 치료 전 자폐스펙트럼으로 진단받은 환아 중 상당수가 2년이 지났을 때 증상이 약해지거나 정상이 됐다. 이 기념비적 연구를 통해 장내미생물 치료의 가능성, 특히 FMT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전 세계 자폐스펙트럼 환자 부모들이 FMT를 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연구는 대조군이 없는 단일 치료군 관찰연구이기 때문에 치료효과가 아닌 자연스러운 호전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 때문에 아직 공식적인 치료로 시행되고 있지 않으며 향후 위약 대조군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뇌질환 중에서 FMT가 관심을 받는 질환이 바로 치매다. 현재 FMT는 재발성 C. Difficile 대장염에서만 허가돼 시행 중인데 치료가 필요한 대부분 환자가 항생제를 처방받는 노인 환자다. 이 환자 중에 치매 환자가 다수 포함돼 있어 C. Difficile 대장염을 치료하려고 FMT를 했다가 치매 증상도 같이 좋아진 증례 보고가 최근 미국과 한국에서 나왔다.

두 증례를 아래 표에 정리해 놓았다.

재발성 C. Difficile 대장염 환자에 분변이식 후 치매가 호전된 두 증례
재발성 C. Difficile 대장염 환자에 분변이식 후 치매가 호전된 두 증례

 

이렇게 FMT가 장질환 외에서도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제시되면서 현재 수많은 임상연구가 시행되고 있다. 그중에 앞서 설명한 자폐스펙트럼 질환을 포함해 다발성 경화증, 우울증, 파킨슨병과 같은 중추신경계 질환에도 시도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진행 중인 분변이식술 임상연구 현황 / Sorbara 등. Nat Rev Microbiology 2022년
전 세계에서 진행 중인 분변이식술 임상연구 현황 / Sorbara 등. Nat Rev Microbiology 2022년

 

2000년대 이후 장내미생물총 이상이 여러 질환을 일으키는 병인으로 알려지면서 장내미생물 기반의 치료가 새로운 치료법으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분변이식술은 실제 임상에 도입돼 난치성 장질환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이런 장내미생물 기반 치료에 대한 기대는 뇌질환 치료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아직 뇌질환 분야는 분명한 장내미생물 기반 치료법이 개발되진 않았지만, FMT는 자폐스펙트럼 증상을 개선한 고무적인 결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질환에서 임상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향후 연구가 심화하면서 뇌질환 치료에 새로운 돌파구도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김용성
소화기내과 전문의
원광의대 소화기질환연구소 겸임교수
좋은숨김휘정내과 부원장
Journal of Neurogastroenterology and Motility 부편집장
대한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학회지 부편집장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 학술이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