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초고령사회 노인 의료 ‘경고등’ ··· “노인의학 전문의 양성 시급”
[현장] 초고령사회 노인 의료 ‘경고등’ ··· “노인의학 전문의 양성 시급”
  • 이석호 기자
  • 승인 2024.05.27 02: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분절 의료, 다약제 복용 등 문제...‘노인 의료비 급증 원인’
윤종률 교수 “2035년 1,600명, 2040년 1,800명 필요할 것”
윤종률 한림의대 가정의학교실 명예교수 / 이석호 기자
윤종률 한림의대 가정의학교실 명예교수 / 이석호 기자

 

초고령사회를 맞아 고령 인구가 급증하는 추세지만 노인 환자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전문성을 갖춘 국내 의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료계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노인의학 전문의(Geriatrician)’ 양성을 위한 사회적 합의와 정부의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노인병학회는 지난 25~26일 서울 종로구 서울의대 연건캠퍼스 융합관에서 ‘제73차 춘계학술대회’를 열었다.

학회 첫날인 25일 첫 프로그램에서는 ‘노인 의료 전문 인력 양성 방안’에 대해 다뤘다.

이날 연단에 선 윤종률 한림의대 가정의학교실 명예교수는 ‘노인의학 전문 인력 양성의 역사와 도전 과제’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초고령 인구도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는 우리나라에서 노인 환자의 복잡한 의료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노인의학 전문의 양성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국내 인구의 기대수명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늘었지만 건강하지 못한 삶을 사는 기간도 무려 17.5년에 이른다는 통계가 나올 정도로 고혈압, 당뇨 등 만성 질환을 동시에 앓는 65세 이상 고령층이 많다. 윤 교수는 70대 중반부터 집중 관리가 필요하다며 ‘75세’에 큰 의미를 뒀다.

그는 “75세 이상 인구가 얼마나 되는지가 노인 의료에서 뭔가를 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나라는 2035년에 1차 베이비 붐 세대 전체가, 2040년이면 전체 노인 인구 중 절반 이상이 75세가 넘는다”고 짚었다. 이 시기가 오기 전에 획기적인 노인 의료 보건복지 체계를 탄탄하게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앞서 노인 환자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갖춘 의사들을 서둘러 양성해야 한다는 의견은 의료계 내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다.

하지만 올해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국내 노인 의료 현장에서 전문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경고음이 터져 나온다. 2006년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에 따르면, 2020년까지 국내에 필요한 노인의학 전문의 수가 약 4,0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로 양성된 인력은 목표치에 크게 못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윤종률 한림의대 가정의학교실 명예교수가 대한노인병학회 제73차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 이석호 기자
윤종률 한림의대 가정의학교실 명예교수가 대한노인병학회 제73차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 이석호 기자

 

사회 전반에서 의료 수요가 높은 가운데 특별히 노인 의료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하는 필연적 이유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윤 교수는 “우리나라 노인의학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분절 의료(Fragmented Care) 서비스”라며 “이에 따라 폴리파머시(Polypharmacy, 다약제 복용)를 유발해 의료비를 높이는 가장 큰 원인이 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문제가 노인병 증후군(Geriatric Syndromes)을 일으키기도 하고 노인들의 건강을 더 나쁘게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에도 노인의학 전문의 제도 도입을 통해 의사인력 수요 감소와 의료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통합적인 진료 시스템으로 중복·과잉 진료를 줄여 가파르게 증가하는 노인 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수반돼야 한다. 1차 의료에 노인의학 전문의가 배치돼 지역사회에서 노인 환자를 종합적이고 연속적으로 관리가 제공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제언이다.

더불어 급성기 병원 내 노인의학 센터를 설립하고, 다양한 전문의가 협진하는 시스템도 마련하는 등 ‘노인친화의료체계(Age-friendly Care System)’의 구축도 강조된다.

윤 교수는 국내 적정 노인의학 전문의 수를 75세 이상 노인 인구 기준으로 추산할 때 2035년까지 1,600명, 2040년에는 1,800명 수준으로 보고 있다.

추진 방향은 내과, 가정의학과 등에서 전공의 수련를 마친 뒤 추가로 1~2년 노인의학 수련 과정을 거쳐 전문의 자격을 부여하는 방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장기요양 대상자를 맡아 재택의료부터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적정 수가 책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노인의학 전문의가 환자 한 명을 집중적으로 진료하는 데 20~30분 이상 걸리는 현실을 반영해 수가를 2배 이상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네다섯 군데 진료를 보던 노인 환자를 한 명의 노인의학 전문의가 보니 수가를 지금보다 더 올려야 한다는 논리도 세웠다.

미국 사례를 들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의사 1명이 700명이 복합 노인 질환을 관리해야 한다. 내년까지 약 3만 3,000명의 노인의학 전문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재 1/4 수준인 7,500명밖에 되지 않는다. 윤 교수는 미국 의사들의 기피 이유로 보수 문제를 꼽았다. 마취과나 영상의학과 전문의 연봉은 50만 달러에 이르지만 노인의학 전문의는 23만 달러 정도로 그 반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인의학 전문의 제도를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그동안 이 문제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온 정부와 의료단체를 설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게 윤 교수의 생각이다. 특히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학회의 적극적 역할도 당부했다. 올해는 국내 13개 학회가 참여한 ‘노인세부전문의연합학회’ 창립과 세부 전문의 제도 도입을 추진 중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