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브비 측 “다른 새 치료법과 충분히 차별화될 거라고 믿지 않아”
미국 제약사 애브비(AbbVie)가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쓰이는 아밀로이드 베타(Aβ) 표적 단일 클론 항체 신약 개발을 중단하기로 했다.
최근 일라이 릴리(Eli Lilly and Company)의 키선라(Kisunla, 성분명 도나네맙 Donanemab)가 미국 식품의약품청(FDA) 승인을 받은 뒤 시판 준비에 나서자 개발을 포기하고 전략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루팔 타카르(Roopal Thakkar) 애브비 R&D 부문 수석 부사장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진행된 2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이같이 발표했다.
애브비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파이프라인으로 아밀로이드 베타(Aβ) 항체 신약 후보 물질인 ‘ABBV-916’의 미국 임상을 2022년 8월부터 진행해 왔다. 참가자는 50~90세의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로, 24주간 4주마다 ABBV-916이나 위약을 정맥 주사(IV)로 투여받고 16주 동안 추적 관찰한다.
앞서 ABBV-916와 동일하게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Plaques, 덩어리)를 제거하는 초기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키선라는 지난 2일 FDA로부터 승인을 얻어냈다. 월 1회 최소 30분 정맥 투여하는 방식으로, 임상 3상에서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최대 35%까지 늦춘 것으로 보고됐다.
회사 측에 따르면, 12개월 기준으로 치료 과정에 드는 약제비는 3만 2,000달러(한화 약 4,400만 원)이다. 플라크가 모두 제거되면 투약을 중단해도 된다.
에자이(Eisai)와 바이오젠(Biogen)이 공동 개발한 레켐비(Leqembi, 성분명 레카네맙 Lecanemab)는 키선라와 약물 작용의 메커니즘은 다르지만, 세계에서 유일하게 시판 중인 항아밀로이드 치료제다. 2주에 한 번 1시간가량 정맥 투여하는 방식이며, 최근에는 미국, 일본, 중국, 한국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홍콩 보건당국의 승인을 받는 등 시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이들 항아밀로이드 치료제가 앞서 시장 선점에 나선다면 유사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바이오텍들이 개발을 포기하거나 오히려 다른 새로운 접근법으로 눈을 돌리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
제프리 커밍스(Jeffrey Cummings) 미국 네바다대 뇌건강학과 교수가 미국 알츠하이머협회(AA)의 국제 학술지인 <Alzheimer's & Dementia: Translational Research & Clinical Interventions>에 발표한 ‘알츠하이머병 약물 개발 파이프라인: 2024’에서는 지난해보다 올해 임상 약물의 수가 줄어든 이유에 대해 레카네맙이나 도나네맙 등의 질환조절치료제(disease-modifying therapies, DMT) 개발 성공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에 최근 업계 지형이 빠르게 변화하고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 투자도 가속화되면서 항아밀로이드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다양한 치료 접근법으로 시야를 넓히는 빅파마들의 분위기도 감지된다.
노보 노디스크의 지주사인 노보 홀딩스(Novo Holdings)는 지난 16일(현지시간) 타우(Tau) 표적 경구용 저분자 약물을 개발하는 어세뉴런(Asceneuron)의 1억 달러 규모 시리즈 C 투자를 주도했다고 발표했다.
항아밀로이드 치료제의 효능 및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도 여전하다. 임상 현장에서는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ies, ARIA) 등 심각한 부작용과 막대한 비용을 감수할 만큼 치료제의 효능이 크지 않다는 부정적 견해도 만만치 않다.
타카르 수석 부사장은 이번 설명회를 통해 “최근 A-베타 항체인 ABBV-916를 평가하는 임상 2상 연구에 대한 중간 분석을 마쳤다”며 “이 연구에서 나타난 효능 및 안전성 프로파일은 승인된 약물에서 입증된 것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진화하는 환경을 고려하면 916이 단일 요법 치료제로서 다른 새 치료법과 충분히 차별화될 거라고 믿지 않는다”며 “결과적으로 916에 대해 단독 항체로서 더 이상 개발을 이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