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요법으로 과거를 떠올리며 안정감을 느끼게 한 체험 솔루션
미국의 치매 마을을 살펴보기 전에 먼저 두 인물에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독일인 아우구스테 데테르(Auguste Deter 1850~1906)와 알로이스 알츠하이머(Alois Alzheimer 1864~1915)다. 이 두 인물은 의학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알츠하이머병의 역사에서 반드시 언급되기 때문이다.
아우구스테 데테르는 최초로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은 사람이다. 그리고 알로이스 알츠하이머는 정신과의사이자 신경병리학자로서 알츠하이머 질환을 처음으로 발견했다. 스승인 에밀 크레펠린(Emil Kraepelin)이 그의 이름을 따서 병명을 지었다.
아우구스테 데테르는 1850년 5월 16일 독일 카셀(Cassel) 지방의 한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아우구스테가 어릴 적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집안은 빈곤했지만, 다행히 그녀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자랐다. 스물세 살에 철도회사 직원 칼 데테르(Karl Deter)와 결혼해 딸을 낳고 평범한 가정생활을 영위했다.
그녀는 50세이던 1901년에 갑자기 남편을 간통 혐의로 고소했다. 심각한 망상으로 인한 오해였다. 이후 데테르는 기억력이 떨어지면서, 집안일을 소홀히 하고, 물건을 일부러 감추고, 요리도 엉망이었다. 당시 이른 나이에 보고된 바 없는 치매 증상이 시작된 것이다. 그녀는 불면증이 생겨서 집 밖으로 시트를 끌고 다녔고 한밤중에 몇 시간 동안 비명을 지르곤 했다. 게다가 누군가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이웃과 낯선 사람에게 편집증을 느꼈다.
결국 남편 칼은 아내를 돌볼 수 없었고, 지역 의사로부터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라는 권고를 받았다. 1901년 11월 25일 프랑크푸르트의 정신병원에 입원한 그녀는 그곳에서 알로이스 알츠하이머 박사에게 검사를 받았다. 알츠하이머 박사는 그녀에게 많은 질문을 한 다음, 그녀가 기억하는지 다시 물었다. 그는 그녀에게 자신의 이름을 쓰라고 했다. 그녀는 쓰려고 했지만 “나는 나 자신을 잃었다”고만 반복했다. 결국 5년 만에 치매에 완전히 잠식돼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되면서 1906년 4월 8일 55세의 일기로 사망했다.
1세기가 넘은 후, 그녀의 사례는 현대 의학 기술로 재검토됐고, 기센과 시드니의 과학자들이 그녀의 질병에 대한 유전적 원인을 발견했다. 연구 결과는 조기 발병 알츠하이머병의 근거가 됐다. 그녀의 딸 Thekla는 알츠하이머병 유발 유전자인 PSEN1를 이어받아 알츠하이머병 발병 확률이 50%로 추정됐지만 딸의 치매 진단 기록 정보는 없다.
데테르의 진료 기록에는 기억이 감퇴하는 과정과 양상이 세밀하게 정리돼 있다. 알츠하이머 박사는 데테르의 증상들을, ‘진행성 인지장애, 국소 신경학적 증상, 환각, 망상, 그리고 심리적 사회적 무능력 상태’라고 기술했다. 그녀의 사망 원인은 욕창으로 인한 패혈증이다. 열악한 시설에서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알츠하이머 박사는 데테르의 뇌를 검사한 결과 특정 부위가 축소된 것을 발견하고 수많은 비정상적인 침전물을 확인했다. 이러한 침착물은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뇌의 두 가지 주요 변화, 즉 플라크와 엉킴이다.
알츠하이머 박사는 아우구스테 데테르가 65세 미만의 사람도 걸리는 희귀한 형태의 치매를 앓았다고 결론지었다. 또한 그는 데테르의 뇌에서 발견한 플라크와 엉킴이 그녀의 질병과 관련이 있다는 이론을 세웠다. 그의 관찰은 곧 그의 이름을 딴 이 알츠하이머 연구에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다. 1970년대 초반까지 알츠하이머병은 알츠하이머 박사의 발견과 연구로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여전히 희귀한 형태의 치매로 여겨졌다.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초반까지 알츠하이머병에 관한 과학 논문은 150편 미만이었다.
1976년 한 과학 저널에 획기적인 사설이 실리면서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전 세계의 시각이 바뀌었다. 이 사설에서 미국의 신경학자 로버트 카츠먼(Robert Katzman)은 알츠하이머병을 ‘중요한 살인자’로 묘사했다. 그는 치매는 심장병, 암, 뇌졸중에 이어 미국에서 네 번째 사망 원인이며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공중 보건 문제라고 썼다. 카츠먼의 사설은 알츠하이머를 희귀한 질병에서 수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질병으로 관점을 바꾸어 놓았다.
그 후 현대까지 카츠먼의 사설에 대한 반응으로 전 세계에서 알츠하이머 연구 기금을 마련하고 알츠하이머병 환자와 치매 돌봄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한 단체가 결성됐다.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영향, 잠재적 치료 및 치료법을 연구하는 45,000개 이상의 알츠하이머병 관련 논문이 발표됐다.
알츠하이머병 및 기타 치매에 대한 치료법은 나오지 않았지만, 증상 관리에 도움이 되는 치료법이 임상실험을 거쳐 승인받았으며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다. 또한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네덜란드의 호그벡 마을처럼 치매 마을이 전 세계로 퍼져갔고, 인간 중심 케어와 커뮤니티가 확산됐다.
시설에 입소한 지 5년 만에 사망한 아우구스테 데테르를 통해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비인간적인 시설에 수용하는 것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치매에 대한 낙인을 강화한다는 사실이 주목받았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삶의 질을 보장하는 시설에서 편안하게 생활하도록 하는 개인 중심의 케어가 강력히 권장된 것이다. 데테르가 오늘날에 의사를 만났다면, 조발성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고 인지 기능 저하에 대응하는 돌봄 지원을 받았을 것이다.
미국의 치매 프로그램, 어거스트 코티지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 시니어 커뮤니티(American Senior Communities)는 어거스트 코티지(Auguste’s Cottage)라는 이름을 채택해 기억 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 시니어 커뮤니티의 기억력 관리 지원 서비스 디렉터인 멜라니 페리는 “어거스트 코티지라는 이름은 노인들을 효과적이고 연민의 심정으로 돌보는 지식과 그에 따른 치료 관행의 발전에 기여한 아우구스테 데테르에게 경의를 표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며, “우리의 목표는 치매 환자들이 매일 성공과 성취감,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예측 가능하며 의미 있는 하루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거스트 코티지는 치매 환자들을 위해 설계된 연구 기반 프로그램으로 개인 중심의 웰니스 모델을 사용해 일상 활동의 독립성을 유지하고 건강한 정신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어거스트 코티지는 안전하고 의미 있는 환경을 제공해 치매 환자가 소속감과 삶의 의미를 유지하도록 돕는다. 사람 중심의 연구 기반으로 개인마다 독특한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안정감을 느끼게 하고 다른 사람들과 연결돼 궁극적으로 존중받는 느낌이 들도록 한다.
미국 시니어 커뮤니티의 어거스트 코티지 메모리 케어 센터는 치매 환자의 남은 능력과 기술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을 통해 치매인은 마음을 자극하는 활동과 과제를 통해 관심 있는 활동에 중점을 두며 치매 진행 속도가 조절된다. 이와 관련해 세운 '글렌너 타운 스퀘어'를 소개한다.
행복한 기억을 재현시킨 치매 마을, ‘글렌너 타운 스퀘어’
미국 캘리포니아주 출라 비스타에는 글렌너 타운 스퀘어(Glenner Town Square)라는 작고 특별한 마을이 있다.
이곳은 치매 환자를 위한 미국 최초의 몰입형 추억 치료 주간 센터다. 타운 스퀘어는 대형 경공업 건물에 자리 잡고 있으며, 추억을 떠올리기 쉽도록 1950년대의 작은 마을을 재현해 설계했다. 특히 이곳은 치매 환자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 간병인에게 유익을 주기 위한 목적도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진단받은 개인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고 가족 간병인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24시간 간병에 힘을 쏟는 가족 간병인에 대한 보호와 대책이 요구된다. 이들의 여가 시간, 여행 및 동반자에 대한 꿈이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타운 스케어는 가족 간병인이 사랑하는 사람과 의미 있는 방식으로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도록 설계됐다. 치매 당사자가 현재 환경에서 촉발되지 않는 기억을 타운 스퀘어가 잠금 해제시킨다.
타운 스퀘어가 1953~1961년을 재현한 데는 이유가 있다. 연구에 따르면 10~30세 사이에 가장 강한 기억이 형성된다고 한다. 고등학교 졸업, 대학 졸업, 첫 직장 입사, 결혼, 자녀 출산 등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들이 이 시기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치매 환자의 다수가 80대 초반이다. 타운 스퀘어를 세울 당시 이들은 1935년에 태어나 1953년에 18세였다.
치매 환자의 회상요법 치료를 돕기 위해 1950년대풍의 식당, 영화관, 도서관과 같은 다양한 상점이 있고, 치매 환자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전문가들도 상주한다. 참가자들은 평가를 거쳐 5명씩 기능 및 관심사 그룹에 배치되며, 고등학교나 대학교에서 학급을 순환하는 것처럼 매장을 순환하며 각 매장에서 45~50분씩 시간을 보낸다. 안전을 위해 자유롭게 돌아다니지는 못하는 구조화된 순환 활동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참가자가 좋아하는 상점이 있다면, 그들은 머물러서 다른 그룹에 합류할 수 있다.
치매 환자와 그 가족 모두에게 재밌고 안전하게 디자인된 공간
타운 스퀘어는 즐겁고 재밌게 디자인돼 있다. 공간을 안전하고 치매 친화적으로 만들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다. 타임워프 공간은 2018년부터 1953년까지의 ‘중립적 전환 구역’이 있다. 안전을 위해 모든 창문에 일반 유리보다 강하고 투명한 플렉시글라스(Plexiglass)를 사용했다. 바닥재 무늬는 치매 환자의 시야에 방해가 되는 패턴을 피하고, 표지판은 큰 글꼴과 밝은 색상을 사용했다. 욕실에는 거울이 걸려 있지 않고 반사면이 최소한으로만 되어 있다. 7.3미터가 넘는 층고로 현실적인 도시 공간을 구현했고, 스카이라이트는 자연광을 사용했다. 일부 상점에는 방음을 위해 천장이 포함돼 있다. 모든 매장은 현실적이고, 시대별 구체적인 메시지가 표시돼 있다.
초등 5학년 딸의 체험학습 현장에서 떠오른 아이디어
글렌너 타운 스퀘어 설립자는 초등학교 5학년 딸의 체험학습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카운티에서 35년 동안 치매 주간 보호 시설을 운영한 조지 G. 글렌너 알츠하이머 패밀리 센터의 CEO 스콧 타르데(Scott Tarde)는 주니어 어치브먼트(Junior Achievement 청소년들에게 무료로 경제 교육을 진행하는 국제 NGO 단체)의 비즈타운 체험학습 현장에서 열광하는 12살 딸의 모습에 놀랐다.
쇼핑몰을 개조한 듯한 공간에서 어린 학생들이 시장, 은행원, 식당 주인 등 시민 역할을 맡았다. 목표는 아이들이 도시를 운영하고 경제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몰입해서 학습하는 것이다. 딸의 모습에 스콧 타르데는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1950년대를 재현한 마을을 만들어 치매 환자의 치료를 돕는 것이다.
치매 환자를 위한 타임캡슐 테라피
미국 알츠하이머협회에 따르면 600만 명 이상이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으며 2050년에 1,300만 명에 다다를 것으로 추정한다.
치매 치료 전문가들은 과거의 긍정적인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회상요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노인병 전문의사 로버트 버틀러(Robert Butler)와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Erik Erikson)이 처음 제시한 회상요법(Reminiscence Therapy, RT)은 치매 환자의 불안과 공격적인 행동을 진정시키며 배회를 예방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스콧 타르데와 그의 사업 개발 책임자 리사 타이버스키(Lisa Tyburski)는 이미 치매 주간 보호 시설에서 RT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 개념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고 싶었다. 그들의 비전은 치매 환자가 젊은 시절을 보낸 1953년에서 1961년경의 미국 메인 스트리트를 재현해 과거의 건강하고 행복했던 시절에 몰입해서 치유 효과를 얻도록 하는 것이다.
회상요법을 위해 재현한 1950년대
그렇게 탄생한 글렌너 타운 스퀘어는 2018년 문을 열었고, 미국 최초의 치매 마을이란 타이틀을 얻었다. 2009년 네덜란드가 조성한 호그벡 마을은 치매 환자와 의료 전문가들이 한 마을에 모여 사는 곳이다. 호그벡은 여러 개의 도시 블록으로 구성된 연중무휴 주거형 케어 타운인 데 비해 글렌너 타운 스퀘어는 주거 센터가 아닌 프로그램을 경험하는 곳이다. 치매 환자의 회상요법 치료를 위한 일종의 디즈니랜드라고 할 수 있다.
총 300만 달러(한화 약 41억 5,300만 원)가 투입됐다. 식당, 우체국, 이발소, 애완동물 가게, 도서관, 박물관, 영화관 등 약 800제곱미터에 24개 건물, 12개 상점으로 구성돼 있다.
이곳에서 치매 환자들은 소그룹으로 또는 가족과 함께 독립적으로 세상을 탐험하며 과거의 일상을 경험한다. 글렌너 치매 치료 전문가들은 하루 종일 매장과 기타 사업체들을 운영하며 환자들과 교류하는 등 안전한 체험과 환경을 제공한다.
미국의 다른 장기 요양 커뮤니티로 필라델피아의 이스턴홈과 같이 장식과 사진으로 꾸며진 추억의 방이 있지만, 글렌너 타운 스퀘어는 치매 환자들이 기억하는 50년 전 세상을 펼쳐 놓았으니, 규모 면에서 비교가 안 된다. 치매 환자에게 기억 속 세상을 경험하는 효과를 안겨 주기 위해 완전히 독립적인 치매 마을로 조성한 곳이다.
개발 책임자 리사 타이버스키는 “글렌너 타운 스퀘어에는 많은 생각과 계획이 들어갔다. 예를 들어 모든 시대의 가구와 기타 장식은 할리우드 소품 회사인 History for Hire에게 맡겼고, 환자들에게 안전하도록 고무나 유리섬유로 만든 소화전과 기타 거리 소품을 제작했다”고 전했다.
추억을 불러오는 디테일
글렌너 타운 스퀘어의 각 마을은 이곳에 참가한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데 도움이 되는 지역적 특색을 부여했다. 샌디에이고의 첫 번째 타운 스퀘어에서 올드 타운 가스등 거리와 네이비 타운 섹션은 수십 년 동안 샌디에이고의 일부였으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실제 지역 명소다.
2012년 52세에 아내 그레이스가 전두측두엽 치매 진단을 받은 건축가 톰 크리스천(Tom Christian)은 글렌너 타운 스퀘어 개념이 치매 치료에 혁신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그레이스가 물건을 집어 들고 왔다 갔다 하는 증상을 막기 위해 하루 종일 다양한 활동과 자극이 필요하다. 현재의 데이케어센터 프로그램도 도움이 되지만, 낮 동안 안전한 공간과 전문 감독자가 보호하는 공간에서 익숙한 모습의 ‘마을’ 전체를 탐험할 수 있다는 생각은 우리에게 획기적인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치매 환자에게 행복을 주는 장소
1950년대의 시대적 배경을 구축한 것은 훌륭한 아이디어다. 남부 캘리포니아가 미국 최초의 치매 마을 장소가 된 데는 이유가 있다. 1955년 7월, 월트 디즈니가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의 65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오렌지 숲을 개조해 프론티어랜드, 어드벤처랜드, 판타지랜드, 투모로우랜드 등 가족들이 다른 세계에 몰입할 수 있는 디즈니랜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글렌너 타운 스퀘어는 디즈니 테마파크의 특징인 세대 간 기회와 즐거움을 제공하면서 치매 치료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케이스 웨스턴 대학교의 신경학 교수이자 국제 세대 간 학교 회장인 피터 화이트하우스(Peter Whitehouse) 박사는 “회상요법은 치매 환자를 위한 강력한 치유 방법이다.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사람은 자신의 기억력이 온전하고 상실감을 느끼지 않던 시절로 돌아가면서 만족과 행복을 얻는다”라고 말했다.
화이트하우스 박사는 회상요법과 실제 경험한 환경을 결합하는 것이 치매 환자를 위한 강력한 치료 솔루션일 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어떻게 상호 작용하고 소통할지 막막하던 가족 구성원들의 참여도 끌어내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치매 진단을 받은 사람을 포함한 어린이와 노인 모두 고립감, 외로움, 취약함을 느낀다. 가족이 서로 배우고 교류하는 장소를 만들면 각 세대가 이야기를 만들어 공유하는 미래형 놀이터가 된다. 아이들은 조부모의 눈을 통해 과거를 경험하고, 조부모는 아이들의 눈에서 미래를 본다”라고 설명했다.
회상의 힘
밥 파트리지와 그의 아내는 6년 전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은 74세 장모님을 돌보고 있다. 파트리지의 장모는 앉아만 있고 활동량이 적으면 불안해했다. 파트리지는 “글렌너 타운 스퀘어 컨셉은 어머니를 쾌적하고 차분하면서도 활동적인 환경에 참여시켜 질병의 진행을 늦추는 기회를 제공한다.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 어머니의 행동과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 작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런 환경에서 어머니는 우리와 더 오래 함께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타운 스퀘어에서 장모님이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손주들과도 상호 작용하는 데 도움을 얻는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손주들에게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손주들과 자연스럽고 자발적인 방식으로 소통하는 축복”이라고.
과거에 존재한 방식을 되살리며 얻는 효과
건축가 톰 크리스천은 글렌너 타운 스퀘어의 아이디어가 간병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바꾸었으며, 알츠하이머 진단과 관련된 낙인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전한다.
“데이케어센터에서는 내가 치매를 앓는 아내 그레이스를 데려다주고 다시 데려온다. 그것은 우리 관계의 특별하고 중요한 요소인 가족의 단결이다. 그레이스와 나는 함께 있지만, 그녀가 치매에 걸렸다는 사실과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사람들에게 설명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때때로 사람들이 우리를 대하는 방식에 낙인을 찍는 것을 느꼈다.”
크리스천은 “글렌너 타운 스퀘어가 치매 가족의 존엄성을 다루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며, “치매 진단이 인생의 종말을 의미하지 않는다. 나는 치매가 나쁜 것이 아니라 단지 다른 것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레이스와 나는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결혼 생활을 원했다. 함께 도시 거리를 거닐고 1950년대 영화를 볼 수 있는 경험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은 현 상황에서 우리를 매우 긍정적으로 만들어 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덧붙인다. “치매를 어떤 식으로든 사소하게 여기고 싶지는 않지만, 여전히 기쁨과 마법 같은 순간을 공유할 수 있으며, 이 치매 마을은 우리에게 그런 기회를 제공한다”라고.
치매를 만난 인간 감정의 특징을 충분히 이해하려면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노스탤지어’는 그리스어로 ‘귀향’을 의미하는 노스토스(Nostos)와 ‘갈망’을 의미하는 알기아(Algia)에서 왔다. 이 단어는 1688년 의학 학위 논문을 작성하던 스위스 학생 요하네스 호퍼(Johannes Hofer)에 의해 사용돼 심한 감기와 같은 질병으로 간주됐다. 돌아가지 못하는 현재의 고통이라 하여 향수병으로 불린다. 과거에는 향수병이 심해지면 사람이 죽을지도 모른다고 두려워했지만, 현대 신경과학자와 심리학자들은 적절한 향수는 인간에게 좋다고 말한다.
인간은 지난 시간을 그리워함으로써 오늘을 견디고 치매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글렌너 타운 스퀘어가 보여주고 있다. 인간은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곳으로 도피하고 싶어 한다. 우리는 모두 과거의 시간을 담은 보물 상자를 가지고 있고, 어려운 시절을 보낸 그 시간을 마주함으로 잃어버린 자아를 만난다. 특히 치매 환자에게 과거의 기억과 마주하는 시간은 치료에 도움이 된다. 치매 환자와 그 가족을 위한 이런 특징과 콘셉트 있는 주간보호시설을 우리는 언제쯤 가까이서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