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성 칼럼] 프로바이오틱스 효과의 균주 특이성을 기억하라
[김용성 칼럼] 프로바이오틱스 효과의 균주 특이성을 기억하라
  • 김용성 교수
  • 승인 2024.08.05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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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균이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H제약의 유아용 영양제에 포함된 유산균이 2022년 4월 식약처 승인을 받을 때 신고한 것과 다른 균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져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행정처분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조선일보 2024년 6월 11일 자 “장건강 좋다는 프로바이오틱스, 제품 라벨과 다른 유산균 썼는데”).

H사는 식약처에 ‘H유산균7(학명 Bifidobacterium breve)’을 넣었다고 신고하고 제품 라벨에도 표기했는데, 한국소비자원이 실시한 품질 시험에서 전혀 엉뚱한 유산균인 ‘H유산균7-2800(Bifidobacterium longum)’이 나왔다는 것이다. 오래전 병의원에서 처방하는 프로바이오틱스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 2013년 D약품에서 판매하던 처방 프로바이오틱스를 검사해 보니 1988년 최초 허가에서 신고한 균인 Lactobacillus acidophilus가 아니라 Lactobacillus fermentumLactobacillus delbrueckii로 구성돼 있었기 때문이다(메디컬타임즈 2013년 8월 8일 자 "동화약품 '락테올' 잠정 판매중단 회수조치").

결국 이 제품은 시장에서 퇴출됐다. 이런 문제는 한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미국에서도 2016년 시판 중인 프로바이오틱스 16개 제품의 유산균 DNA를 분석했더니 놀랍게도 단 1개 제품만 라벨에 기재된 균주가 있었다.

기사에 따르면 H제약은 행정처분을 받은 후 “특정 시기에 생산된 제품에 원료 균주 명이 잘못 표기됐으며, 섭취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섭취에 문제가 없다는 이 해명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국내에서는 건강식품으로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만들 때 식약처에서 고시한 19개 균을 사용하면 특별한 심사 없이 제조 판매가 가능하다. 이 19종을 허가해 준 이유는 안전하기 때문이다. 유산균이 달라도 비슷한 종류이고 안전하니 먹는 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인데 과연 그럴까? 사실 이 대답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왜 그런지 살펴보자.

이런 사건들이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생기는 것은 바로 모든 프로바이오틱스는 효과가 동일하지 않고, 균주(Strain)에 따라 다르다는 ‘균주 특이성(Strain-specificity)’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균주 특이성’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세균의 이름 구조를 알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 모든 생물의 종을 종류별로 묶어 계통화하는 분류법에 대한 약간의 지식이 필요하다. 생물 시간에 ‘종속과목강문계(種属科目綱門界)’를 외워본 적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생물의 분류 계급이다.

 

생물의 계통 분류에서 영장류와 세균의 차이 / 위키피디아
생물의 계통 분류에서 영장류와 세균의 차이 / 위키피디아

복잡한 이 표에 겁먹지 말고 찬찬히 살펴보면 생물의 기초 단위는 종(Species)이고 여러 유사한 종을 묶어서 속(Genus)이라고 한다. 또 유사한 속들을 묶으면 과(Family)가 된다. 어떤 생물의 이름을 학명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속과 종으로 구성된 이명법(二名法)을 사용한다. 예를 들면 인간은 Homo속에 속하고 종까지 붙여서 Homo sapiens라고 하며,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침팬지나 보노보는 동일한 Pan 속에 속하고 종이 다르기에 그 학명이 각각 Pan troglodytesPan paniscus로 다르다. 침팬지나 보노보가 유전적 측면에서 인간과 98.8%가 동일하다고 하는데, 불과 1.2%의 차이가 인간과 동물을 구분 짓는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세균의 이름도 유사하게 종+속명으로 부르면 된다. 
Lacticaseibacillus caseiLacticaseibacillus rhamnosus는 침팬지와 보노보처럼 동일한 Lacticaseibacillus속의 다른 종이다. 그런데 세균은 유전자의 96% 이상이 동일해야 같은 종으로 분류하는 것이 최근의 기준이므로, 같은 속이라도 종이 다르면 4% 이상의 유전자 차이가 있다는 말이다. 아예 속이 다른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자가 1.2%밖에 차이가 안 나는 것을 고려하면 세균의 경우 속이 아니라 종만 달라도 아주 큰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세균에는 종 내에서도 Strain이란 하위 분류가 있다.

이 표에서 동일한 Lacticaseibacillus Rhamnosus 균종에서 GG와 Lcr35란 두 개의 다른 Strain 명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프로바이오틱스의 효과의 균주 특이성이란 이 Strain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다.

물론 엄밀하게 학문적으로는 유전자 수에서 영장류의 2만~2만 5천 개와 세균의 1천~6천 개의 차이가 있고, 세균 종 사이의 유전자 차이가 기능적으로 중요한 유전자 차이인지 아니면 의미 없는 변이 때문인지 등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하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을 단순화해 보면, 종이 다른 세균의 차이는 영장류의 차이보다 훨씬 크고, 특히 동일 종 내에서도 Strain이 다르면 기능적인 차이가 매우 크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아니, 복잡한 세균 이름 짓는 법이 뭐가 중요하다고 이렇게까지 설명하느냐 할 수도 있겠다. 이것은 세균의 분류체계 별로 프로바이오틱스의 작용기전을 구분한 아래 그림을 이해하기 위해서이다.

 

[프로바이오틱스 작용기전의 분포 / Hill 등. Nat Rev Gastroenterol Hepatol. 2014년]
프로바이오틱스 작용기전의 분포 / Hill 등. Nat Rev Gastroenterol Hepatol. 2014년

적절한 양을 섭취했을 때 인간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미생물을 프로바이오틱스라고 한다. ‘프로바이오틱스 작용기전의 분포’처럼 각 프로바이오틱스 균이 건강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기능을 어느 정도 가지는지 분류해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연구된 프로바이오틱 균들은 대부분이 병원균을 경쟁적으로 제거하거나, 파괴된 미생물총을 조절하는 등의 기본적인 장 건강 기능을 가지고 있다. 국내에서 건강식품으로 판매되는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은 유산을 만들어내는 유산균으로 구성되므로 표시할 수 있는 효능은 19종 균 중에서 어떤 균을 쓰더라도 공통된 효능인 (1) 유산균 증식 및 유해균 억제에 도움을 줄 수 있음, (2) 배변 활동 원활에 도움을 줄 수 있음 이 두 가지에 국한된다.  

현재 복용 중인 건강식품 제품 라벨을 한번 살펴보라. 개별 인정형 균주가 아니라면 아무리 유명한 연예인이 광고하더라도 효능 표기는 모두 동일한 이 두 가지 문구만 쓰여 있다. 그래서 H제약의 “균이 다르긴 한데 안전에 문제없으니 괜찮다”라는 답이 꼭 틀린 것만은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H제약에서 팔던 영양제의 이름이 '면역 유산균 OOO'이고, 유산균으로 면역에 대한 효과를 얻기를 원했다면 틀린 해명이다. 왜냐하면 면역 효과를 가지는 균주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비타민 합성이나 효소적 활성처럼 종에 따라 다른 기능만 고려해도 Bifidobacterium breveBifidobacterium longum으로 균종이 달라지면 효과 면에서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 게다가 면역에 대한 효과는 종 수준이 아니라 Strain 수준으로, 특별한 Strain의 균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이 문제에 대해서도 H제약의 답이 틀리지는 않았다. 제품 이름이 '면역 유산균 OOO'으로 마치 면역에 효과가 있는 유산균인 것처럼 읽히지만, 이름에 면역을 쓴 이유는 ‘정상적인 면역기능에 필요’라는 기능성으로 허가받은 아연을 넣었기 때문이다!

위 표에서 LGG와 람노스를 예시로 들어 Strain 차이를 설명했는데, LGG는 덴마크 유산균으로 팔리는 유명한 균이고, 람노스는 병의원에서 처방되는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이다. 이름은 비슷해 보이지만, 임상 연구가 다르고 질환 치료 기능이 Strain 별로 다르다는 점에서 만약 의사들을 대상으로 람노스에 대한 강의를 하면서 LGG 연구 내용을 보여준다면 잘못된 강의라고 비난받아도 마땅하다.

필자는 국내에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는 프로바이오틱스인 사이코바이오틱스(Psychobiotics)라는 개념을 소개해 왔는데, 지난 칼럼에서 강조한 것처럼 특정 프로바이오틱스 균주가 적절한 용량에서 우울, 불안, 스트레스성 변화에 관한 이중맹검 연구 결과가 있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이에 더해 지금까지 설명한 균주 특이성의 개념에 따라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증명된 균과 동일 종이라도 균주가 다르면 그 효과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난 칼럼에서 소개한 대표적 사이코바이오틱스 제품을 이 글에서 설명한 지식으로 균 이름을 자세히 한번 살펴보자. Cerebiome®는 Lactobacillus helveticus Rosell-52와 Bifidobacterium longum Rosell-175로 구성되며, Zenflore®는 Bifidobacterium longum 1714로 구성된다. 두 제품은 일단 2종 균 제품과 단일 균주 제품이란 차이가 있지만, Bifidobacterium longum은 공통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이 속+종 명 뒤에 붙은 Rosell-175과 1714라는 Strain 명이 다르므로 동일한 균이 아니고 그 효능 또한 달라진다. 이 때문에 두 제품이 모두 사이코바이오틱스 제품이라 하더라도 임상 연구에서 확인된 결과나 연구 대상 증상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다.

최근 사이코바이오틱스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데, 대중의 관심이 커진 만큼 아무 균이나 사이코바이오틱스라고 호도하는 경우도 많아질 우려가 있다. 이 ‘균주 특이성’은 사이코바이오틱스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고 모든 프로바이오틱스에 해당한다. 국내 건강식품 시장에서 홍삼과 맞먹을 정도로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이 커진 상황에서 소비자가 조금 더 현명해질 필요가 있다.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반드시 효능을 살펴야 하고, 라벨에 쓰인 프로바이오틱스 균의 이름 뒤에 균주까지 표기가 되어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여기에  그 프로바이오틱스 균주로 원하는 효능에 대해 수행된 임상 연구가 있다면 정말 신뢰할 만한 제품이다. 문제는 일반인의 입장에서 이런 연구까지 찾아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의료인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조언을 해준다면 좋겠지만 국내 환경에서는 아무래도 쉽지 않을 것이다. 소비자에게 적절한 정보를 전달하는 방법이 국내에서도 마련되어야 할 것 같다.

자, 우선은 한 가지만 기억하자. 프로바이오틱스의 효과는 균주가 다르면 동일하지 않다!

 

김용성
소화기내과 전문의
원광의대 소화기질환연구소 겸임교수
좋은숨김휘정내과 부원장
Journal of Neurogastroenterology and Motility 부편집장
대한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학회지 부편집장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 학술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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