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 12일(월) 방송에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어머니 사연이 소개됐다.
“저는 4남매 중에서 장녀입니다. 저희 어머니는 몇 년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로, 갖고 계시던 원룸 건물을 관리하고 월세를 받아서 생활하셨습니다. 어머니가 항상 말씀하시던 게 있었는데요, 당신이 세상을 떠난 뒤에는 저희 4남매가 원룸 건물을 공평하게 나누어 가지라는 거였습니다.
그런 말씀을 들을 때마다 저희 남매는 원룸 건물은 상관없으니까 오래오래 사시라고 입을 모아 말하곤 했죠. 그런데 작년부터 어머니는 날짜나 요일을 착각하셨고, 상황에 안 맞는 말씀을 자주 하셨습니다. 안 좋은 예감이 들어서 어머니를 모시고 보건소에 갔습니다. 그리고 검사 결과 알츠하이머치매 진단이 나왔습니다. 저희 남매는 시간이 될 때마다 교대로 어머니 곁을 지켰지만, 상태는 전혀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급기야 며칠 전에는 온 가족이 몹시 놀란 일이 있었습니다.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찾아왔는데, 어머니의 건물을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이 나타났다는 겁니다. 어머니는 저희보다 더 당황하시더니, 자신이 원룸 월세로 생활하고 있는데 이걸 왜 파냐며 화를 내셨습니다. 그러자, 부동산중개사는 더욱 황당해하면서, 이틀 전에 어머니가 찾아와서 헐값에 원룸 건물을 내놓았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부동산중개사에게 어머니의 병환을 알리고 사과했습니다. 이번 일은 우발사건으로 겨우 넘겼지만, 어머니가 혼자 있는 시간에는 언제든지 이런 일이 반복될 수 있을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치매 어른을 모시는 가정이라면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을 사연이다. 사연자의 걱정에 우 변호사는 치매에 걸린 부모님을 위해 자녀들이 해야 할 조치로 가정법원에 성년후견개시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성년후견제도는 정신적으로 제약이 있는 성인에게 법원이 후견인을 지정해 보호하는 제도다.
장애·질병·노령으로 재산과 신상을 돌볼 수 없는 경우 성년후견을 신청할 수 있는 성년후견제도는 2013년 7월 1일부터 시행됐다. 그 이전에는 금치산·한정치산제도가 있었다. 성년후견제도는 이를 폐지하고 보완한 제도다. 금치산자, 한정치산자의 돌봄은 전통적으로 친권 책임으로 맡겨졌다. 성년후견제도의 시행으로 친권에게 보호받지 못하는 미성년자 또는 장애·질병·노령 등으로 인해 도움이 필요한 이들까지 보호와 지원이 가능해졌다.
후견인은 자연인뿐만 아니라 법인도, 또 복수의 후견인 선임도 가능하다. 후견인은 재산 보호뿐만 아니라 의료행위, 거주지 결정 등 신상에 관한 부분도 보호할 수 있다. 게다가 잔존능력을 존중해 탄력적으로 적용이 가능하며 후견과 관련한 별도의 등기제도가 운영돼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가정법원 또는 후견감독인에 의한 후견 업무의 감독이 이루어져 피후견인을 보호하게 돼 있다.
성년후견제도에는 성년후견과 한정후견, 특정후견, 임의후견이 있다.
성년후견: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경우.
한정후견: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부족한 경우.
특정후견: 일시적으로 또는 특정 사무에 대한 후견이 필요한 경우.
임의후견: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하거나 부족할 상황에 대비해 타인에게 대리권을 수여하는 후견 계약.
사연자의 경우에 대해 우 변호사는 “어머니의 치매의 정도에 따라 달리 판단되어야 할 것 같다. 치매의 정도가 심각해 어머니께서 개인 의사를 표시할 수 없고 인지 및 지적 능력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 성년후견 개시를 신청하는 것이 적합하고, 아직 치매 초기 단계로 개인 의사를 표시할 수 있고 인지 및 지적 능력이 있는 경우라면 잔존능력을 고려해 한정후견이 적합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사연자는 어머니의 치매 상태가 급격하게 악화하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후견 개시 신청을 하게 되면 곧바로 결정이 이뤄지냐는 질문에 우 변호사는 “아니다. 가정법원에 후견개시심판을 청구하게 되면 심판의 절차가 진행된다. 피후견인 즉 어머니에 대한 정신감정 절차뿐만 아니라 법원에서는 어머니의 건강, 생활 관계, 재산 상황뿐만 아니라 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의 직업과 경험, 이해관계 유무 등 넓은 범위의 자료를 제출받아 이를 확인한다. 또한 당사자들이 법원에 출석하도록 하여 의사를 확인하는데 피후견인의 경우 출석이 불가능하면 영상재판 또는 다른 방식으로 의사를 확인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려면 통상적으로 6개월 정도는 소요된다고 조언했다.
이어서 “만약 어머니에 대한 한정후견이 아닌 성년후견이 개시된다면 어머니께서는 행위능력이 없고, 후견인이 포괄적인 법정대리권과 취소권을 가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조인섭 변호사는 “행위능력이 있어야 법률행위를 할 수 있다. 가령 어머니가 마트에서 물건을 사는 행위도 행위능력인데 어머니가 마트에서 물건을 살 수도 없는 건가?”라는 질문에 우 변호사는 “아니다. 후견인이 취소권을 가지기는 하나 법원은 취소할 수 없는 법률행위의 범위를 정할 수 있다. 피성년후견인인 어머니가 일용품의 구입 등 일상생활에 필요하고 대가가 과도하지 아니한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는 후견인이 이를 취소할 수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