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기반복지'에서 '공동체기반복지'로 전환할 때
정부는 지난 7월 23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3월에 열린 민생토론회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의 후속 조치로 고령 친화 주거 공간과 가사, 건강, 여가 서비스를 결합한 시니어 레지던스를 확대 공급하려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 보도자료에 의하면, 시니어 레지던스는 법상 개념은 아니며, 고령자 복지주택(공공임대), 실버스테이(민간 임대), 실버타운(노인복지주택) 등 고령 친화 주거 공간을 일컫는다고 한다.
활성화 방안에는 민간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촉진하기 위해 실버타운 설립 시 토지·건물 소유를 의무화하는 규제를 개선하며 이를 통해 서비스 전문사업자가 토지·건물 사용권을 기반으로 실버타운 설립 여건을 조성한다는 것과 더불어서 고령 친화 주거 서비스 전문사업자 요건을 마련하고 지원 근거를 신설해 서비스 전문사업자를 육성하겠다는 계획이 담겨 있다.
인구 감소 지역에 도입할 예정인 신분양형 실버타운과 수요가 높은 도심 내 유휴시설 및 유휴 국유지를 시니어 레지던스로 조성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중산층 고령자까지 고령자 복지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유주택 고령층도 입주가 가능한 실버스테이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저소득 고령층 대상 주거급여(수선유지급여) 인상을 통해 주거개선을 도모한다는 내용도 언급돼 있다.
이에 고령 친화 주거 공간의 현장에 오래도록 몸담아 온 김수동 탄탄주택협동조합 이사장을 만나 관련 내용을 인터뷰했다. 김수동 이사장은 더함플러스협동조합이라는 소셜벤처를 창업해 주거 공유 문화와 공동체 주거 확산을 촉진하는 활동을 해왔다.
Q. 디멘시아뉴스 독자에게 김수동 이사장님을 소개해 주세요.
중장년 세대의 주거 전환 운동에 앞장선 더함플러스협동조합의 이사장으로, 노년을 맞이하는 50+세대를 중심으로 공동체 주거, 은퇴 후 주거, 커뮤니티 관련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습니다. 저 또한 공동체 주택의 주민이기도 하고요.
현재는 시민 출자 청년 공동체 주택 터무늬있는집 운영위원이자 전세 사기 피해 당사자들과 연대해 문제를 해결하고 치유하고자 하는 탄탄주택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공동체 주거 활동가’라는 말이 저의 정체성에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각자도생 사회에서 ‘함께 사는 맛’을 알리기 위해 즐거이 애쓰고 있습니다.
Q. 어떤 과정을 거쳐 시니어 주택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는지요.
“이렇게 오래 혼자 살 줄 몰랐어.” 2014년쯤 어머니의 친구가 한 말입니다. 이 말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더군요. 1인 가구 사회에서 노년의 사회적 고립의 심각성을 고민했습니다. 도시에서 노인 홀로 삶을 꾸려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되면서 관심을 가졌어요.
당시 직장동료들과 함께 벤처기업을 창업해 운영 중이었는데, 동료들과 생각의 차이로 새로운 선택지를 고려하다가 돈을 위해 일하지 않고 사람을 위해 돈이 일하는 사회적경제에 끌렸습니다. 셰어하우스에서 지낸 경험이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있기도 했고요. 고령자를 위한 공동체 주거 모델 ‘시니어 소셜하우스’ 아이템으로 2014년 소셜벤쳐 아이디어 경연대회에 참가했습니다. 이듬해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지원해 시니어 주거 분야로 더함플러스협동조합을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주거 전환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Q. 우리나라 시니어타운 개발의 역사와 과거 실패한 과정, 그리고 현주소를 설명해 주세요.
가장 직접적으로는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의 먹튀로 인한 소비자 피해 확산이 사회적 파장을 크게 일으켰죠. 1990년대 말부터 ‘실버타운’이 주목을 받으면서 2000년대 초반까지 전원형 실버타운이 우후죽순 생겨났습니다. 그러나 외양만 그럴싸해 병원이 멀고 교통이 불편해 노인들을 위한 실버타운으로 제 기능을 갖추지 못했죠. 경치 좋은 곳에 있는 감옥과 다름없었습니다. 건설사는 짓고 팔고 이익만 남긴 뒤 정작 중요한 ‘운영’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수억 원의 분양가에도 관리가 안 되고 법적 소송에 휘말리는 등 실버타운 입소자들의 피해 사례가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점차 민간이 짓는 노인주택에 대한 관심은 시들해졌고, 핵심 이해관계자인 어르신들도 실버타운에 크게 실망했죠.
이후 우리나라 노인주택은 초고가 고급형(보증금 20억 이상)과 월세 5만 원의 공공주택으로 나뉘었습니다. 초고령사회에 바짝 다가선 지금 노인주택 시장은 수요가 큼에도 양극단으로 갈라져 있죠. 그런데 노인의 주거 문제는 고령화율이 높아지기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단순히 고령인구 증가에 대한 장밋빛 비즈니스모델로 부동산개발 사업을 펼쳤다가 폭망한 거죠. 중요한 것은 고령인구 증가가 아니라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사회환경과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인데, 너무 짧은 시간에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다 보니 준비할 시간이 없어 공공과 시장은 실패를 반복해 왔어요.
2015년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이 금지된 후 정체돼 있던 실버타운이 노인인구 1,000만 명 시대의 초고령사회 진입을 맞아 다시 분양형 허용으로 공급 확대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시대착오적 내용이 가득한 노인복지법 개정도 시급하고 고령자 주택에 대한 법제도 미비합니다. 고령자 주거의 핵심인 운영 서비스를 외면하고 부동산개발에만 관심 있는 시행사들이라면 과거의 실패를 반복할 여지가 큽니다.
Q. 정부가 지난 총선 앞두고 민생토론회에서 실버타운 신규 공급을 약속했지만, 과거의 실패를 분석해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눈에 띄지 않는데요. 정부의 약속에 대한 경과와 보완책 그리고 우선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인가요?
현시대 대부분 노인이 돌봄 시설에서 삶을 마감합니다. 우리 사회가 고령자 주거에 대해 진지한 고민과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인간의 존엄함을 유지하기 어려운 장소에서 사망하는 일이 다반사일 것입니다. 생의 마지막 집에 정부와 개인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하죠.
지난 7월 정부가 발표한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 방안 정책은 그럴듯한 부동산 신상품을 소개하는 뉘앙스를 풍깁니다. 초고령사회를 맞아 고령자 주거의 선택지와 공급을 늘린다는 데는 찬성이지만, 시니어 레지던스가 아파트 시장의 정체를 벗어나려는 방안은 아닌지 의구심이 듭니다. 앞뒤 없이 고령자 주택이 부족하니 규제를 풀어서 공급을 늘리겠다는 단순한 생각만 보이고 구체적인 ‘복지’의 현실적 방안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정부는 고령자 주택이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답변을 듣고 싶습니다. 요양시설은 죽어서야 나갈 수 있는 곳이 되고 있습니다. 그곳의 많은 어르신은 ‘집’에 가기를 원하죠. 노인들이 원치 않는 요양시설에 머무는 이유를 정부는 제대로 분석했는지 묻고 싶고요.
노년기에 필요한 다양한 일상생활 지원이 포함된 주거서비스 상품을 시장에서 구매하도록 하는 실버타운의 핵심은 식사와 돌봄 그리고 커뮤니티 활동입니다. 그 정도의 일상생활 지원이라면 꼭 실버타운이 아닌 형태로도 가능하죠.
과거 노인복지주택(실버타운)은 왜 분양이 금지되고 많은 규제가 생겼는지에 대한 고찰부터 필요한데, 지금처럼 규제를 확 푼다고 문제가 해결될까요? 고령자 주택이 왜 필요하며 어떤 시스템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이미 많은 실패를 경험한 사업자들이 섣불리 앞장 서지는 않겠지만, 모르는 일이죠.
공동체가 사라지고 이웃을 잃어버린 공동주택(아파트, 다세대주택, 다가구주택 등)은 관계가 단절된 사람들의 격리된 공간입니다. 지금의 주거 형태는 노인이 살기에 불편하고 위험하죠. 급격히 늘어나는 노인층에 필요한 것은 익숙한 돌봄 기능을 갖춘 ‘가정’이며 수직적 고층 건물 혹은 병증이 중해지기도 전에 갇혀 지내는 병원 분위기의 디자인과는 달라야 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두가 어울려 사는 세대통합적 주거이며, 사회적으로는 각자의 경제적 형편에 따라 적정 비용으로 모두가 어울려 살 수 있는 포용적 주거문화죠. 그리고 의료·요양·일상 돌봄이 가능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것이 기본입니다. 이러한 기본이 갖춰진 후에 노인주택이든 요양시설도 의미가 있죠.
시니어 레지던스, 실버타운도 좋지만, 노인이 돼도 사는 데 불편하지 않은 마을과 집에 대해서는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는지 생각해 봐야 하죠. 우리는 시설에 의지하는 시기를 늦추고 ‘내 집’에서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는 주거 문화가 필요합니다. 노인복지주택을 내세웠지만 ‘복지’는 사라지고 노인주택만 남는 부동산개발이라면 실패의 악순환일 것입니다.
Q. 고급형 위주로 운영되는 시니어타운의 한계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인지요?
고급형 위주로 운영된다기보다 경제적 부담 능력이 있는 부유층을 위한 시니어타운만이 시장에서 살아남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시장에 맡겨 놓으면 될 일이라고 생각해요.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부유층 비율 증가로 프리미엄급 시니어타운 진입장벽이 낮아진 측면도 있지만,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비롯한 신축 아파트의 커뮤니티시설 고급화 추세를 보면 굳이 실버타운에 갈 필요가 없어 보입니다. 앞으로 시니어타운의 최대 경쟁자는 신축 프리미엄 아파트가 아닌가 싶습니다.
Q. 시니어타운에서 치매 진단 환자가 발생하면 쫓겨나는 문제도 들리고 있습니다.
시니어타운은 요양시설이 아니고 독립적 일상생활이 가능한 노인을 위한 주거복지시설입니다. 돌봄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퇴소 조건으로 계약하는 곳이 많습니다. 시니어타운은 운영 기간이 지날수록 초고령 세대가 늘어나면서 활력을 잃게 됩니다. 과거 평생 거주 조건으로 입소 계약을 한 시니어타운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죠.
노인 주거 및 요양 복지시설의 이상적인 모습은 독립생활이 가능한 시니어타운, 돌봄이 필요한 케어하우스(요양시설)에 이어 임종기 돌봄까지 계속 거주가 가능한 CCRC(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y) 형태를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우리 현실에서 성공적인 시니어타운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단편적으로 ‘이게 답이다’라고 하기는 어려운 질문이네요. 개인적으로는 아파트와 요양원 사이에 개인의 경제적 형편과 필요에 따라 다양한 선택지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우선 아파트도 노후 주거에 적합하도록 진화할 필요가 있으며, 요양원도 존엄한 삶이 유지되도록 공간 개선을 통해 돌봄의 질을 높여야 합니다. 그 사이에 시니어타운은 지금처럼 고급 시니어타운과 공공의 고령자복지주택으로 양극화된 모습에서 벗어나 중산층을 위한 실비형 시니어타운(일본의 서비스 제공형 고령자 주택)이 필요합니다.
시니어타운의 존재 가치는 ‘커뮤니티 기반 주거서비스’입니다. 그것을 지금처럼 시장에서 구매하는 방법도 있고, 기존의 주택(지역사회)에 새로운 사회서비스를 도입하는 방법도 있으며, 민간에서 당사자들이 조합을 결성해 공동체 주거형으로 실현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처럼 장·노년기 투자형 ‘내 집’에 집착하다 사회적 고립에 처해 관계 빈곤, 돌봄 공백 상태에서 요양시설로 직행하는 구조를 깨트려야 합니다.
Q. 고령자 당사자와 그 가족의 관점에서 돌봄 관련해 입주자가 가져야 할 마인드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입주자들의 성향과 필요 다양성이 존재할 테니까요.
우선 노후 준비의 관점을 바꿔야 합니다. ‘노후 자금 10억’ 이런 선정적인 마케팅에 휘둘리면 답이 없어요. 우리가 맞이할 노년의 시간은 생각보다 훨씬 깁니다. 중요한 것은 ‘어디서 누구와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새로운 삶의 계획을 짜야 합니다. 언젠가 다가올 관계 빈곤, 돌봄 공백을 나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성찰해야죠.
공동체는 부담스럽고 시니어타운이 좋다고 생각한다면 꼼꼼하게 따져야 할 것(입지, 비용, 운영자 경영평가, 입주자 커뮤니티 분위기, 개인의 취향, 계약조건 등)이 많습니다. 충분히 검토하고 준비하셔야 해요. 시니어타운을 생각한다면 입소 시기를 너무 늦추지 마세요. 개인적으로는 나이 일흔쯤이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시니어타운의 서비스와 라이프스타일을 충분히 누려야죠. 초고령 나이에 접어들어 주거환경을 바꾸는 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도 합니다.
Q. Aging in Place(AIP), Aging in Community(AIC)를 우리보다 앞서 추진한 일본과 달리 현실은 방문진료 수가와 환경 보완 등의 문제로 집에서 투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르신들은 시설로 가기를 꺼리고 가족들은 집에서 모시기 힘들어하죠. 그럼에도 정부는 커뮤니티케어 명목으로 집에서 치료받으며 나이 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노인 의료를 담당하는 요양병원은 고사하는 분위기입니다. 모두에게 도움이 되도록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이 문제는 주거 이전에 지역사회통합돌봄으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3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 통과됐습니다. 지역사회통합돌봄은 노인, 장애인, 정신질환인 등이 시설에 입소하지 않고 최대한 본인이 살던 집과 지역사회에서 돌봄을 제공받으며 생활할 수 있는 실질적인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앞으로 전국의 모든 기초지자체는 향후 2년 이내에 돌봄이 필요한 대상자의 발굴, 조사, 종합판정, 개인별 지원계획 수립 등 통합지원의 컨트롤타워로서 실질적인 역할을 준비해야 합니다.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통해 세부적인 사항을 마련해야 하기에 중요한 사회적 논의와 제도화의 과정이 남아 있습니다. 또다시 유명무실한 법이 될지 제대로 된 방안이 마련될지는 지켜봐야 하죠.
Q.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공유주거 형태인 ‘코리빙하우스’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코리빙하우스는 1인 가구를 위한 대표적 공유주거 트렌드죠. 한집에서 공간을 나눠 쓰는 셰어하우스와 달리 코리빙하우스는 개인 공간을 보장받으면서 피트니스, 북카페, 주방, 업무공간 등을 공유하고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주로 청년들 중심의 코리빙하우스에서 이제는 중장년층을 위한 시니어 코리빙하우스의 필요성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부 사업자들이 청년뿐만 아니라 중장년층을 겨냥한 시니어 코리빙하우스를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준비 중입니다.
사업자로서는 크게 두 가지의 장벽이 있어요. 첫째는 전용공간의 크기입니다. MZ세대는 다양하고 풍성한 공유공간을 활발히 이용하는 대신에 좁은 개인 공간을 감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업성도 맞출 수 있고요. 하지만 중장년 세대의 최소 필요 공간 크기는 MZ세대보다 커요. 기숙사 같은 구조에 대한 심리적 저항도 있고 최소 10평 이상은 되어야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둘째는 주거비에 대한 솔루션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결국 이 또한 소유 중심의 주거문화에서 벗어나 적정 비용으로 주거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시장이 형성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어요. 중요한 것은 사업자와 수요자 간의 신뢰에요. ‘값싼 집’이 아니라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어야 합니다.
Q. 행복한 노년기의 주거 생활을 위해 필요한 것,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노년의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우리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전환할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는 ‘자산기반복지’(가계가 보유한 금융자산이나 실물자산을 복지 대체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라는 어이없는 용어까지 동원하며 부동산에 대한 집착을 강화해 왔어요. 부동산 자산이 노후 자금의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하죠. 하지만 집값이 우리의 노후를 책임지지 않아요. 자산기반복지는 불평등의 심화, 지방소멸, 저출산, 세대 갈등에 이르기까지 심각한 사회재생산 위기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저는 노인 세대의 사회적 고립과 돌봄 공백의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자산기반복지’에서 ‘공동체기반복지’로 전환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노년에 안전하고 행복한 마을과 집에서 든든한 이웃과 함께 서로를 돌보는 삶을 살면 좋겠어요. 그것을 위해서는 슬세권(슬리퍼 차림과 같은 편한 복장으로 카페나 편의점, 도서관, 쇼핑몰 같은 편의시설을 사용할 수 있는 주거 권역)의 동네 친구가 꼭 필요하죠. 제 꿈은 명랑한 동네 할아버지입니다.^^
Q. 돌봄을 아이템으로 하는 스타트업들이 시니어 주거사업에 뛰어드는 분위기입니다. 이에 대한 이사장님 생각이 궁금합니다.
사실상 처음으로 시니어비즈니스(요양산업)에 대규모 벤처투자가 일어난 것이 아닌가 싶어요. 투자가 이루어진 혁신의 기반은 요양 서비스 플랫폼 구축인데, 두 가지 염려가 됩니다. 아직은 플랫폼 혁신에 더 집중해야 할 것 같은데 너무 빨리 부동산에 손을 댄 것은 아닌지 결국 매출 극복 방안이 부동산밖에 없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두 번째는 ‘플랫폼의 배반’입니다. 우린 너무 익숙하죠. 초기엔 대단한 혁신으로 칭송받지만, 결국 창업자는 돈을 챙겨 떠나고 소비자만 플랫폼에 갇혀 비싼 비용을 치르고 실망하는 형국이 됩니다. 돌봄에 대한 사명감을 앞세웠지만, 사업성에 대한 한계에서 돈의 습성에 휘둘리니 염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Q. 끝으로 디멘시아뉴스에 당부할 말씀이 있다면요?
‘치매’는 우리 사회에 누구나 꼭 알아야 할 내용인데도 언론에서는 잘 다루지 않습니다. 디멘시아뉴스의 공익적 활동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가 치매와 더불어 사는 세상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선봉에서 노력하고 있는 디멘시아뉴스를 응원합니다. 부족한 제게 소중한 인터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