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안될 텐데…”라는 생각으로 일을 하다 보면 정말 안 되는 경우를 자주 경험한다. 오랫동안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면 그 스트레스를 극복하려고 애쓰다가 실패하는 행동 루틴을 반복한다. 이렇게 부정적인 패턴을 반복하면 자기실현적 예언이 되고 만다. 벗어날 수 없는 쳇바퀴 인생을 산다는 느낌이 들며 무기력해지고, 점차 무력한 자신에게 익숙해진다. 그리고 쳇바퀴에서 내려올 수 있는데도 습관처럼 쳇바퀴를 돌리며 산다.
브레인포그(Brain Fog)를 느끼는 사람들은 쉽게 피로감을 느끼고 현재의 삶에 집중하지 못한다. 그래서 자연스레 ‘학습된 무력감’에 빠진다. 안될 일에 에너지 쓰기 싫다며 시도도 하기 싫어 한다. 만사가 귀찮다.
학습된 무력감
긍정심리학의 창시자인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 박사는 동물실험을 통해 ‘학습된 무력감(Learned Helplessness)’을 알아냈다. 학습된 무력감은 개인이 반복적인 실패나 통제를 상실한 경험을 겪으면, 상황을 벗어날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무기력하게 느끼며 행동을 멈추는 현상이다.
셀리그만 박사는 개를 세 그룹으로 나눠 실험했다. 첫 번째 그룹의 개들은 전기 충격을 받지 않았고, 두 번째 그룹의 개들은 충격을 받았으나 레버를 눌러 충격을 멈출 수 있도록 했다. 반면, 세 번째 그룹의 개들은 레버를 눌러도 충격을 멈출 수 없도록 했다. 세 번째 그룹의 개들은 충격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학습한 후 충격을 피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더 이상 시도하지 않고 무기력한 상태에 머물렀다. 이를 통해 셀리그만 박사는 특정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학습한 존재는 스스로 더 이상 탈출을 시도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지속해서 실패를 경험하거나 외부 환경에 대한 통제감을 상실한 사람은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결과를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해 결국 새로운 기회를 앞두고도 도전하지 않거나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셀리그만 박사는 후속 연구를 통해 낙관주의와 긍정적 사고가 ‘학습된 무력감’에 빠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비록 ‘학습된 무력감’은 극복이 어렵고 벗어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충분히 가능하다. 작은 목표를 설정하고 성취감을 경험하는 데서 출발해 긍정적인 사고와 자아 효능감을 키우고,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지지와 격려를 얻으며, 통제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한 해결책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학습된 무력감’을 벗어나는 가장 중요한 열쇠는 서두르지 말고 자기 자신을 격려하는 일이다.
브레인포그를 걷어내려면...
브레인포그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그냥 손 놓고 있는가? 이제 브레인포그를 걷어낼 궁리를 해보자. 브레인포그는 현대인들이 자주 겪는 증상 중 하나로, 명확한 사고력 저하, 집중력 저하, 기억력 감퇴, 피로감 등을 동반한다. 일반적으로는 피로감, 스트레스, 영양 불균형, 수면 부족 등이 브레인포그의 원인이다. 특히 현대 사회의 빠른 속도와 디지털 기기 사용의 증가로 인해 이러한 증상을 경험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브레인포그에 푹 빠지면 ‘학습된 무력감’에 쉽게 빠진다. 브레인포그가 잔뜩 낀 쳇바귀 인생에서 내려와야 한다.
미국 워싱턴에서 임상심리학자로 활동하며 관련 책을 쓴 질 P. 웨버(Jill P. Weber) 박사는 브레인포그에서 벗어나 자기 삶에 몰입과 집중을 되찾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우선, 자신의 현재 상태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스트레스에 대처하고 브레인포그를 벗어나는 첫걸음이다.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자기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 부분을 찾아 먼저 변화를 시도해 보자.
두 번째로 무력한 뇌를 깨우라고 한다. 뇌는 적응하고 성장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변화하려는 방향으로 습관화하라. 숙달된 행동은 뇌에 영향을 미친다. 새로운 행동을 계속 실천하면서 무력감을 극복한다면 브레인포그에 벗어나게 하는 길이 보일 것이다.
세 번째로 고립에서 빠져나오라고 한다. 인간관계라는 인생 구명조끼를 입으라고 조언한다. 살아가는 데 인간관계는 필수다. 타인과 대화하며 서로 속내를 털어놓은 일은 브레인포그를 극복하는 데 효과적이다.
네 번째로 회피라는 자기학대에서 벗어나라고 한다. 감정은 그저 감정일뿐이다. 브레인포그는 감정을 회피할수록 더 악화한다. 자기 잠정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며, 힘든 감정도 대화하며 자기 느낌을 이해하고 감정을 더 빠르게 수용할 수 있다. 웨버 박사는 감정의 세계를 회피하지 않고 가까이 다다가면 삶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다섯 번째로 건강한 마음을 위한 루틴을 만들라고 한다. 브레인포그를 걷어내기 위해서는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운동, 휴식, 충분한 숙면, 몸에 좋은 식단 등 건강한 생활 습관이 필요하다.
여섯 번째로 ‘잠시 멈추기’를 하라고 한다. 생각의 속도가 느려질수록 현실을 선명하게 바라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일곱 번째로 ‘마음 챙김’을 하라고 한다. 지금, 여기에 머무르며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이다. 과거 일에 연연하며 곱씹거나, 미래에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일에 미리부터 짐작하며 현실을 살 수 없다. 늘 허둥지둥하며 시간의 흐름에 휘둘리고 만다. 사람은 현재를 사는 것이다. 마음 챙김을 잘 실천하면 시간이 흐를수록 차분해지고 스트레스도 줄어든다.
여덟 번째로 내면의 자아와 한 팀 이루기를 하라고 한다. 뇌는 ‘부정적 편향’을 갖고 있어 긍정적 경험보다 부정적 경험을 더 잘 반복하고 재생하는 경향이 있다. 뇌의 부정적 회로가 그대로 유지되는 이유는 자기 가치를 부정하는 이야기를 반복해서 되뇌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긍정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면 새로운 뉴런 패턴이 만들어진다. 이런 새로운 행동을 할수록 뇌는 전보다 더 쉽게 긍정적인 자기 감정을 떠올린다. 내면 깊은 곳에서 자신이 기대고 싶던 말, 어려움을 이겨내도록 하는 자존감을 올려주는 말, 긍정적인 말 등을 스스로에게 하라고 조언한다.
아홉 번째로 방전된 뇌를 재충전하라고 한다. 즐거운 놀이와 취미를 갖고 유쾌한 경험을 자주 하며 특히 즐겁게 몰입하는 시간을 자주 가져야 한다. 웨버 박사는 브레인포그에서 벗어나 자기 삶으로 돌아오는 마지막 단계로 즐거움과 기쁨을 들여놓을 여유 공간을 만들라고 한다.
열 번째로 ‘브레인포그와 작별하기’를 제시한다. 지금까지의 경험과 후회는 내려놓고 새출발할 마음의 준비가 됐다면 당장 실천하라고 조언한다.
쳇바퀴 인생에서 벗어나고 싶은가? 쳇바퀴 아래로 한 발 내밀어 보자. 발이 바닥에 안 닿아서 실패했는가? 발을 내밀려고 용기를 낸 것만으로 충분하다. 다음번에는 더 길게 발을 내밀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조만간 발을 땅에 딛고 쳇바퀴를 멈추어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나이키의 유명한 슬로건인 “Just Do It”처럼 “그냥 해!”.
양은미
(주)마음생각연구소 대표이사
세계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
(사)건강소비자연대 건강부총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