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모 의원의 A 원장은 여러 언론 매체를 통해 치매 명의로 알려져 있다. 서울 초대형병원에서 신경과 교수로 정년을 마친 A 원장은 해외 학술지에 치매 관련 논문을 80편 이상 싣는 등 학계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한 저명인사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그의 치매 진료를 받으려면 9개월이나 대기해야 한다는 후기가 있을 만큼 A 원장에 대한 치매 환자 가족의 신뢰는 높다.
그런데 A 원장이 최근 출간한 저서에 미국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당한 고가의 항아밀로이드 항체 치료제를 투여한 사례를 소개하면서 ‘치매 예방 90% 가능’한 ‘백신 치료’라는 용어를 써 논란이 일었다. 한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는 “뇌세포는 절대 재생이 안 되기 때문에 인지기능이 정상이고 일상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을 때 백신을 맞아야 비참한 최후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가 말한 백신은 에자이와 바이오젠이 공동 개발한 아두카누맙(Aducanumab, 상품명 아두헬름 Aduhelm)으로, 2021년 6월 7일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이 ‘조건부 승인’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다. 아두카누맙은 개발사 바이오젠이 올해 1월 31일 전격적으로 미국 내 임상 4상 및 시판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현재는 퇴출당한 약물이다.
국내에서는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환자가 직접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에 2,500~3,500만 원가량의 약값을 치르고 아두카누맙을 들여올 수 있었다. 현재 바이오젠은 후속 약물인 레카네맙(상품명 레켐비)으로 일원화해 아두카누맙을 생산 판매하지는 않는다. A 원장은 저서에 ‘아두카누맙 투여 경위’라는 소제목에서 “2022년 5월부터 2024년 1월 31일까지 168명이 치료받았거나 받고 있다”라고 썼다.
앞서 <디멘시아뉴스>에서 여러 번 보도했듯이, 아두카누맙을 비롯해 레카네맙, 도나네맙(상품명 키선라) 등의 항아밀로이드 치료제는 질병 발생을 예방하는 일반적인 백신과 다른 차원으로 질환의 초기에 개입하는 2차 예방의 개념이며, 병의 진행을 조금 늦추는 효과로 알려진 약물이다. 신중하게 투약 제외자 대상을 통과한 뒤에 기대에 못 미치는 효과와 심각한 부작용(ARIA)으로 해외 의료계와 학계에서도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 최근 본지에는 A 원장의 병원에서 아두카누맙의 투약비로 환자에게 200만 원을 받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환자가 병원에 내는 의료비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와 환자가 전액 부담하는 비급여로 구분된다(단, 급여이면서 환자가 100% 의료비를 부담하는 경우도 있다). 또 비급여는 인정비급여(법정비급여)와 임의비급여로 구분된다. 인정비급여는 건강보험에서 치료 행위를 인정하는 항목이지만, 임의비급여는 의사가 환자의 진료에 꼭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 건강보험에서 인정하고 있지 않은 항목의 치료를 시행하고 환자에게 치료비 전액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다.
제보 내용대로 A 원장이 아두카누맙을 투여하면서 비용을 따로 받았다면, 이는 임상적 효과가 명확하지 않고 진료 건강보험에서 인정하지 않는 임의비급여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임의비급여에 해당하면 환자의 요청에 따라 병원으로부터 환불받을 수 있다.
본지가 확보한 민원 자료에 따르면, 강남구보건소 의약과는 임의비급여 진료 해당 여부에 관한 질의에 “2백만 원 비용은 환자가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서 구매하는 의약품 구매비로 확인했다”며 “해당 주사 투여 비용으로 원내에 비용을 고지하고 진료비를 따로 받고 있어 불법 의료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본지가 강남구보건소와 직접 통화한 내용은 보건소 측이 민원인에게 서면으로 밝힌 답변과 다르다.
강남구보건소 의약과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의원에서 치료 처방 코드가 없어서 50만 원의 주사제 비용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2백만 원을 받는 것은 조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보건소 측의 오락가락 해명에도 분명한 건 A 원장의 병원에서 진료비와 별도로 적지 않은 투약비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환자가 정맥주사제를 맞는 실제 비용은 얼마일까? 정맥주사제는 급여 행위료로 대략 4,500원(501ml~1000ml)이다.
이미 미국 시장에서 사라진 약물에 대해 임의로 정한 거액의 투약비를 환자로부터 받은 사실은 환자들이 절실히 원했고 향후 문제 삼지 않는다면 큰 논란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근본적인 치매 치료제가 부재한 상황에서 아직 임상 효능과 안전성 평가가 불명확한 항아밀로이드 주사제를 ‘치매 예방 90% 가능’이라는 수사와 함께 ‘일상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을 때 백신을 맞아야 비참한 최후를 막을 수 있다’는 모 매체와의 A 원장 인터뷰 속 주장이다. 이는 치매 환자와 그 가족의 절실함을 이용한 ‘공포 마케팅’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A 원장은 책 뒤표지에 “정말 안타깝습니다! 두려움과 돈 때문에 검사를 미루면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을 겪게 됩니다. 이제 걱정 마세요. 새로운 시대가 열렸습니다”라고 명시했다. 의료적으로 문제가 있어 퇴출당했고, 미국과 일본 등에서 판매 중인 신약도 효과와 부작용에서 논란이 있는데, 치매 환자와 그 가족이 간절히 원하는 완치의 바람을 파고들어 치매 치료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 선포해도 되는지 의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