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걸리신 부모님들이 먹는 약 이야기[4]
치매 걸리신 부모님들이 먹는 약 이야기[4]
  • 최봉영 기자
  • 승인 2018.04.30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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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용태 효자병원 신경과장/연세대 외래교수

펩시 챌린지


1985년 대한민국에는 생소한 TV 광고가 일제히 방영됩니다. 당시에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던 가수 이택림씨가 나와서 “콜라는 맛으로 선택하세요” 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당시 젊은 사람들이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를 눈 가리고 시음한 후 눈 가리개를 벗은 후 마지막에 “아 펩시 잖아” 라는 장면을 클로즈업 합니다. 마지막 자막에 “정직한 콜라 시음 대회 참석해주세요. 콜라는 맛으로 결정합니다”라며 끝을 맺지요. 지금 보면 모든 것이 촌스러운 것 같지만 사실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광고이지요.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는 역대 최고의 라이벌 브랜드입니다. 코카콜라는 1886년, 펩시콜라는 1898년 모두 약사의 손에서 태어났습니다. 12년 먼저 태어난 코카콜라는 일찍부터 펩시콜라에 비해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특히 1923년과 1931년에 두 차례 파산위기를 겪은 펩시콜라가 코카콜라에 인수 제의를 했을 때는 손쉽게 승자가 결정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코카콜라는 펩시콜라 인수제의를 거절했습니다. 궁지에 몰린 펩시콜라는 코카콜라와 같은 용량을 반값에 판매하는 '반값전략'으로 점유율을 14%까지 상승시키는 엄청난 성공을 거둡니다.  2인자의 자리를 확실히 확보한 펩시콜라는 코카콜라와 본격적인 전쟁을 시작하게 됩니다. 계속해서 큰 차이로 2위에 머물던 펩시가 1973년 '펩시 챌린지'라는 광고를 대대적으로 시작하면서 시장에 큰 충격을 주게 됩니다. 펩시가 빼 든 칼은 어떤 콜라가 진짜 맛있는지를 소비자가 직접 판단하게 하자는 것입니다. 그 방법은 대중들을 상대로 한 콜라 눈가림검사(블라인드 테스트; blind test) 입니다. 펩시콜라는 전세계적으로(우리나라를 포함)으로 눈가림검사 광고를 내 보냈으며 실제로 52%의 사람들이 펩시콜라가 더 맛있다고 선택하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당연히 코카콜라가 맛있다고 생각한 일반 대중들  뿐 아니라 코카콜라 측 역시 큰 충격을 받게 됩니다. 이 광고 이후 펩시콜라의 시장 점유율이 코카콜라를 앞지르게 됩니다(1.5:1). 당시 시도된 펩시콜라의 눈가림 직접 비교 마케팅은 일반 대중 들에게는 매우 생소했던 마케팅 기법이었습니다. 엄청난 충격에 빠진 코카콜라는 기존의 코카콜라의 제품을 폐기하고 새로운 콜라 뉴코크를 출시하였습니다. 하지만 코카콜라의 펩시콜라 따라하기는 대중 들의 엄청난 항의를 받게 되지요.  결국 코카콜라는 다시 기존의 제품을 도입하는 지난한 과정 속에서 코카콜라의 브랜드 가치를 회사  뿐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 깊숙이 각인 시키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됩니다. 물론 코카콜라가 펩시콜라에 대해서 우위를 지키게 되지요. 브랜드 가치를 뛰어 넘지 못했던 폡시는 2000년대 초 건강음료로 주력 품목을 바꾸면서 콜라시장에서는 코카콜라에게 뒤지지만 전체 음료시장에서는 코카콜라를 앞지르게 됩니다.

A 라는 제품과 B 라는 제품 중 어떤 것이 정말로 좋을 가요? 과연 A라는 약과 B 라는 약 두가지 중 어떤 것이 좋을 가요? 또 A, B라는 약이 정말로 선전 하는 것처럼 효과가 있을까요? 일반 대중 혹은 의사 조차도 수 많은 신약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이런 신약들이 당연히 효과가 있고 기존의 약 보다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간단치 않은 문제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눈가림 검사라는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눈을 가리고(편견을 없애고) 실지로 이 약이 효과가 있는지 아니면 이 약이 다른 기존의 약에 비해서 더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자는 것이지요. 실지로 이 방법은 신약 개발하게 되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입니다. 하지만 눈가림검사는 검사대상자(콜라를 먹는 사람) 눈만 가린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심판하는 사람 역시 어떤 것이 신약인지 모르게 하여야 하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통계분석까지 3중으로 눈가림을 시행하여야만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눈가림이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실험대상자가 무작위로 양측 군에 배정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약에 잘 순응할 것 같은 사람을 인위적으로 신약 쪽으로 배정하는 것(땀을 뻘뻘 흘리는 사람을 일부로 특정 콜라를 마시게 하는)과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대상자를 무작위로 선정해야 합니다. 이렇게 특정 약물을 복용하는 군을 결정한 후 약리 효과를 임상적으로 정의할 수 있는 특정 기간이 지난 후 판정을 하면 되지요. 하지만 사람들은 동물 실험과 달리 이런 검사를 연구기간 끝까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냥 하기 싫어서 안 나타날 수도 있고 먹다 보니 이상하다 싶어서 반대쪽 약이나 치료로 바꾸는 경우도 있습니다. 약의 용량도 안 지킬 수도 있지요(어떤 사람은 콜라를 진짜 한 모금만 마시고 어떤 사람은 한 캔을 다 마시는 경우와 같이).만약 펩시와 코카콜라가 1달간 먹었을 때 나타나는 만족도를 측정하기 위하여 두개의 용기를 똑 같이 해서 한달 보냈는데, 피험자 중 일부가 코카콜라를 중단하거나 펩시콜라로 바꾼다면 이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이들은 연구의 기본 규칙을 어겼기 때문에 연구군에서 빼야 할까요? 만약 펩시콜라 군으로 처리 한다면 당연히 펩시콜라 만족도가 더 높아지겠지요. 그리고 그 사람들을 뺀다면 반대로 코카콜라 군이 더 만족도가 높아질 것입니다. 결국 연구대상군에 빼도, 넣어도 문제가 되지요. 가장 좋은 것은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지만 생긴다면 어떻게 해야 할 까요? 만약 소소한 개인적인 이유로 다른 약으로 바꾸어도(콜라를 바꾸어도) 시간이 지나면 처음 배정한 군으로서 결과를 판정합니다. 즉 눈가림검사와 무작위배정은 실지 그 군으로 연구가 끝날 때 까지 있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일단 결정이 되면 처음 결정한 그 군으로 끝날 때 까지 판정 받는 다는 것입니다. 얼핏 이상해 보이지만, 그 밑바탕에 깔린 철학은 세상은 변덕스러운 것이고 모든 변덕스러운 것 자체가 현실이라는 것이지요. 어떤 약의 효과는 중간에 그 사람이 비슷한 다른 약으로 바꾸더라도 결과는 그 약에 의한 것이라는 것입니다.  자체를 인정하는 것이 실지 세상을 반영하는 것이지요.

또 한가지 왜 눈가림 테스트에서 펩시가 코카콜라보다 선호도가 높았을까요? 여러가지 설명이 가능하지만 이 테스트의 관전포인트는 sip test 즉 한입 테스트라는 것 입니다. 즉 콜라를 일상에서 하듯이 텔레비전을 보면서 천천히 다 마시는 것이 아니고 한 모금만 마시고 결정을 하는 테스트라는 것이지요. 이런 한입테스트는 단맛이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처음의 단맛은 좋아하지만 계속 단 것은 좋아하지 않지요. 음식도 조미료가 들어간 것은 처음 맛은 좋지만 음식을 다 먹고 나서는 안 좋은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실제로는 단 콜라도 잘 구매하지 않은 것이고 조미료가 들어간 음식점도 안 찾아가겠지요. 약도 처음 반응이 좋다고 그 약 사용을 꼭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첫 반응이 좋은 것은 대부분 부작용이 적은 것이지요. 뒤집어 이야기 하면 효과가 별로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나중에 이야기 할 기회가 있지만 뇌영양제 중 많은 것이 여기에 해당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충분기간 추적 후 결과를 냅니다.

지금은 안 그렇겠지만 제가 대학교 시절 단체 미팅을 갑니다. 그러면 파트너를 정하기 위하여 남자들이 소지품을 내놓게 되지요. 그러면 여자들이 긴장하면서 이 소지품을 선택하면 그에 따라 아주 공정하게 파트너가 결정됩니다. 하지만 진정 공정하였을까요? 소지품은 눈가림이지만 주선자는 눈가림이 아닌 경우가 많고, 때로는 몇 명이 단합을 하는 경우도 있지요. 생각해 보면 왜 제가 그 시절 단체미팅에 가면 항상 운이 없는지 알겠습니다. 3중 눈가림이 안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즉 잘생긴 저도 체제의 희생양인 셈이지요. 물론 농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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