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걸리신 부모님들이 먹는 약 이야기[10]
치매 걸리신 부모님들이 먹는 약 이야기[10]
  • DementiaNews
  • 승인 2018.06.11 09: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곽용태 효자병원 신경과장/연세대 외래교수

메만틴

출처: 위키피디아

삼성의 창업자이자 탁월한 경영자인 이병철 회장이 생존에 마음 먹고 달려 들어 이기지 못하였던 사업이 없습니다. 딱 한가지만 빼고요. 그것이 무엇일까요?

소금이 사용된 것은 5,000년 전이고 꿀이나 설탕이 사용된 것도 4,000년 전, 식초가 사용된 것은 3,500년 전입니다. 2,500년 전 아리스토텔레스는 “영혼론” 이라는 책에서 단맛, 신맛, 짠맛, 쓴맛을 맛의 네 가지 기본 맛이라고 한 이후 이 이론에는 별다른 도전이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20세기에 들어서는 네 가지 맛이 혀의 어떤 부분에서 느끼는지 조사하여, 혀의 맛 지도가 작성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이 네 가지 맛 이외에 아주 맛있는 음식에는 무언가 더 있다는 것을 느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20세기초 일본인 이케다 기쿠나에(池田菊苗)가 해조류 국물에 들어 있는 글루타메이트(C5H9NO4)가 이 맛을 낸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이것을 알아 내는데 2,000년이상 걸린 것이지요. 기쿠나에는 이것을 우마미(umami)라고 하였는데 이것은 일본 말로 ‘맛있다’는 의미이고, 우리말로 하자면 ‘감칠맛’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맛있는 감칠맛이 높은 식품은 발효식품, 생선, 육류 등 비싼 재료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충분한 여유가 있는 극소수의 사람들이나 즐길 수 있었고, 굶주림조차 해결하기 어려웠던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다시마와 같은 해조류에서 뜨거운 물로 추출했는데, 40kg의 해조류에서 겨우 30g을 생산할 수 있었습니다. 가격이 비싸고 귀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러던 것을 일본에서 아지노모토라는 이름으로 대량 생산하여 가격을 낮춘 것입니다(물론 그래도 비쌌지요). 1910년 일제에 병합된 조선으로 이것이 들어오게 되고 그 뛰어난 맛 때문에 순식간에 한반도의 밥상을 장악하였다고 합니다. 1920년대 평양의 수많은 냉면 집들은 고기 육수를 사용하였는데 이것이 높은 온도로 상하여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상하지 않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아지노모토를 고기 육수 대신 대거 도입하게 됩니다. 아지노모토가 여러 음식에서 한반도에 깊숙이 침투하게 된 것이지요. 하지만 일본 패망 후 일본에서 들어오던 아지노모토가 사라지게 됩니다. 빈 자리를 전통 방식으로 채우려 하였지만 쉽지 않았지요. 대상그룹 명예회장인 임대홍 회장은 1955년 일본 오사카로 건너가 조미료 성분인 ‘글루탐산’ 제조법을 배운 뒤 이듬해 1월 31일 부산 동래구 대신동에 동아화성공업㈜를 설립합니다. 이후 1962년 12월에는 상호를 아예 ‘미원㈜’로 바꾸었고 본격적으로 발효법을 통한 조미료 대량 생산에 들어갑니다. 결과는 공전의 히트였으며 미원은 조미료의 대명사가 됩니다. 미원이 엄청난 인기를 끄는 것을 보고 고 이병철 회장은 제일제당(CJ)에서 미풍을 만들면서 격렬한 시장 전쟁을 하게 됩니다. 대상(당시 미원주식회사)과 CJ(당시 제일제당)의 1세대 발효 조미료 시대는 미원의 압승으로 끝나고 ‘1가구 1미원’이라고 부를 정도로 미원은 가정의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제일 처음 질문의 답은 바로 조미료 사업입니다. 현재의 삼성의 기반을 마련한 탁월한 경영자 이병철 선대회장이 끝내 1등을 하지 못한 거의 유일한 것이지요. 도저히 미원을 이길 수 없었던 제일제당 “다시다” 라는 제품을 내 놓으면서 결국 상황을 역전시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타사 제품을monosodium L-glutamate(MSG) 덩어리인 유해한 것으로 각인 시킴으로써 한국의 소비자 마음 속에는 조미료 자체가 유해한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합니다.

신경전달 물질은 신경의 말단 시냅스에서 분비되며 이것은 다음 신경세포에 매우 다양한 영향을 미치지만 간단하게 분류하면, 흥분성(excitatory)이냐 억제성(inhibitory)입니다. 즉 신경세포에 작용하여 전자흐름을 원활하게 해서 활동전위(action potential)를 일으키든지 아니면 억제하던지 하는 것입니다. 우리 몸에는 다양한 부위에 다양한 신경세포가 존재하여 이 둘을 적절하게 조합함으로써 인간의 생각, 행동과 같은 복잡하고 거시적인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지요. 그런데 글루타메이트가 척추동물에서 가장 많이 존재하는 흥분성 신경전달 물질입니다. 1950년대부터 이 물질이 신경전달 물질일 것이라는 주장들이 있었으나 80년대까지 과연 그럴까 하는 회의가 많았습니다. 그 부정적인 생각의 이면에는 이 물질이 우리 몸 안에 너무 많이 존재해서 그 특수성이 있을까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들 논란은 종지부를 찍고 글루타메이트가 가장 흔한 흥분성 신경전달 물질이라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글루타메이트는 시냅스가소성(synaptic plasticity)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글루타메이트과 관여하는 글루타메이트 신경세포는 해마나 신피질등에 존재하며 학습, 기억 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1 즉 인간의 학습과 같은 인지기능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이지요. 이와 같이 글루타메이트가 작용하려면 글루타메이트 수용체가 존재하는데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이 NMDA( N-methyl-D-aspartate) 수용체 입니다. 이렇게 글루타메이트는 뇌가 건강할 때는 순기능을 하지만 뇌로 가는 혈관이 막히거나, 손상되거나, 혹은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퇴행성 질병이 생기면 지나치게 글루타메이트의 양이 많아지면서 역기능을 합니다. 뇌 혈관이 막히는 등의 뇌 손상은 글루타메이트를 재흡수하는데 필요한 산소 결핍을 초래합니다. 그러면 글루타메이트의 양이 많아지게 되지요. 과도한 글루타메이는 신경세포에 다량의 칼슘을 유입시키고 결국 신경세포가 죽게 됩니다. 이런 속성을 흥분독성(Excitotoxicity)이라고 합니다. 치매 치료제로 많이 사용되는 메만틴은 이 NMDA 수용체에 결합하여 신경세포로 유입되는 독성물질을 막아줍니다. 즉 적절한 흥분은 유지하고 과도한 흥분은 막아 줌으로써 신경세포의 손상은 막아 주고 일상적인 신경세포의 역할은 유지하게 해줍니다. 임상적으로 이것을 해석하면 뇌의 손상을 막아 주기 때문에 병의 자연경과를 변화시킬 수 있고 과도한 불필요한 정보는 막아주고 필요한 정보는 유지하게 하는 역할을 하지요. 이런 작용을 통하여 뇌에서 신호대 잡음비(signal to noise ratio)를 올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치매로 인한 기억력과 같은 인지기능의 장애뿐 아니라 불필요한 정보를 걸러 주는 것에도 문제가 생기지요. 즉 주변의 사소한 불필요한 신호도 걸러내지 못하게 되며 그러면 과도하게 신경질적으로 되거나 심하면 망상으로 증상이 바뀌기도 하지요. 이때 메만틴을 투약하게 되면 인지기능자체도 호전될 뿐 아니라 신경행동적으로 안정을 보이고 이차적으로 주의집중 등이 향상되기도 하지요. 소리가 잘 안 들리는 고장 난 라디오를 듣기 위해서 볼륨을 인위적으로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파수를 잘 맞추어 좀더 잡음이 적게 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비유적으로 표현하면 볼륨을 올리는 것은 콜린분해효소억제제의 역할이고 이것을 좀더 주파수를 잘 맞추어 주는 것이 메만틴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런 이론적 배경을 바탕으로 두 종류의 약을 같이 사용하는 요법이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요.

과연 MSG 가 인체에 해로울까요? MSG는 주성분이 글루타메이트이지요. 즉 흥분성 신경전달물질로서 과량 섭취할 경우 신경세포를 손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유해론의 주요 근거입니다. 저는 이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영양소로서 섭취되는 글루타메이트는 뇌혈류 장벽(Blood brain Barrier; BBB)을 통과 할 수 없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그리고 세계적으로도 이 것을 유해물질로 규제하는 나라는 없는 것 같습니다. 즉 과학적으로는 근거가 없는 것 같습니다. 다시 여기에서 뇌혈류장벽의 중요성을 확인하게 됩니다.

2005년 남북이산 가족상봉 행사가 처음으로 북한에서 있었습니다. 당시에 많은 실향민들이 평양으로 가서 헤어진 가족과 눈물의 상봉을 하였습니다. 당시 남쪽에서 북쪽으로 방문한 많은 실향민들이 고향에서 즐겨 먹던 평양냉면을 먹게 됩니다. 하지만 상당수의 실향민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립니다. 어렸을 때 먹던 그 맛을 느낄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긴 역사의 시간 속에 이제 평양은 “아지노모토” 라는 조미료를 쓰지 않지요(아마도 북쪽에서는 매우 비싼 식재료이겠지요). 즉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가 기억하고 있는 평양냉면은 일본의 조미료가 듬뿍 들어간 것일 수가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왜 한국 사람들이 작은 일에 흥분하고 역동적인 가도 이해가 갑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흥분성 신경전달 물질을 즐겨 먹었기 때문이지 아닐까요? 물론 농담입니다.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Reference

McEntee WJ, Crook TH. Glutamate: Its role in learning, memory, and the aging brain. Psychopharmacology 1993;111 (4): 391–401.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