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알츠하이머 협회 컨퍼런스(ADI 2017) 일본 교토에서 열려
국제 알츠하이머 협회 컨퍼런스(ADI 2017) 일본 교토에서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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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4.2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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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관련 국제행사 중 가장 규모가 큰 국제 알츠하이머 협회(Alzheimer's Disease International: ADI) 컨퍼런스가 4월 26일 사전행사를 포함 나흘간의 일정으로 일본 교토 국제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ADI는 세계 전역의 76개 알츠하이머협회들을 대표하는 국제연합체로서, 회원은 각 국가에서 치매환자나 그 가족들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들로 구성되어 있다. 금년 ADI 주최 교토 컨퍼런스는 2천명이 넘는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150개 이상의 프리젠테이션이 진행되는 대규모 행사다.


4월 27일 목요일 아침, 오프닝 세리머니에서 합창단이 부른 노래(You are my sunshine)는 다소 서먹하고 경직된 듯싶었던 행사장 분위기를 한결 부드럽고 푸근하게 만들어주었다. 오늘 이곳 국제컨퍼런스센터 메인 홀에서는 세 개의 세션들이 잇달아 진행되었다.


맨 처음 세션에서는 ADI 상임집행이사인 마크 워트먼(Marc Wortman)이 강연자로 나섰다. 그는 1980년대 초기부터 최근까지의 알츠하이머 관련 활동의 경과를 소개하면서, ADI 출범단계이던 1984년에 비해 현재는 세계가 알츠하이머의 달(world Alzheimer's Month)을 기념하고 ADI와 WHO(세계보건기구) 간 공식적 협력관계가 구축되는 등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치매는 아직 정복되지 않았고, 치매환자들에 대한 사회적 오명(stigma) 또한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극히 소수의 사람들만이 치매관련 진단과 돌봄,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현실이지만 치매관련 연구개발에 지원되는 자금은 매우 부족한 상태라며 앞으로 ADI가 추구해야 할 방향과 방안들에 관해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이어진 세션에서 가장 흥미를 끈 것은 일본 정책연구대학원 대학의 키요시 쿠로카와 외래교수의 강연이었다. 그는 페퍼(Pepper)라는 로봇을 중심으로 강연을 진행했는데, 페퍼는 일본 소프트뱅크로보틱스와 프랑스 로봇개발회사 알데바란로보틱스의 공동작품으로서 '세계최초로 감정을 가진 퍼스널 로봇'이다. 무라야마 류타로 등 개발관계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페퍼에는 지금까지의 로봇들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고성능 센서들이 장착되어 사람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고, 말투나 억양은 물론 정교한 몸동작과 사투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표현기법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입힐 수 있는 로봇이라고 한다. 쿠로카와 교수는 이제 페퍼가 집이나 간호시설에서도 여러 가지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미래의 디지털기술이 노인들을 어떻게 더 잘 도울 수 있는지를 설명하였다. 


오늘의 마지막 세션에서는 치매환자의 존엄과 인권문제가 다루어졌다. 강연자인 이브라힘 박사는 간병의 대상이 되는 사람을 존엄성 있게 대하는 10가지 원리를 제시하였다.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학대를 금지하고, 개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환자 누구라도 세상에서 유일한 사람으로 대우받으며, 프라이버시가 존중되고, 보복의 두려움 없이 간병인에 대해 불평하는 감정적 자유를 누리며, 고립과 고독감을 덜 느끼도록 하는 조처 등이다. 이러한 내용들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환자를 비롯한 '모든 사람이 소중하다(everyone matters)'는 것이다. 이브라힘 박사는 사람을 존엄하게 대하지 않는 현장사례(환자의 손목이나 발목을 묶는 장치 등)를 제시하면서 상세히 설명해나갔다. 그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국가존엄성기구(national dignity council)가 존엄성 캠페인(dignity campaign)을 주도하고 있으며, 개인이나 기관에 대한 존엄성 챔피언 선발대회 등 여러 활동을 통해 사회적 인식과 제도 개선에 힘쓰고 있다고 한다.

이브라힘 박사의 강연은 직전 세션 쿠로카와 교수의 발표와 그 내용이 서로 맞물려 듣는 이로 하여금 몇 가지 궁금증을 자아내었다. 그것은 바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로봇이 환자의 존엄성 욕구를 과연 어디까지 충족시켜줄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그런데 묘한 것이 페퍼란 로봇은 피상적이긴 해도 환자를 학대하지도 않고, 맘놓고 불평하는 사람에게 보복하지 아니하며, 소프트웨어 조정을 통해 개별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게다가 환자의 프라이버시도 충실히 존중될 수 있다. 물론 인간의 고립이나 소외문제와 고독감을 어디까지 해결할 수 있을진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비록 피상적이더라도 감정표현을 맘 편히 할 수 있으면서 늙고 병든 내게 학대하지 않고 각종 생활편의를 제공하는 페퍼, 서로 다투더라도 상대의 깊고 섬세한 반응을 기대할 수 있는 보호인물. 이 둘 중 나는 훗날 어느 쪽을 선택하게 될까? 자꾸 생각이 깊어지는 동안 오늘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던 행사장 밖엔 어느덧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디멘시아뉴스 dementianews@dementi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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