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은미 칼럼] 나이가 젊다고 인지 건강 과신은 금물
[양은미 칼럼] 나이가 젊다고 인지 건강 과신은 금물
  • 양은미 대표
  • 승인 2024.04.25 17:3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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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는 생활습관병이다

감우성과 김하늘 주연의 JTBC 드라마 <바람이 분다>, 제87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줄리안 무어에게 안겨준 <스틸 앨리스(Still Alice)>, 안성기와 서현진 주연의 영화 <카시오페아> 이들 영화의 공통점은 모두 초로기치매를 진단받은 주인공의 삶을 보여준다. 초로기치매는 치매 원인 질환과 상관없이 65세 이전에 발병하는 치매를 말한다. 치매라고 하면 노인을 떠올리지만, 아직 젊은 세대에도 발병한다. 젊고 지적인 주인공이 기억이 사라져가는 와중에 가족의 사랑을 지키려고 하는 모습이 더 안타깝고 애틋하다.

 

마음생각연구소 제공
마음생각연구소 제공

‘정신건강론’ 수업에서 신경인지장애를 가르치며 학생들에게 내줄 과제를 고민하다가 <카시오페아> 영화로 리포트를 작성하도록 했다. 미국정신의학협회에서 발행한 편람으로 정신 장애 진단과 통계 매뉴얼 2013년 개정판 《DSM-5》부터 치매를 ‘신경인지장애’로 분류했다. 아직 젊지만, 인지 건강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면 좋겠고, 졸업 후 현장에서 초로기치매 환자에 대해 잘 이해하고 지지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과제로 선정했다. 그래서 오랜만에 <카시오페아>를 다시 보면서 초로기치매에 대해 생각했다.

영화 <카시오페아>의 줄거리다. 이혼하고 딸을 혼자서 키우는 변호사 수진(서현진)은 바쁘면서도 완벽한 어머니의 역할을 해내는 일하는 엄마다. 딸에게 더 나은 기회를 주고자 유학을 준비하는데 바쁜 딸을 위해 손녀를 돌보는 아버지(안성기)와 함께 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진은 교통사고로 병원 진료를 받는데 뜻밖에 초로기치매 진단을 받는다. 수진은 점차 인지기능이 더 떨어지고 기억을 잃어가면서 혼란을 겪는다. 사랑하는 자기 딸을 잊을까 봐 두려워하는 수진을 위해 아버지는 기억을 잃어도 살아갈 수 있도록 곁을 지킨다. 이렇게 초로기치매에 걸린 딸의 삶에 길잡이가 되어준 아버지, 딸과 손녀 간의 가족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 제목이 의미하듯이 우리가 길을 잃었을 때 방향을 일러주는 북극성을 쉽게 찾도록 하는 카시오페이아 별자리처럼, 아빠는 딸에게 삶의 방향을 안내하는 카시오페이아가 되고자 한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3년에 70대 이상 인구는 20대 인구를 넘어섰고,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 인구의 약 19%라고 한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주택가를 걸을 때 우리는 노인을 자주 보게 된다. 100세 시대가 되어 고령 노인이 많아짐에 따라 주변에서 고령 부모와 조부모에 대한 치매 걱정을 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미디어에서도 노인의 치매 문제를 주요 사회문제로 다루고 있다. 치매를 마치 노인 질환으로만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젊은 사람도 치매에 걸릴 수 있다.

행정안전부 2024.1.10. 보도자료
행정안전부 2024.1.10. 보도자료

연령대별 인구 구성비를 살펴보면 50대가 16.94%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다음으로 40대(15.44%), 60대(14.87%), 30대(12.81%), 70대 이상(12.31%), 20대(12.07%), 10대(9.06%), 10대 미만(6.49%) 순으로 나타났다. 초로기치매에 걸릴 수 있는 30~50대 인구의 비중(42.19%)이 전체 인구를 놓고 보았을 때 상당히 높다. 그래서 이제는 초로기치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행정안전부 제공
행정안전부 제공
행정안전부 제공
행정안전부 제공

초로기치매 증상은 노인성 치매 증상과 다를 게 없다. 나이가 젊고 다른 건강상 이유로 치매 진단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젊은 만큼 진행 속도도 빨라서 치매가 상당히 진행된 후 진단을 받는 경향이 있다. 특히 초로기치매는 치매의 주요 증상인 기억력 저하보다 성격 변화, 이상행동, 판단력과 실행력 저하, 언어 장애 등의 다양한 증상이 먼저 드러난다. 그래서 조기 발견이 더욱 어렵다.

초로기치매도 알츠하이머병 치매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혈관성치매, 전두측두엽치매, 알코올성치매 등이 나타난다. 특히 가족성 알츠하이머병은 넓게는 가족 구성원 내 알츠하이머병이 두 명 이상 있을 때를 의미하며, 좁게는 유전적인 요인에 의해 알츠하이머병이 가족 간에 유전되는 경우를 말한다. 가족성 알츠하이머병 치매는 젊을 때 발병하며, 가족성 알츠하이머병 치매를 일으키는 돌연변이는 세대를 거르지 않고 바로 자식에게 유전된다. 그런데 다행히도 가족성 알츠하이머병 치매는 매우 드물다. 영화 <스틸 앨리스>에서 50세의 저명한 언어학 교수인 앨리스가 알츠하이머병 치매 진단을 받고 자식들에게 알츠하이머병이 유전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자식들에게도 검사받도록 한다. 큰딸은 양성, 아들은 음성을 받는다. 막내는 미리 안다고 예방할 수 없다면 검사를 안 받겠다고 거부한다.

유전자가 알츠하이머병 발병 과정에 영향을 주기는 한다. 그러나 유전자가 발병을 결정하는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다양한 유전자가 있다. 대부분은 면역 반응, 유해 부산물 청소, 혈관 건강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다. 예를 들어 APOE4 유전자가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다. APOE4 유전자가 없다면 85세에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은 50% 정도, 1개라면 75세에 걸릴 확률이 50%, 2개를 갖고 있다면 65세에 걸릴 확률이 50%라고 한다. 즉, APOE4 유전자 2개를 갖고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보다 20년 빨리 걸릴 수 있고, 걸릴 위험이 12~20배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행히도 APOE4 2개를 갖고 있는 사람은 아주 드물고, 갖고 있더라도 반드시 걸리는 것은 아니다.

치매는 생활습관병이다. 젊었을 때부터 건강한 생활 습관으로 뇌 건강을 지켜 뇌 인지기능을 높여야 한다.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실천하고 살면 초로기치매 위험에서 벗어나 일상을 살 수 있다.

 

양은미
(주)마음생각연구소 대표이사
세계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
(사)건강소비자연대 건강부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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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호 2024-04-28 18:31:02
'남이 하면 범죄 내가 하면 비 범죄'라는 이기적인 생각과 태도는 버리고 피해자 코스프레도 그만 두고, 내가 중요한만큼 남도 존중하는 사회가 됐으면 합니다. 정신장애는 사회적 약자가 아닙니다. 누구나 때로 가해자가 됩니다. 이 사실을 잊으면 나의 폭력에 눈을 감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