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은미 칼럼] 양은냄비에 끓인 라면은 입에는 좋은데 두뇌에는 어떨까?
[양은미 칼럼] 양은냄비에 끓인 라면은 입에는 좋은데 두뇌에는 어떨까?
  • 양은미 대표
  • 승인 2024.02.22 23:5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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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보호가 곧 치매 예방과 건강 보호

라면은 양은냄비에 끓여야 제맛이다. 오래전에 작은 양은냄비를 사서 라면을 먹을 때마다 잘 사용했다. 얼마 전에 양은냄비를 씻다가 물이 새는 것을 보고 작은 구멍이 뚫렸다는 것을 알았다. 아주 작은 구멍이라서 눈으로 잘 보이지 않았는데 물을 부어 보니 가는 물줄기가 새어 나왔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하고 한참을 더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미세한 구멍 때문에 버리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생각연구소 제공
마음생각연구소 제공

지금은 사라진 직업으로 땜장이가 있다. 물건을 고쳐 쓰던 예전에는 땜장이가 동네를 돌며 “솥이나 냄비 때워요!”라고 구성진 소리를 외치면 동네 사람들이 구멍 난 솥이나 냄비를 가지고 나와 때워서 사용했다. 그래서 이렇게 작은 구멍이면 망치로 몇 번 두드리면 알루미늄 구멍이 때워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쉽게 고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인터넷을 검색했다. 알루미늄 테이프로 붙여 고치라는 꿀팁을 찾긴 했다. 그런데 이 작은 구멍을 막기 위해서 알루미늄 테이프를 사는 게 번거롭고 귀찮기도 해서 재활용 쓰레기통에 넣었다. 버리면서도 아깝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잘 버렸다는 것을 얼마 후 곧 알았다.

올해 1월 대전에서 이계호 박사의 ‘태초 먹거리’ 강연을 들었다. 이계호 박사는 암 환우와 가족들을 위한 면역을 높이는 건강 먹거리를 연구하고 건강한 식습관을 전파하는 분이다. 면역 증진이 가장 중요한 암 환우를 위한 먹거리 정보이니 두뇌 건강을 지키기 위한 면역 증진에 큰 도움이 되리란 생각에 가르침을 얻고자 참여했다. 그리고 내친김에 쉼과 정보를 함께 얻고자 2박 3일간 진행하는 ‘태초 가족프로그램’에 참가했다. 건강의 소중함을 몸소 느끼는 분들로부터 많은 깨달음을 얻었고, 특히 이계호 박사님의 조언으로 치매 예방 교육에서 다뤄야 하는 먹거리와 식습관에 관한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었다. 알루미늄이 뇌에 축적되면 인지기능 손상을 유발한다는 것을 식생활과 연결할 생각을 못 했는데 이 점을 깨닫게 해 주셨다. 그래서 서울에 오자마자 부랴부랴 관련된 논문과 정보들을 찾아보았다. 그 자료들로 양은냄비 구멍에서 새어 나오는 알루미늄을 먹지 않고 버리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알루미늄과 알츠하이머병

알루미늄에 계속 노출되는 것과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신경퇴행성 뇌 질환과의 관련성 연구가 많다. 오랫동안 연구자들이 알루미늄 노출과 인지기능의 상관관계에 대해 보고하고 있다. 알루미늄이 대뇌피질이나 해마에 축적되면 인지기능을 손상시키고,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인 베타-아밀로이드를 생성하고 응집을 촉진한다. 또한 알루미늄은 미토콘드리아 기능 악화와 손상을 유발하고, 알츠하이머 발병의 근본적인 원인인 활성 산소종(Reactive Oxygen Species, ROS)과 산화스트레스를 증가시킨다고 한다. 따라서 알루미늄이 뇌에 축적되는 것은 장기적으로 인지기능의 심각한 손상을 가져오며 이는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성을 높인다. 치매의 70% 이상이 알츠하이머병이라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알루미늄이 뇌에 축적되는 것은 치매 위험을 높인다고 할 수 있다.

마음생각연구소 제공
마음생각연구소 제공

영국 킬 대학교 크리스토퍼 엑슬리 박사 연구팀이 The Journal of Trace Elements in Medicine and Biology 2017년 3월호에 발표한 논문 〈가족성 알츠하이머병의 뇌 조직 내 알루미늄(Aluminium in brain tissue in familial Alzheimer's disease)〉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의 환경적 요인 중 하나로 알루미늄의 노출을 들었다. 연구팀은 가족성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은 12명의 기증자로부터 뇌 조직 내 알루미늄을 최초로 측정했고, 알루미늄 농도가 매우 높았다고 밝혔다. 12명 중 5명에게서 조직 건조 중량 10μg/g을 초과하는 수치가 나타났다고 한다. 연구팀은 가족성 알츠하이머병 뇌 조직에서 알루미늄의 독특한 정량적 데이터는 이 치명적인 질병에서 알루미늄의 역할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고 밝혔다.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소 비르지니 롱도 박사팀이 1988년부터 2003년까지 15년간 프랑스 남부 지역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매일 최소 0.1mg의 알루미늄을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인지능력이 크게 저하될 수 있으며, 고용량 알루미늄을 매일 섭취하면 치매 발병 위험이 무려 2.26배나 치솟는다고 했다.

이외에도 알루미늄이 뇌에 축적되는 것과 알츠하이머병의 관련성 연구가 많다. 알루미늄이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원인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두뇌에도 축적되어 인지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알루미늄

우리는 알루미늄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집안을 둘러보면 알루미늄이 포함된 제품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주방이나 식탁 위 프라이팬, 냄비, 국자, 빵틀, 오픈팬, 쿠킹호일 등 조리도구뿐만 아니라 소시지, 햄, 탄산음료, 커피믹스, 과자, 통조림, 즉석식품, 밀키트 등 가공식품과 착색, 보존, 감미, 향미, 발색 등을 위해 사용되는 다양한 첨가물에서 알루미늄의 흔적을 만난다.

마음생각연구소 제공
마음생각연구소 제공

화장대에 눈을 돌려보자. 립스틱, 색조 화장품에는 알루미늄하이드록사이드와 알루미늄 안료 성분이 들어 있다. 심지어 속 쓰릴 때 먹는 제산제에도 알루미늄 성분이 포함돼 있다. 건강을 위해 먹는 의약품이나 건강식품 제조에 알루미늄 성분이 들어간다. 책상 위에 있는 액자, 볼펜, 테이프, 핸드폰 케이스 외 다양한 용기 등에도 알루미늄 성분이 포함돼 있다.

마음생각연구소 제공
마음생각연구소 제공

그렇다면 당장 알루미늄 제품을 모두 내다 버려야 할까? 다행히도 알루미늄이 체내에 들어오면 건강한 사람은 신장에서 걸러주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여러 연구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발표 내용에 의하면 몸속에 들어온 알루미늄이 100% 배출되지는 않고 일부는 몸에 남는다고 한다. 신장이 감당하지 못하는 많은 양이 몸에 들어오면 일부는 몸에 축적되어 건강에 영향을 준다.

 

그래도 라면은 양은냄비지!

그래도 라면은 양은냄비에 끓이는 게 제맛이긴 하다. 알루미늄이 걱정돼 생활용품을 다 바꿀 수도 없다. 그렇다면 올바르게 사용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알려주는 알루미늄 식기의 올바른 사용법에 주목해 보자.

1. 새로 제품을 구입한 경우 물을 한 번 끓여 사용하면 좋다. 산화알루미늄 피막을 더 견고하게 만들어 준다. 피막이 벗겨지면 알루미늄이 용출돼 나올 수 있다.
2. 토마토, 양배추 등 산도가 낮은 식품은 알루미늄 냄비나 호일에 조리하면 알루미늄이 쉽게 용출되니 주의해야 한다.
3. 절임, 간장, 된장 등 산이나 염분이 높은 식품은 알루미늄 용기에 오래 보관하지 말아야 한다.
4. 알루미늄 냄비를 씻을 때 날카로운 금속 재질의 수세미로 씻지 않는다. 산화알루미늄 피막이 벗겨질 수 있다.
5. 음식을 조리할 때도 산화알루미늄 피막이 벗겨지지 않도록 목제 등 부드러운 재질의 조리도구를 사용한다.
6. 오래되어 색이 변하거나 흠집이 많이 생긴 알루미늄 냄비는 알루미늄이 쉽게 용출되거나 음식물 찌꺼기가 끼어 미생물 번식 우려가 있으니 얼른 교체해야 한다.

캠핑을 가면 감자나 고구마를 알루미늄 호일에 싸서 구워 먹는 것이 쏠쏠한 재미인데 걱정되는 분들은 마음을 편하게 가져도 된다. 알루미늄의 녹는점이 660도이고 끓는점은 2,327도로 상당히 높다. 그러니 일반적으로 문제가 없다.

사실 알루미늄 덕분에 편하게 살고 있다. 그러니 올바르게 사용하고 면역력을 키워서 건강하게 살아가면 된다.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83세 이상이다. 이전 세대보다 중금속을 비롯한 해로운 성분이 오래 축적돼 건강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오래 사니까 치매 환자 수가 늘어나는 점도 있지만, 이전 세대보다 더 오염된 환경에 살고 가공 제품을 먹으며 더 오랫동안 몸속에 해로운 성분이 축적되니까 두뇌 건강 또한 잃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면역력은 떨어지고 몸속에 축적되는 해로운 성분의 양은 늘어난다. 젊은 시절부터 건강한 먹거리를 먹고 건강한 식습관을 기르는 것이 노년의 건강을 지키고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성을 낮춘다. 과유불급이다. 지나치게 걱정하는 것도 정신 건강에 안 좋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알루미늄에 많이 노출되는 것은 건강에 안 좋다. 신장의 소중함을 알고 신장이 감당할 수 있도록 건강한 먹거리를 챙겨 먹도록 노력하고, 면역 증진을 위한 건강한 생활 습관을 찾아 실천해 보자. 그리고 미래세대를 위해 지금의 환경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소소한 부분부터 환경 보호를 실천하자.

 

양은미
(주)마음생각연구소 대표이사
세계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
(사)건강소비자연대 건강부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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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정 2024-02-23 10:23:01
추억의 양은냄비
빠르고 조리되서 라면 끓일데는 딱이죠
조심해야겠습니다.
조목조목 잘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가족들과 공유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