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낙상 사고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위험한 곳은 '집 안'
올해 첫눈을 폭설로 맞이하게 될 줄 몰랐다. 설상가상으로 경기도 일대를 폭설 속에 차로 이동하느라 진땀을 뺐다. 차도 엉금엉금 사람도 조심조심 걸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날이 그리 춥지 않아서 큰 도로는 그럭저럭 달릴만한데 좁은 길에 들어가니 참 난감했다. 차창 밖으로 어르신이 천천히 걸어가는 모습을 보니 ‘이런 날은 집에 계시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눈이 오는 날이나 큰비가 내리는 날 어르신 교육이 있으면 힘겹게 오신 분들에게 꼭 말씀드린다. “뭐 하시러 이렇게 눈 오는 날 오셨어요. 결석해도 되는데….” 궂은날에도 수업에 참석한 어르신이 고마우면서도 걱정이 앞선다. 그런 날이면 늘 낙상에 대한 위험성을 이야기하고 어르신들의 경험담을 들으며 겨울철을 건강하게 보내자는 마음을 나눴다.
겨울철은 젊은 사람도 조심해야 할 것들이 많지만 어르신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참 많다. 건강하게 겨울을 나려면 어르신들이 반드시 신경 써야 할 것들이 있다.
겨울철 어르신을 위협하는 낙상
눈이 오고 빙판이 생기는 일이 빈번한 겨울에는 누구나 길에서 넘어질 수 있다. 춥다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종종걸음 하지 말고 장갑을 끼고 예기치 못한 상황에 손을 사용해서 잘 대처해야 안전하다. 젊은 사람들도 빙판에 넘어지면 크게 다칠 수 있다. 특히 어르신들에게 낙상은 단순히 넘어짐 이상의 심각한 손상을 입을 수 있다.
낙상으로 인한 골절은 특히 고관절과 같은 부위에 치명적인 손상을 주며, 이후 회복 과정이 길어져 오랫동안 외출도 어렵고 움직이는 게 힘들다 보니 신체 기능 저하나 우울증 같은 정서적 어려움을 초래한다. 눈비가 오는 날에는 개인적인 경험을 동원해 낙상의 위험성과 예방법을 어르신들과 생생하게 나눴다.
필자는 결혼해서 바로 외국으로 출국해 오랜 기간을 보냈기 때문에 시할머니를 몇 번 뵌 적이 없다. 그런 시할머니가 의자에 올라서서 물건을 꺼내다가 넘어지셔서 고관절이 골절됐는데 당시 연세가 90세를 훌쩍 넘어 수술을 못 하고 임종을 맞으셨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래서 어르신들에게 낙상을 주제로 이야기할 때 높은 곳에 중요한 물건을 두지 말고, 의자에 올라가면 쉽게 꺼낼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시고, 못 해서가 아니라 안전을 위해서 안 하시는 것이 좋다고 신신당부한다. 이때 시할머니의 이야기는 낙상 위험을 알리는 데 확실히 효과가 있다. 이 이야기를 시작으로 어르신들이 하나둘 풀어놓는 경험담에서 낙상을 조심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순식간 교실에 퍼지고 낙상 예방법에 대해 귀 기울일 준비가 완료된다.
어르신 낙상 예방 팁
복지부가 발표한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낙상사고를 경험한 65세 이상 노인은 2002년 7.2%에서 1.6% 감소한 5.6%다. 수치가 감소해서 참 다행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는 낙상을 65세 이상 노인 사망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손상으로 인한 환자 중에서 80%는 65세 이상 노인이며, 그중에서 70세 이상에서 추락이나 미끄러움으로 인한 사고를 당한 환자 수가 급속히 증가한다고 보고했다. 그리고 낙상으로 인한 사망률이 2012년에 비해 2021년에 41%로 증가했다고 한다. 고령화가 진행되면 노인 비율이 높아지다 보니 낙상의 위험 또한 증가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초고령사회이다. 노인의 낙상 문제를 가벼이 보면 안 된다.
낙상은 궂은날이나 빙판길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집 안에서 더 많이 일어난다. 바깥보다 집 안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외출 시에는 조금은 긴장하며 조심하지만 집 안에서는 마음이 편해 오히려 낙상 경험을 더 겪는다. ‘2020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추락을 제외하면 실내 거실에서의 낙상이 거의 20% 정도이며, 이는 전체 낙상사고에서 가장 높은 비율이다. 그다음은 화장실, 방이나 침실 순이었다. 화장실의 물기 젖은 타일이나 장판처럼 미끄러운 곳은 어르신이 쉽게 넘어지는 위험한 환경이다. 특히 부엌은 음식을 하다 보면 기름이나 미끄러운 소재들이 바닥에 자주 튈 수 있으니 얼른 닦아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예전과 달리 요새는 방에 침대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침대에서 내려올 때 낙상이 빈번하게 발생하니 조심해야 한다.
외부 환경으로는 계단이 위험하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되지만, 엘리베이터가 없거나 건강을 위해 일부러 계단을 오르내릴 때는 주의해야 한다. 건강에 좋고 근력 운동이 되는 장점도 있지만 다리 힘이 쇠약하면 계단을 오르는 건 위험하다. 외출할 때는 밑창이 미끄럽지 않은 안전한 신발을 신자. 너무 오래돼 밑창이 닳은 신발은 얼른 새것을 사서 신도록 하자. 검소한 생활보다 건강한 생활이 더 중요하다. 특히 보행장애가 있거나 기립성 저혈압이 있는 경우, 네 가지 이상의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 시력이 약한 사람 등은 낙상의 위험이 크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올해는 여름이 덥고 길더니 첫눈을 폭설로 맞아 많은 사람이 고생했다. 눈이 오는 날 주머니에 손을 넣지 말고 장갑을 끼고 안전하게 다녀야 한다. 올겨울 부모님 선물로 장갑을 해드리면 어떨까? 장갑은 영어로 glove라고 하며 give love에서 왔다고 하니 부모님께 사랑의 마음과 안전을 함께 드릴 수 있으니 일거양득 아닌가.
양은미
(주)마음생각연구소 대표이사
세계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
(사)건강소비자연대 건강부총재
- [양은미 칼럼] 용기 있는 뮤지션의 빛나는 굿바이 투어(Goodbye Tour)
- [양은미 칼럼] 레이건 대통령의 마지막 선물
- [양은미 칼럼] 시원하게 머릿속 안개를 걷어내자
- [양은미 칼럼] 머릿속 안개 특보, 두뇌 건강에 유의
- [양은미 칼럼] 성큼성큼 걸으며 인지 건강을 챙겨보자
- [양은미 칼럼] 혀끝에만 빙글빙글 맴도는 야속한 “그거…”
- [양은미 칼럼] 나이가 젊다고 인지 건강 과신은 금물
- [양은미 칼럼] 벤자민 버튼의 시간처럼 인지장애 어르신의 시간도 거꾸로 간다
- [양은미 칼럼] 잠자는 액션배우? 꿈에서 배달된 뇌 건강 옐로카드
- [양은미 칼럼] 쓱쓱 알록달록! 색칠로 두뇌를 반짝반짝 닦아보자
- [양은미 칼럼] 양은냄비에 끓인 라면은 입에는 좋은데 두뇌에는 어떨까?
- [양은미 칼럼] 경도인지장애는 ‘철학적 죽음’의 옐로카드
- [양은미 칼럼] 집 청소도 중요하고 뇌 청소도 중요하다
- [양은미 칼럼] 치매를 그냥 '인지저하증'이라고 하면 안 될까?
- 디멘시아도서관, ‘디지로그’로 치매 예방...‘자서전 쓰기’ 등 강의 진행
- [소셜벤처에게 치매를 묻다] ② 마음생각연구소 양은미 대표
- 낙상사고 위험을 줄이는 9가지 방법
- [양은미 칼럼] 찰나의 빛으로 남아 있는 “그때 그 기억”
- [양은미 칼럼] 신중년의 스탠딩 오더(Standing Order)
- [양은미 칼럼] 100세 시대, ‘시골 쥐와 도시 쥐’
- [양은미 칼럼] 웰다잉 준비 시작은 관계 다이어트
- [양은미 칼럼] 아이든 노인이든 호모 루덴스(Homo Ludens)
- [양은미 칼럼] 아름다움에 반응하는 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