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 이기고 손자와 세계 무대에 오른 90세 댄서
노년의 몸·마음·관계를 다시 깨운 감동의 ‘라스트 댄스’
“이번이 인생 마지막 무대일지 모른다.”
일본 에히메(愛媛)에서 사교댄스를 즐기는 90세 마쓰나가 미치코(松永美智子) 씨가 세계 무대의 플로어 위에 섰다. 일본 민영방송사 난카이방송(南海放送·なんかいほうそう)의 뉴스 프로그램 NEWS CH.4는 11월 6일 특집 보도 〈90세 댄서 마쓰나가 미치코 “라스트 댄스”〉를 통해, 세계 프로·아마추어 사교댄스 대회에 도전하는 그의 일상을 밀착 취재로 담았다.
이 방송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 후 일본 사교댄스계와 SNS에서 “반드시 봐야 할 이야기”라며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사람의 의지와 꿈은 나이를 초월
보도의 중심에 마쓰나가 씨가 담담히 전하는 “사람의 의지와 꿈은 나이를 초월합니다”가 큰 울림을 준다. 그의 도전은 단순한 취미 활동의 연장선이 아니다.
마쓰나가 씨는 40년 전인 50세 무렵, 병을 계기로 댄스를 시작했다. 이전에는 게임, 노래, 마작이 취미였고, 춤은 인생 후반부에 우연히 만나 빠져든 세계다.
그의 삶에는 여러 변곡점이 있었다. 85세에 암 진단을 받았고, 치료 과정에서 “하반신을 더 이상 쓰기 어려울 수 있으니 휠체어 생활을 준비하라”는 진단까지 받았다. 일상이 무너질 듯한 시기였다.
하지만 기적처럼 다리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는 그때 마음속에 품었던 ‘마지막 꿈’을 향해 다시 걸음을 내디뎠다. 그 꿈은 단 하나였다.
“세계 무대에 서 보는 것!”
프로 댄서 손자가 파트너로 함께한 세계대회
마쓰나가 씨의 도전은 외롭지 않았다. 일본 블로그와 SNS에 따르면, 그는 치바현 마쿠하리 멧세에서 열린 ‘월드 오픈 프로–아마 대회’에서 ‘에히메에서 유일하게 출전한 90세 여성’으로 소개되며 큰 주목을 받았다.
무엇보다 감동적인 장면은, 프로 댄서인 손자와 파트너가 되어 세계대회 플로어에 섰다는 점이다. 댄스계에서는 이를 “세대를 넘은 아름다운 도전”이라고 불렀다. 손자는 할머니의 리듬과 보폭에 맞춰 스텝을 조율하며, “할머니의 마지막 무대는 내가 책임진다”는 마음으로 함께 준비해 왔다고 한다.
마쿠하리 멧세 대회장에서 마쓰나가 씨가 준비운동을 하는 모습, 손자의 손을 잡고스텝을 맞추는 장면은 SNS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암 수술, 상실, 나이…그럼에도 춤은 멈추지 않았다
NEWS CH.4는 마쓰나가 씨가 겪은 상실도 조명했다. 그는 암 수술로 다리 근육 일부를 절제했고, 소중한 가족과의 이별도 경험했다. 노년기에 이런 사건들은 흔히 활동 축소로 이어지지만, 그는 정반대의 길을 선택했다.
그의 댄스 동료들은 이렇게 말한다. “연습실에 가장 먼저 와서 몸을 푸는 90세의 뒷모습을 보면, 나이가 정말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느낍니다.”
댄스는 노년의 몸·뇌·관계를 동시에 깨우는 활동
고령을 고려하면 세계무대 도전 자체는 비일상적이지만, 그의 사례는 노년기 활동이 신체·인지·사회적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 힘을 보여준다.
여러 국제 연구에서도, ▲규칙적인 신체활동은 인지저하와 치매 위험 감소 ▲동호회 활동 및 사회적 교류는 인지기능 유지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반복적으로 보고돼 왔다.
사교댄스는 이 두 요인을 모두 갖춘 활동이다. 움직임·음악·교감·목표 설정이 결합한 형태로, 노인의 인지·정서 건강 유지에 특히 유익하다.
“내 나이에도 서 볼 수 있는 무대가 있을까”
누구나 90세에 세계대회에 설 수는 없다. 그러나 마쓰나가 씨의 도전은 우리 모두에게 같은 질문을 남긴다.
“지금 내 나이에, 내가 설 수 있는 작은 무대는 어디일까?”
동네 체육관 댄스 교실, 걷기 모임, 봉사 활동, 노래 동호회 등—실생활 속 선택지는 다양하다.
중요한 것은 ‘세계대회’라는 크기가 아니라, 스스로 계속 움직일 수 있는 작은 무대 하나를 삶 속에 마련하는 일이다.
디멘시아뉴스 ‘슬기로운 노년생활’ 기획은 이러한 노년의 몸·마음·관계가 만들어 내는 건강한 장면들을 소개한다.
암을 이기고 90세에 플로어에 선 마쓰나가 미치코 씨는, 초고령사회 속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꿈은 나이를 초월합니다.”
Source
유튜브 난카이방송 NEWS CH.4 〈90세 댄서 마쓰나가 미치코 “라스트 댄스”(90歳のダンサー・松永美智子さん “ラストダンス”)〉
https://youtube.com/watch?v=LeWMa8c4y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