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치매 유병률, 일반인보다 6배 높아...상대적으로 혈관성 치매 비중 더 커
조현병 환자, 인지기능 강화제 처방률 낮아...병원 이용 줄고 요양원行 늘어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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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고령 조현병 환자의 치매 유병률이 일반인보다 3배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5명 중 1명꼴로 60세 이전에 치매 진단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의대 정신건강의학과 연구팀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HIRA) 데이터를 활용해 2010~2021년 50세 이상 조현병 환자 22만 378명을 추적 관찰했다. 치매를 조현병으로 오진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첫 항정신병약 처방 이전에 도네페질, 메만틴 등 인지기능 강화제(cognitive enhancer)를 사용했거나 첫 조현병 진단 전에 이미 치매 진단을 받은 사례는 제외됐다.

조기 치매 유병률, 일반인보다 6배 높아...상대적으로 혈관성 치매 비중 더 커

연구 결과, 조현병이 노년기 인지기능 저하와 맞물려 ‘가속 노화(accelerated aging)’ 특성을 보이며 치매 위험을 크게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치매를 앓는 고령 조현병 환자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발병 위험은 감소 추세에 들어선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에 따르면, 참가자들의 전체 치매 유병률은 2010년 11.8%에서 2021년 15.8%로 꾸준히 상승했다. 65세 이상만 놓고 보면 같은 기간 24.2%에서 32.8%로 급증했다. 이는 같은 연령대 일반인의 추정 유병률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조현병 환자 중 치매 진단을 받은 사람은 총 3만 2,071명으로 14.6%를 차지했다. 이들 중 20.7%는 60세 이전에 치매가 발병했는데, 50대 발병이 17.7%, 50세 미만도 3.0%에 달했다. 이는 60세 미만 일반인의 치매 유병률 3.4%보다 최대 6배가량 높은 수치다.

치매 유형별로는 알츠하이머병이 85.5%로 가장 많았다. 이어 혈관성 치매 15.7%, 전두측두엽 치매 4% 순이었다. 특히 알츠하이머병/혈관성 치매 비율은 조현병 환자군에서 5.3으로, 일반인(8.6)보다 낮았다.

이는 조현병 환자들이 상대적으로 기대 수명이 짧고, 혈관성 병리에 더 취약한 결과로 해석된다. 만성질환 동반 정도를 나타내는 찰슨동반상병지수(CCI)도 치매 환자군에서 평균 2.1로, 비치매 환자군(1.5)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반면 연간 신규 치매 발생률은 감소했다. 조현병 환자의 치매 발병률은 2010년 3.4%에서 2021년 1.7%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이는 교육 수준 향상, 의료 접근성 개선, 혈관 위험 요인 관리 강화 등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치매 발병률 감소 추세와 맞닿아 있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조현병 환자, 인지기능 강화제 처방률 낮아...병원 이용 줄고 요양원行 늘어

약물 처방과 의료 이용 패턴도 변화했다. 치매가 있는 조현병 환자의 인지기능 강화제 처방률은 2010년 62%에서 2021년 77%로 증가했다. 치매가 없는 조현병 환자에서도 4%에서 10%로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일반 치매 환자군의 평균 처방률(약 92%)과 비교하면 아직 치료 접근성이 낮은 수준이다.

입원 기간 또한 늘었다. 정신과 입원 일수는 치매 환자군의 경우 2010년 217.7일에서 2021년 252.0일로 늘었고, 비치매 환자군도 같은 기간 235.1일에서 254.6일로 늘었다.

병원·장기요양시설 이용 비율의 변화도 눈에 띄었다. 치매 환자군의 병원 이용률은 2010년 42%에서 2021년 22%로 급격히 줄었다. 비치매 환자군에서도 75%에서 32%로 급감했다. 반면에 치매 환자군의 요양원 이용률은 2010년 39%에서 2021년 68%로, 비치매 환자군은 2%에서 56%로 증가했다.

연구팀은 조현병 환자의 높은 치매 위험 원인으로 ▲인지 예비능 감소 ▲흡연·운동부족 등 만성적 생활습관 요인 ▲항정신병 약물 장기 사용에 따른 대사 부작용 등을 꼽았다.

또한 최근 메타분석에서 조현병 환자의 치매가 알츠하이머병 등 일반적인 신경퇴행성 경로와 다른 독자적 기전을 가질 수 있다는 보고가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맞춤형 진단 및 치료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심평원 청구 데이터를 사용해 진단 정확도가 제한적이고, 일반인 대조군과 직접 비교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정신건강의학과, 노인의학, 사회복지가 협력하는 통합적 다학제 돌봄 모델 구축이 필요하다”며 “조현병 환자의 인지검사 정례화, 항정신병 약물 부작용 모니터링, 전문화된 인지 재활 프로그램 개발, 돌봄 제공자 교육 강화, 지역사회 기반 지원 및 돌봄 전환 체계 개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향후 연구에서는 진단 정확도를 높이고 조현병을 앓는 노인의 치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전략을 개발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지난 13일(현지 시간) 국제 학술지 ‘조현병(Schizophrenia)’에 온라인으로 실렸다.

 

Source

Park, J.S., Kim, S., Jeong, D. et al. Dementia in older adults with schizophrenia: a 12-year analysis of prevalence, incidence, and treatment patterns in South Korea. Schizophr 11, 134 (2025). https://doi.org/10.1038/s41537-025-006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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