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마글루타이드·포스디네맙 연속 실패…비만·당뇨 약물의 치매 치료 확장성 다시 시험대에

비만·당뇨 치료제 시장을 장악해 온 글로벌 제약사들이 알츠하이머병으로 적응증을 넓히려던 시도가 연달아 제동이 걸렸다. 노보노디스크는 11월 24일(현지 시각) 비만 치료제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가 진행하던 알츠하이머 임상 3상 두 건에서 1차 평가지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위고비 주사제가 아니라 고용량의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oral semaglutide)’를 사용한 임상이었다.

존슨앤드존슨(J&J)은 이보다 며칠 앞서 타우 단백질 표적 항체 후보물질 포스디네맙(Posdinemab)의 임상 2상 실패 소식을 공개했다. 두 발표가 같은 주에 연달아 발표되며 비(非)아밀로이드 기반 신약 개발 전략 전반에 충격을 준 상황이다.

이로써 ‘비만약 기반 치매 치료제 개발’과 ‘타우 단독 표적 전략’ 모두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아밀로이드 억제제 이후 새로운 기전을 찾던 제약업계의 후속 전략도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보 노디스크 CI
노보 노디스크 CI

 

세마글루타이드 임상 3상 실패…바이오마커 개선에도 ‘임상적 지연’ 증명 못 해

노보노디스크는 GLP-1 계열 약물 세마글루타이드의 알츠하이머 임상 3상에서 설정한 ‘인지 기능 저하 속도 최소 20% 지연’ 목표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실제 환자의 임상 악화 속도는 위약군과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다만 연구팀은 염증·대사 관련 일부 바이오마커에서 개선 신호가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비만·대사질환이 알츠하이머 위험과 연관된다는 기존 연구들과 부합하지만, 임상적 유의성이 입증되지 않은 이상 적응증 확대는 어렵다는 것이 회사의 공식 입장이다.

세마글루타이드는 글로벌 비만·당뇨 시장에서 압도적 성과를 낸 성분으로, 알츠하이머 적응증 도전은 파이프라인 다각화를 위한 전략적 시도로 여겨져 왔다.

 

J&J ‘포스디네맙’도 2상에서 제동…타우 단독 표적의 한계 다시 확인

포스디네맙 역시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 대상 임상 2상에서 인지·기능 저하를 유의하게 늦추지 못했다. 최근 수년간 여러 타우 표적 약물이 연이어 고전하면서, 타우 단독 기전의 한계가 다시 한 번 부각된 상황이다.

학계에서는 타우 병리가 아밀로이드보다 더 후기에 나타나는 특성상, 치료제로 개입할 수 있는 시점이 이미 늦어 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해 왔다. 이에 따라 복합 병리 기반 접근이나 더 초기 단계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아밀로이드 이후의 후속 라인업도 흔들

이번 두 후보물질의 실패는 아밀로이드 억제제 외 새로운 치료 기전 개발이 여전히 높은 난도를 가진 영역임을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월가 분석가들은 GLP-1 계열이 신경염증 조절과 대사 개선 효과를 보이는 만큼 장기적 위험 감소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현재의 임상 설계로는 직접적 치료 효과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 때문에 조기 개입 연구나 다양한 기전을 결합하는 병합 전략이 필요하다는 전망도 뒤따른다.

산업계에서는 GLP-1 계열의 용량 조정 연구, 복합제 개발, 타우·아밀로이드 동시 표적 전략, 뇌 대사·염증 경로 기반 기전 등 새로운 파이프라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다시 ‘조기 진단·조기 개입’ 중요성 부각

전문가들은 알츠하이머 치료제 실패가 반복되는 구조적 원인으로 약물 투여 시점의 한계를 지목한다. 발병 수년 전부터 병리가 잠복·진행되는 특성을 고려하면, 더 초기 단계에서 환자를 선별하고 신뢰도 높은 바이오마커를 확보하는 것이 향후 개발의 핵심 과제라는 분석이다.

노보노디스크와 J&J는 각각 후속 연구 중단 또는 전략 재검토에 들어갈 전망이다. 레카네맙·도나네맙 등 아밀로이드 기반 치료제와 달리, 비(非)아밀로이드 계열 신약의 성패가 향후 치료 패러다임 전환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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