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극복 위한 디지털·생물학 기술 주목

24일, 중국 톈진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의 하계 다보스포럼(Summer Davos)에서 ‘2025년 10대 미래기술(Top 10 Emerging Technologies)’이 발표됐다.

이번 기술 목록에는 치매 진단, 예방, 치료에 활용될 수 있는 생명과학 및 디지털 기반 기술이 다수 포함됐다. 특히, 비만·당뇨 치료제로 개발된 ‘GLP-1 유사체’가 치매 예방 효과를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본격 논의되며 이목을 끌었다.

 

다보스포럼, ‘겨울’과 ‘여름’ 두 버전

세계경제포럼은 매년 두 차례 열리는 국제 포럼이다. 가장 잘 알려진 다보스포럼은 매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되며, 주요국 정상과 글로벌 대기업 CEO, 국제기구 대표들이 참석한다.

이번에 열린 하계 다보스포럼(Annual Meeting of the New Champions)은 ‘Summer Davos’로도 불리며 2007년부터 중국 톈진과 다롄에서 번갈아 열렸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2020~2022년)에 개최가 중단된 것을 빼면 거의 매년 중국이 글로벌 신흥 리더들과 기술 혁신의 플랫폼으로 육성해 온 포럼이다. 기술 혁신과 신흥시장 중심의 젊은 리더, 스타트업, 연구자들이 주로 참여한다.

2025년 포럼은 톈진에서 6월 24~26일 열렸으며, ‘신뢰 회복을 위한 새로운 동력’을 주제로 기술, 환경, 보건, 사회적 연대 등 다양한 의제가 논의됐다.

 

세계경제포럼이 선정한 2025년 10대 미래 기술은 비만약부터 AI 신약 개발까지, 치매와 같은 복합적인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 생성형 AI
세계경제포럼이 선정한 2025년 10대 미래 기술은 비만약부터 AI 신약 개발까지, 치매와 같은 복합적인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 생성형 AI

 

치매 대응 기술, 10대 미래기술에 대거 포함

WEF가 선정한 ‘2025년 10대 미래기술’ 중 치매 대응과 관련된 기술은 다음과 같다.

1. GLP-1 유사체: 비만약으로 치매까지?
애초 비만과 제2형 당뇨 치료제로 개발된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 상품명: 오젬픽, 위고비), 테르제파타이드(Tirzepatide, 상품명: 마운자로, 제프바운드)와 같은 GLP-1 수용체 작용제가 치매 예방 효과까지 보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이 약물들은 체중 감량, 혈당 조절 외에도 염증 완화, 신경세포 보호, 인슐린 저항성 개선 등에 작용하며, 일부 제약사는 이를 치매 예방 임상시험으로 확장 중이다. 최근에는 당뇨병 환자의 치매 발병률이 GLP-1 투여 시 감소했다는 역학 데이터도 다수 축적했다.

2. AI 기반 신약 개발
알츠하이머병 등 치료제 개발 실패율이 높은 분야에서 AI 기술이 신약 후보물질 탐색과 임상 설계에 활용되고 있다. 예측 알고리즘과 생명정보학이 결합해, 약물 발굴 시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미래형 기술로 평가된다.

3. 생체지표 기반 조기 진단
혈액·뇌척수액·타액 등에서 아밀로이드 베타, 타우 단백질, 신경 손상 지표(NfL, Neurofilament Light chain) 등을 분석해 무증상 단계에서 치매를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이다. 기존 뇌영상 검사보다 비침습적이며, 대규모 선별검사로의 확장 가능성도 있다.

4. 정밀의료와 유전체 분석
ApoE4 등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개인별 치매 위험을 예측하고 맞춤형 중재 전략을 수립하는 기술이다. 유전체 기반 정밀의료는 예방할 수 있는 집단을 선별해 효율적인 공공 보건 전략 수립에도 기여할 수 있다.

5. 디지털 인지 건강관리
앱, 게임, 웨어러블 기기, AI 챗봇 등을 통해 일상에서 인지기능 저하를 감지하고, 인지중재 훈련을 제공하는 기술이다. 경도인지장애(MCI) 단계에서 비약물적 개입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지역사회 중심의 치매 예방 프로그램에도 활용할 수 있다.

2025년 하계 다보스포럼에는 중소기업·스타트업 관계자와 디지털 분야의 젊은 리더들이 주로 참여했으며, 한국 스타트업의 성장을 조명한 ‘Korean Start-Up Playbook’ 세션도 마련됐다. 정부 측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2025년 1월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화학·첨단산업 글로벌 협의체 의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그는 LG화학의 친환경 소재 전략과 순환경제 실현 방안 등을 소개하며, 국내 산업계의 ESG 실천 노력과 에너지 전환 전략을 국제 사회에 공유했다.

이번 하계 다보스포럼이 선정한 기술 목록은 단순한 과학적 진보를 넘어, 초고령사회와 만성질환의 복합 위기를 해결할 실질적 해법으로서 기술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특히 비만 치료제 사례처럼, 하나의 약물이 여러 질환에 작용하는 ‘멀티 파이프라인’ 전략은 치매 대응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노화, 대사질환, 생활습관, 디지털 격차 등 다양한 요인이 얽힌 치매는 단일 질환이 아닌 복합적 사회 문제로, 기술은 단순한 치료를 넘어 사회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전환의 촉매가 될 수 있다. 이번 포럼은 그 가능성에 주목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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