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KAIST 연구진, 아교임파계 활동 정량화 세계 최초 성공
뇌 수분량 증가로 청소 기능 실시간 평가…비침습 기술 개발
뇌 건강 평가부터 웨어러블 기기 확장까지 임상 적용 기대
알츠하이머병 등 퇴행성 뇌질환을 유발하는 단백질이 수면 중 실제로 얼마나 제거되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정량 평가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팀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이 기술은 향후 치매 조기 예측과 치료 효과 판단을 위한 새로운 바이오마커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아교임파계, 뇌 속 '청소 시스템'… 수면 중 활발히 작동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병리 기전 중 하나는 아밀로이드 베타(Aβ) 단백질의 비정상적인 축적이다. 이 단백질은 정상적인 대사 과정에서도 생성되지만, 뇌에서 적절히 제거되지 않으면 신경세포를 손상시키고 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제약업계는 아밀로이드를 직접 제거해 병증의 진행을 일부 늦추는 항체 기반 치료제 개발에 집중해 왔다.
이러한 약물 치료와는 별개로, 수면 중 뇌가 자율적으로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생리적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수면의 질과 뇌 건강 사이의 연관성을 규명하려는 연구가 지속돼 왔다.
이 시스템은 ‘아교임파계(Glymphatic System)’로 불리며, 수면 중 뇌척수액이 혈관 주위 공간을 따라 뇌 조직 깊숙이 스며들어 노폐물과 병적 단백질을 청소하는 역할을 한다.
2013년 미국 로체스터대 마이켄 네더가르드(Maiken Nedergaard) 박사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깊은 수면 중 아교임파계가 활성화되며, 아밀로이드 베타 제거 속도가 각성 상태보다 두 배 이상 빠르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후 이러한 결과는 인간 대상 수면 연구로 확장되었으나, 아교임파계의 실시간 정량적 비침습 측정은 기술적 한계로 시도되지 못했다.
근적외선 분광기로 수면 중 뇌 수분량 정량 측정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윤창호 교수와 KAIST 배현민 교수 공동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수면 중 아교임파계의 활동을 실시간 비침습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뇌혈류대사학회 공식 학술지 <Journal of Cerebral Blood Flow and Metabolism>에 6월 25일자로 온라인 선게재됐다.
연구팀은 무선 근적외선 분광기(NIRS)를 활용해 수면 중 뇌 수분량의 변화를 5분 간격으로 정밀 측정했다. 수분의 양은 아교임파계가 작동해 뇌척수액이 뇌 조직에 유입될 때 증가하므로, 간접적인 아교임파계 활성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925nm 파장을 중심으로 한 근적외선 분석을 통해 뇌혈류의 영향을 배제하고, 아교임파계 관련 수분량만을 추출하는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건강한 성인 41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깊은 수면(Non-Rapid Eye Movement sleep, NERM 3단계)에 진입할수록 전두엽 수분량이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것이 확인됐다. 이는 동물모델에서 관찰된 아교임파계의 패턴과 일치하며, 수면의 질과 뇌 노폐물 제거 능력 사이의 직접적 연결 고리를 인간 대상 연구에서 처음으로 확인한 결과다.
또한 수면 초반의 첫 번째 깊은 수면 주기에서 뇌 수분량 증가가 가장 뚜렷해, 뇌 청소 활동의 핵심 시간이 수면 초반에 집중된다는 점도 새롭게 밝혀졌다.
치매 치료 평가·예측 바이오마커로의 가능성
이번 연구는 치매의 조기 예측 및 치료 효과 측정에 활용할 가능성을 제시한다. 레카네맙 등의 항체 치료제가 병증 진행을 약 27% 늦춘다는 임상 결과가 있지만, 이러한 약물 외에 수면과 같은 생리적 요인이 병증 진행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평가할 수 있는 정량적 생리 지표는 부족한 상황이었다.
윤창호 교수는 “이번 연구는 수면 중 아교임파계 활성도를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세계 최초 근적외선분광기법 기반 기술을 개발해 수면과 뇌 건강 간의 연관성을 과학적으로 규명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며, “향후 치매를 비롯한 퇴행성 뇌질환의 조기 예측과 위험군 선별은 물론, 수면 치료의 효과를 평가하고 개인 맞춤형 뇌 건강 관리 전략을 수립하는 데까지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이 장비는 연구용으로 개발되었으나, 수면 클리닉, 고위험군 조기 스크리닝, 치매 예방 프로그램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임상적 응용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논문
Yoon JE, Ji M, Hwang I, Lee WJ, Yu S, Kim J, Lee C, Lee H, Koh B, Bae H, Yun CH. Brain water dynamics across sleep stages measured by near-infrared spectroscopy: Implications for glymphatic function. J Cereb Blood Flow Metab. 2025 Jun 25:271678X251353142. http://doi.org/10.1177/0271678X251353142. Epub ahead of print. PMID: 40562709; PMCID: PMC12202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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